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선언 '여진'…김태효 해임요구로 왜 번졌을까

윤슬기 2023. 5. 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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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효 '사실상 핵공유' 발언 논란 지속
기밀유출유죄·美두둔 논란도 비판의 초점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한미 공동기자회견 직후 '사실상의 핵공유'라고 발언을 한 데 대해 미국 정부 고위당국자가 "핵공유는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관련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야당을 중심으로 김 차장에 대한 경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앞서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확장억제 강화를 내용으로 하는 워싱턴 선언이 채택됐다. 관련해 김태효 1차장은 한미정상회담 당일인 지난달 26일 워싱턴 현지 브리핑에서 "사실상 미국과 핵을 공유하면서 지내는 것으로 느껴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 2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한 호텔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하지만 미국은 대통령실과는 다른 입장을 밝혔다. 핵공유가 아니라고 선을 그은 것이다. 에드 케이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오세아니아 담당 선임국장은 워싱턴DC 국무부에서 열린 한국 특파원단 브리핑에서 '한국 정부는 워싱턴 선언을 사실상 핵공유라고 설명하는데 동의하느냐'는 물음에 "우리는 이 선언을 사실상 핵공유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30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실은 '심리적 안정감을 강조한 것', '핵공유가 느껴질 것'이라는 등 궤변을 늘어놨다"며 "실제 핵을 소유한 미국이 아니라는데, 대한민국이 미국의 핵을 공유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말이나 되는가. 누가 그 말을 믿겠나. 소가 웃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워싱턴 선언이 나토보다 실효성이 있다는 윤 대통령의 주장도 과대포장으로 여론을 호도한 것에 불과하다"며 "전술핵 배치가 골격인 나토식 핵공유보다 독자 핵개발이나 한반도 내 핵무기 재배치가 불발된 워싱턴 선언이 어떻게 북핵 대응에 더 효과적인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러한 비판은 '사실상 핵공유'라는 김 차장 해임 요구로 번졌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김 차장이 나토식 핵 공유에 대한 이해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1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우리가 아마 나토식 핵 공유 이런 얘기를 언론에서 많이 하니까 '나토식 핵 공유? 그래, 대한민국과도 핵 공유' 이렇게 단순히 생각한 모양"이라며 "수사로 그치는 게 아니라 실제로 이렇게 생각을 했다 그러면 김태효 안보실장은 빨리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의원은 "미국은 절대 누구와도 핵을 셰어(공유)할 생각이 없다. 그냥 그렇게 표현하고 있는 것"이라며 "그런데 대한민국이 마치 나토식 핵 공유를 하면 우리가 결정 권한을 갖는 것처럼 이야기한 것 때문에 미국도 즉각 이 부분에 대해서 부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8일 전북 익산의 원광대학교에서 '만약 지금 DJ(김대중 전 대통령)였다면'이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김 차장이 물러나야 윤석열 정부의 외교가 성공할 수 있다며 연일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박 전 원장은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을 통해 "핵협의그룹(NCG) 합의는 대통령실 김태효 1차장이 사실상 핵공유'라고 발표하자마자 미 국가안보회의(NSC) 국장이 부인했다"며 "미국으로 떠날 때는 주어가 문제더니 이제는 용어의 집착이 문제라고 한다. 국민을 졸로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박 전 원장은 2일 유튜브채널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서도 "김태효 차장이 (한미 정상회담) 성과를 위해 서둘렀다가 개망신을 당했다"며 "앞으로 남은 윤석열 정부의 외교 성공을 위해선 김태효 (국가안보실) 차장 본인이 물러나든지, 윤 대통령이 김 차장을 경질해야 한다"고 재차 주장했다.

한편 김 차장에 해임 요구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해 10월 김 차장이 이명박 정부 시절 군사기밀유출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되자 민주당은 김 차장에 대한 경질을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벌금형의 선고유예라는 가장 가벼운 판결을 내렸다"며 "별도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미국 정보기관이 대통령실을 도·감청했다는 의혹에 대해 김 차장이 "미국 측의 악의적 정황은 없다"고 언급해 미국을 두둔했다는 비판이 쏟아졌으나 대통령실은 또 김 차장을 감쌌다. 대통령실은 민주당이 제출한 김 차장에 대한 해임요구서와 관련 지난달 17일 "김태효 차장이 미국 출장도 다녀왔고 외교 최일선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등 여러 가지를 하고 있는데 물러나라 한다면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 일인가"라고 말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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