[뉴욕다이어리]반년도 안됐는데...벌써 챗GPT 역풍 맞은 기업
챗GPT를 종종 활용하고 있다. 까다로운 업무용 영어 메일을 작성한 후 ‘좀 더 프로페셔널하게 다듬어 달라’고 요청하고, 이번 주 ‘뉴욕다이어리’의 주제로는 어떤 게 좋겠냐고 의견도 물어본다. ‘재생에너지 사용과 기상이변으로 인한 잠재적 경제적 비용을 포함한 기후변화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써보는 게 어떻겠냐는 챗GPT의 제안은 곧바로 무시했지만 말이다.
챗GPT가 대표하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시대는 또 다른 혁명과 생태계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어디에서나 승자가 있다면, 패자도 있기 마련이다. 2005년 설립된 미 온라인 교육업체 체그(Chegg)는 챗GPT 등장 반년도 채 되지 않아 일단 패자 자리에 앉게 됐다. 지난 2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체크의 주가는 전장 대비 무려 48% 폭락했다.
전날 장 마감 후 올해 1분기 실적을 공개하는 자리에서 경영진이 직접 챗GPT로 인해 사업에 타격을 받고 있다고 밝힌 탓이다. 기대치에 못 미치는 올해 2분기 실적 가이던스도 문제였다. 월가에서 체그의 2분기 매출이 3%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본 반면, 회사측은 5~6%대 감소를 예상했다. 댄 로젠스위그 체그 최고경영자(CEO)는"3월부터 챗GPT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신규 고객 성장률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주요 고객인 학생들이 과제, 에세이 작성 등에 챗GPT를 활용하면서 서비스 이용이 크게 줄고 있다는 설명이다. 투자은행 제프리스도 즉각 AI에 따른 사업 위협을 이유로 체그에 대한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했다. 같은 날 피어슨, 듀오링 등 비슷한 사업을 영위 중인 온라인 교육업체들의 주가도 일제히 두 자릿수 하락율을 기록했다.
하루 새 시가총액 절반가량을 날린 체그의 사례는 향후 AI 경쟁에서 뒤질 패자의 단면을 보여준다. 현지 언론들도 일제히 이번 주가 급락 사태를 주목했다. 경제매체 CNBC는 "기술 열풍이 일부 회사의 수익원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체그가 AI에 따른 리스크를 보여주는 마지막 회사는 확실히 아닐 것"이라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체그의 경고와 주가 급락은 생성형 AI 챗봇의 광범위한 적용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보여주는 가장 구체적 징후 중 하나"라며 "경제 전반의 일자리, 기업들은 AI의 갑작스러운 부상에 노출돼 있다"고 전했다.
챗GPT가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는 미래가 예상보다 더 빠르게 닥칠 것이란 우려도 쏟아진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IBM의 AI 자동화 대체에 따른 고용 축소, 월가 투자은행에 이은 삼성전자의 사내 챗GPT 사용 금지, ‘AI 대부’ 제프리 힌튼 토론토대 교수의 구글 사표 제출 등의 소식도 줄줄이 보도되며 이러한 우려를 한층 부추겼다. IBM은 향후 5년 간 경영지원 부문 직원 중 30%가 AI 자동화로 대체될 수 있다고 밝혔고, 미국 작가 노동조합은 15년 만의 첫 파업에 돌입하며 AI 규제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블룸버그통신은 "AI를 향한 전 세계적인 돌진이 가져온 파괴적 혁신의 속도가 이주에 완전히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오픈AI의 챗GPT가 대중에게 공개된 것은 6개월도 채 되지 않지만, 일상에 침투한 그 파급력과 속도는 놀라울 정도다. 아직 우리가 챗GPT, AI 시대의 초기 단계에 서 있을 뿐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더욱 그렇다. 물론 부정확한 답변과 이에 따른 정보 조작 우려, 개인정보 유출, 저작권 문제 등 논의해야할 과제들도 산적하지만 말이다.
자신을 성장 둔화 이유로 꼽은 체그의 주가 급락에 대해 챗GPT는 어떻게 생각할까. 현지 언론들의 분석처럼 앞으로 다가올 AI 경쟁에서 패자들의 미래일 수 있다고 평가할까. 직접 물어본 결과, 답변은 아래와 같다.
"AI는 여전히 빠르게 진화하는 분야이며 도입과 관련한 리스크, 과제가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잠재적 이점도 상당하다. 일부 기업은 AI 기술을 활용하거나 변화의 흐름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지만, 이는 전체적으로 AI 기술의 ‘실패’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신기술과 마찬가지로 기업이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에서 성장통이 있을 수 있다. 효과적인 활용을 위해서는 신중한 고려와 계획이 필요하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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