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OTT도 가세한 ‘무책임한’ 스낵 컬처 생산 [기자수첩-연예]
AV 산업에 대한 가벼운 접근으로 빈축
일본 AV(Adult Video, 성인물 영상) 배우들이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촬영 과정에 대해 상세한 이야기를 풀어내는가 하면, AV의 장점에 대해 언급하며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물론 청소년 관람 불가로 공개되는 콘텐츠의 일부 회차에만 담긴 주제였지만, 이 콘텐츠가 공개된 직후 국내에서는 시청자들의 뜨거운 비난이 이어졌다.
신동엽, 성시경이 미지의 세계였던 성(性)과 성인 문화 산업 속 인물을 탐구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프로그램 ‘성+인물: 일본편’이 지난달 25일 공개된 가운데, 해당 콘텐츠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신동엽, 성시경이 일본의 성인용품점과 성인 VR방을 찾아가 그곳을 소개하고, 호스트 클럽의 호스트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는 등 총 6회에 걸쳐 성에 대한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과정에서 AV 배우들이 등장한 일부 회차가 문제가 된 것이다.
공개 전부터 국내에서는 제작 및 유통이 불법인 AV 산업을, 특히 30분 분량의 미드폼 예능이 다루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지적들이 이어지곤 했는데, 베일을 벗은 직후 확인한 ‘성+인물’의 가벼운 태도에 결국 분노가 쏟아지게 됐다.
이 회차들에서 AV 배우들이 자신의 직업적 자부심에 대해 드러내고, 나아가 “AV가 성범죄를 감소시킨다”는 발언까지 내뱉으며 미화의 소지를 남겼다. 특히 여성의 성 착취 문제 등 AV 산업의 어두운 이면은 배제하며 긍정적인 면을 부각해 시청자들의 지적을 받았다.
더 큰 문제는 언론과의 인터뷰까지 진행하며 관련 논란에 정면돌파를 시도한 ‘성+인물’ 제작진이 해명, 또는 억울함만을 호소하며 무책임한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정 PD는 AV 미화 지적에 대해 “이 정도의 사이즈가 되는 산업에서 암이 없는 부분들은 없다. 모든 산업이 그렇다”고 말하는가 하면, 어두운 면을 다루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AV는 사실 판타지다’라는 이야기도 그렇고, 자신 있게 이야기하는 직업이지만 아들에게 직업을 어떻게 설명할지 모른다는 부분도 있다. 부모님이 지금도 반대를 하시지만, 일에 대해선 인정을 해주신다는 부분이라던지. 이런 이야기들은 암을 완전히 배제했다고 평가받기에는 서운함이 있다”고 억울함을 내비치기도 했다.
더불어“‘맞다, 틀리다’를 이야기하고 싶은 게 아니다. AV가 성 착취라고만 말할 수 없다. AV가 합법인 나라도 있다. AV를 만들자는 게 아니라, ‘합법인 나라에선 저렇게 하는구나’라는 걸 담고 싶었다. 내 주관이 예능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주제에 대해 환기하고 싶은 부분을 만들어보고 싶었다”라고 말하는 등 ‘출연자들의 의견을 들은 것뿐’이라는 태도를 취하기도 했다.
‘이런 진지한 문제는 시사, 교양에서 다뤄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무책임한 태도도 이어졌다. PD들은 “이런 이야기들이 많이 터져 나오는 건 성을 다루는 예능은 물론 시사, 교양, 보도 프로그램에서 시청자들의 니즈를 풀어줄 수 있을 만큼 이것이 충분히 다뤄지지 못했기 때문이지 않을까. 그래서 예능에서 (이를) 다뤘을 때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 같다”고 더 다양하고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일임을 인정하면서도 “교양이나 다큐, 뉴스를 만드는 사람이면 그것을 다루는 것에 대해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처음 시도하는 예능에서 왜 그 부분까지 충분히 다루지 않았냐고 하면, 그건 동의하기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정 PD가 ‘성+인물’ 역할의 마지노선에 대해 언급을 한 것처럼, 심각한 문제는 피해 가면서, 적당히 호기심을 채우는 콘텐츠도 필요하다. 그러나 이 같은 적당한 가벼움이 이 프로그램을 만드는 제작진이 가져야 할 태도는 아닐 것이다. 심각한 문제가 내포된 소재에 대해 다루면서, 근거 없이 이를 미화하는 출연자의 말을 ‘그대로’ 담아내는 것이 정 PD가 말한 논의의 장을 마련하는 길이었을까.
물론 AV 배우들이 유튜브 콘텐츠에도 출연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내기도 하고, 직접 채널을 개설해 시청자들과 소통을 하기도 한다. 이렇듯 의미보다는 흥미에 방점이 찍힌 짧고, 가벼운 ‘스낵 컬처’들이 모바일 환경이 바꾼 시청 방식에 더욱 맞아 드는 부분도 없지 않다.
그러나 글로벌 OTT에서, 그간 여러 예능들을 연출하며 인지도를 쌓아온 스타 PD, MC들까지 이 흐름에 편승한다면 실망감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 콘텐츠가 ‘예능은 가벼울 필요가 있다’ 며 시도된 첫 미드폼 예능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최소한의 의미가 있기를 바라는 것이 무리는 아닐 것이다. 콘텐츠에서도, 인터뷰에서도 치열한 고민의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음에도 유의미한 논의들이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오롯이 관련 콘텐츠를 접하고 적극적인 의견을 낸 시청자들의 몫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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