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기시다, 52일만에 대좌… 韓日정상 '셔틀외교' 본격화
정상회담 통해 안보·첨단산업 외 청년·문화까지
오염수 방류 대책 다뤄질 수도 "제외할 필요 없어"
윤석열 대통령은 7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일정상회담에 나선다. 기시다 총리의 방한은 1박 2일간의 실무 방문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 3월 일본 도쿄를 찾은 데 대한 답방 차원으로 두 정상은 52일 만에 다시 대좌하게 됐다.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는 경제와 안보지만 과거사와 관련해 일본 정부가 사과나 반성의 메시지를 내놓을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에 대해 양국이 어떤 합의를 도출할지도 관심사로 꼽힌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한국 도착 후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참배로 첫 일정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총리의 국립현충원 참배 역시 2011년 노다 총리 이후 12년 만이다. 이어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용산 대통령실에서 공식 환영 행사를 시작으로 소수 참모만 배석하는 소인수 회담, 확대 회담에 이어 공동 기자회견을 한다.
尹 관계 개선 의지 결실… 한일 정상 간 '셔틀외교' 본격 가동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3월 방일 계기에 기시다 총리의 서울 방문을 요청한 바 있다. 기시다 총리의 방한을 통해 정상 간 셔틀외교가 가동되는 것으로 이번 방한에는 기시다 유코 여사도 동행한다.
기시다 총리는 방한에 앞서 "정상 간 깊은 신뢰 관계를 배경으로 한일 관계의 가속과 격변하는 국제정세에 대해 마음을 터놓고 의견을 교환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했다. 이미 양국 정상은 수출 규제, 화이트리스트 회복,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정상화 등을 집중 논의했다.
기시다 총리의 예상보다 빠른 답방은 한일 관계 개선 의지를 내비치는 윤 정부에 대한 성의 표시 차원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일본 현지에서도 "3월 윤 대통령의 방일 이후 시간을 두지 않고 조기 방한하는 것으로 한일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윤 대통령의 자세에 부응해 관계 개선을 가속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한다.
미국의 의향 역시 주요한 요인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가 동맹국인 미국이 중시하는 한일 결속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얘기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 역시 윤 대통령의 지난 방미 과정에서, 한일정상회담을 계기로 한 한일관계 개선 노력과 관련해 "윤 대통령의 지도력에 감사드린다는 얘기를 꼭 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특히 일본과의 양자관계 개선에 있어 보여준 지도력에 감사드린다. 양국뿐 아니라 역내에서도 큰 개선을 가져오는 것을 보고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한미일 3자 관계를 강화하기를 원하는 바람에도 부합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한미 간 '워싱턴 선언'… 한일도 안보협력 보조
안보는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간 협력 범위가 크게 넓어질 수 있는 분야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협력 강화로 한국과 미국은 최근 정상회담을 통해 '워싱턴 선언'을 채택하는 등 북한에 대한 확장억제를 강화했다. 한미가 핵협의그룹(NCG) 신설에 합의하는 등 속도를 내는 가운데 한일도 안보 차원에서 보조를 맞출 수 있어서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3일 서울에서 아키바 다케오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과 한일 안보실장 회담 및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경제안보대화를 진행해 북한 및 지역·국제정세 등 상호 관심 사안에 대해 폭넓게 협의했다. 양측은 지난 3월 정상회담 계기로 출범에 합의한 한일 NSC 경제안보대화의 출범 회의를 갖고 공급망, 첨단기술 등 분야에서 한일 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경제 부분에서는 반도체 공급망 등 경제 안보 협력안이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일본은 한국을 수출우대국 조치 대상인 그룹A(옛 화이트국가·화이트리스트)'로 재지정했다. 일본하고 한국 상호 간에 수출규제, 무역 갈등을 비롯한 요인들이 대부분 해소된 만큼, 이제는 세부 협력 분야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산업 외 양자·우주·바이오 등 신산업, 글로벌 수주시장 공동 진출, 저출산 고령화·기후변화 등 미래 대응과 같이 공동의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분야도 대상으로 거론된다. 항공편 추가 증편, 고교생·유학생 등 미래 세대 교류 확대 등을 통한 양국 인적 교류 회복, 민간·정부 차원의 대화 채널 복원·확대 등의 추가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
'공동선언' 없지만 오염수 방류 문제 다뤄질 듯
다만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첨예한 사안에 대한 별도의 '공동선언'이 이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공동 기자회견이야 하겠지만 거기서 어떤 선언이 나온다고 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며 "협의를 거치고 실제로 정상회담을 해서 결정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청년기금 설립을 발표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미래 세대를 위한 비자나 취업 등 여러 노력이 반영됐다"며 "한일 포함한 모든 나라에서 정상 간 협의가 있을 때 청년을 포함한 미래 세대를 위해 무엇을 할지가 굉장히 중요한 관심사이기 때문에 그에 따라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에 대해서는 "국민 여러분이 중요한 문제로 생각하면 굳이 우리가 판단해서 제외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다만 "의제와 관련해서는 협의가 끝나지 않아 어떻게 결론이 날지 모르겠다"는 조건을 달았다.
일각에서는 과거사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대책 등 예민한 사안이 다뤄질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일본 정부가 오염수 방류 문제 해결을 위해 과거사 문제를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염수 방류를 위한 국제 사회의 지지가 부족한 상황에서, 일본 정부로서는 무엇보다 최 근접국인 한국의 동의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사죄와 반성까지는 아니더라도, 일본 정부가 과거사 문제에 대해 '역대 내각 계승' 이상의 메시지를 내놓는 방식으로 해결에 나설 것이라는 얘기다.
오염수 방류와 엮지 않더라도 기시다 총리의 사죄와 반성의 메시지 수위는 여전한 최대 관심사다. 한일 관계가 정상궤도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역대 내각 계승' 정도의 표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표명이 있어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우리 정부는 물밑 채널을 통해 일본 측에 이러한 국내 여론을 지속적으로 전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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