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다이어리]중국인들은 어떤 한국 기사를 읽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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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도 한국의 네이버와 같은 포털 사이트가 존재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이두인데, 한국 포털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홈페이지 첫 화면에 '인기 기사' 목록이 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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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도 한국의 네이버와 같은 포털 사이트가 존재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이두인데, 한국 포털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홈페이지 첫 화면에 '인기 기사' 목록이 뜬다는 것이다. 중국 내에서 이슈가 되는 내용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하는 특파원의 입장에서 이 목록을 자주 훑어보는 것은 최근 상황을 효과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가끔은 한국 관련 기사도 순위에 오른다. 중국인들은 한국과 관련한 어떤 기사를 가장 많이 읽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자극적인 가십거리나 중국 내에서 잘 알려진 인물의 동정이다. 한국인이 상식 밖의 행동을 했다거나, 어처구니없는 사건들도 주목도가 높다.
지난달 여러 차례 순위권에 오른 대표적인 기사는 배우 유아인의 마약 투약 혐의에 따른 소환조사 소식이었다. 출소 후 오랜만에 공식 석상에 나타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헤어스타일과 의상도 화제가 됐다. 인기 아이돌 블랙핑크 멤버들의 근황이나 콘서트 소식도 종종 주요 기사에 등장한다. 며칠 전에는 한국을 여행 중이던 중국인 청년이 한국인 여성으로부터 욕설을 들어 3개 국어로 대응하며 사과를 요구했다는 내용의 기사와, 서울 용산구 리움 미술관에서 개최된 이탈리아 조각가의 개인전을 참관하던 한 한국인 대학생이 전시품이던 벽에 붙은 바나나를 먹었다는 소식이 몇시간 동안 인기 목록에 올랐다. 비슷한 시기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나 회담을 나누고 '워싱턴 선언'을 발표했지만, 이 소식은 별다른 이목을 끌지 못했다.
한국은 다를까. 우리나라가 중국 관련 기사를 소비하는 패턴이나 분야도 유사하다. 이 같은 상황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 것이 바로 지난달 중국 상하이에서 개최된 국제 모터쇼와 관련한 흐름이다. 중국 비야디(BYD)가 전기차 분야에서 미국의 테슬라를 제치고 전 세계 1위 자리를 차지하면서 행사에 대한 국내외 관심이 뜨거웠다. 대표적 내구재인 완성차의 개발·제조·소비 분야를 중국이 '접수'한 상황에서, 이날 최초로 공개될 각사의 주요 모델들과 현지의 반응은 시장의 향방을 점칠 기회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행사에 대해 한국 독자들이 가장 많이 관심을 가지고 읽은 기사는 "BMW 홍보 부스에서 현장 행사 요원이 중국인에게만 아이스크림을 주지 않았다"는 가십성 기사였다. 다수의 한국 매체들이 상하이를 찾아 최신 동향과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지만, 독자들의 관심을 크게 사지는 못했다. 최근에는 중국과 관련해 어느 여성이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며 구혼에 나서 욕을 먹고 있다거나, 한 호텔 객실에서 발냄새가 진동해 신고했더니 침대 밑에 시체가 있더라는 소식이 주요 뉴스로 다뤄졌다.
한중관계가 급격히 냉각되면서 양국 간 교역 규모가 급감하고 국민 간 정서도 악화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한국의 1위 교역국이다. 1분기 대중 수출액은 382억달러(약 50조5004억원)에 달한다. 호불호와 시시비비에 앞서 한중 양국 모두 각자의 주요 교역국에 대한 관심의 영역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 형편없고 한심한 상대국의 모습만 들추며 고소해하는 것은 상황 파악을 방해할 뿐이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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