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가본 버크셔해서웨이 주총①…"가치투자자, 돈 덜 벌 것" 찰리 멍거의 이례적 경고 [신인규의 글로벌마켓 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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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미국 네브래스카 주 오마하입니다.
버핏 회장과 함께 전설적인 가치투자자로 존경받는 찰리 멍거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은 이번 주총에서 "가치투자자들이 앞으로 돈을 덜 버는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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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신인규 기자]
여기는 미국 네브래스카 주 오마하입니다. '자본주의의 우드스톡'으로 불리는 버크셔해서웨이의 연례주주총회 취재 허가를 받아 현장에 왔습니다. 주총이 열리는 CHI 센터에는 지난해보다도 많은 인파들이 운집했습니다. 버크셔는 지난해 약 4만 명의 인파가 운집한 것으로 추산했지요. 90세가 가까운 고령에도 여전한 유머를 자랑하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과 시니컬한 농담이 매력적인 찰리 멍거 부회장의 존재감은 여전했고, 주총장과 함께 열린 버크셔해서웨이 소유 기업들의 박람회 역시 축제 분위기에 한 몫 했지만 오늘 나온 내용들은 이 축제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가시가 있는 장미를 보는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버크셔, 1분기 실적 좋았지만…"올해 경제 둔화 영향 있을 것" 세계 최대 투자회사, 버크셔해서웨이는 이번 주총에서 1분기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좋은 실적이었지요.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12.6% 늘어난 80억 6,500만 달러에 달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사업 전망은 밝지 않다는 게 워런 버핏 회장의 설명이었습니다. 버크셔가 소유한 다수의 기업들이 올해부터 경제활동 둔화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미국이 구가해온 '엄청난 시기가 끝을 향해 가고 있다는 언급도 함께였습니다. 버크셔해서웨이는 코카콜라를 비롯해, 옥시덴털,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뱅크 오브 아메리카, 파라마운트글로벌 등 여러 대형 기업의 최대 주주입니다. 2대 주주로 있는 애플에 대해서는 "우리가 지분을 가지고 있는 어떤 기업보다도 낫다"는 평가를 별도로 하기도 했습니다.
버핏 회장과 함께 전설적인 가치투자자로 존경받는 찰리 멍거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은 이번 주총에서 "가치투자자들이 앞으로 돈을 덜 버는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저평가된 자산을 찾는 가치투자자가 점점 많아지는 것도 그렇고, 투자 환경이 점점 비우호적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이야기지요. 다만 워런 버핏 회장은 이 의견에 동의하지는 않았습니다. "현명하지 않은 투자자들이 많아질 때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며 가치투자에 대한 신뢰를 유지한 한편, 그렇지 않은 투자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동시에 드러냈죠. 버핏 회장은 지난해 주총에서 "현재 주식 시장이 도박장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은행 예금은 괜찮아도…은행주는 위험" 이 곳을 직접 찾은 수 만 명의 투자자들을 포함해, 버크셔해서웨이 주총에 전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워런 버핏 회장이 주도하는 주주들과의 마라톤 질의응답 때문일 겁니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과 촌철살인의 답변으로 유명한 찰리 멍거의 앞에 오늘도 수 십 명의 주주들이 직접 서서 질문을 했습니다.
미국은 은행권 위기가 채 사라지지 않았는데, 역시 그와 관련한 질문이 가장 많이 나왔습니다. 워런 버핏 회장은 공포를 자극하는 대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다만 조금 더 많이 풀어서 이야기를 했지요. 요는 '은행 예금은 괜찮겠지만 은행주 투자는 돈을 잃을 것'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미국인들이 은행 예금자가 돈을 잃지 않을 것이라는 논리 구조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언급도 반복했습니다. 정치권 일부도 이를 잘 알지 못하는 것 같다고도 덧붙였지요. 다만 적어도 대형 은행에 대한 신뢰는 여전한 것으로 들렸습니다. 버핏은 뱅크오브아메리카의 경영방식을 좋아한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는 지난 2월 투자자 편지에서 여러 기업들의 회계가 불투명하다고 지적한 바 있으며, 이후 3월 미국은 지역은행 청산을 비롯한 은행 시스템 위기를 겪었지요.
▲이례적으로 답 길었던 '미-중 갈등' 질의 버핏 회장은 미-중 갈등에 대한 답변도 이례적으로 길게 언급했습니다. 미국과 중국과의 관계가 개선되어야 한다는 부분을 강조했습니다. 워런 버핏은 민감한 주제에 대해서는 '자신이 의도하지 않게 남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다'는 식의 겸손한 태도로 즉답을 피해가기로 유명한데요. 지난해 주총 때와 비교해도 지정학적 문제에 대해 길게 답변한 점이 주목할 만한 부분이었습니다. 최근 TSMC 지분 정리 배경에 대해서는 "TSMC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회사 중 하나지만 이 회사의 '지정학적 위치'를 좋아하지 않았다"고 말했고요. 찰리 멍거 부회장 역시 특유의 신랄한 어조로 "미국과 중국 모두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고, 이 발언은 주주들의 박수를 받았습니다.
버핏 회장은 일본에 대해서는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최근 일본의 5대 상사 지분을 늘려서 화제가 되기도 했지요. 일본에 대한 투자는 앞으로 몇 년 간 계속 늘려가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위기가 닥쳤을 때 일본인들은 이를 참고 극복하려고 하는 반면 미국인들은 불평을 먼저 한다고도 말을 했는데요. 다만 미국이 일본의 방식을 따라하는 게 맞다고는 생각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반면 그동안 잘 성장해온 미국의 미래가 걱정된다는 뉘앙스는 분명했습니다. 워런 버핏 회장은 "영원히 달러를 찍어낼 수는 없다"며 "현재 달러화는 정치적인 결정을 통해 찍히고 있으며, 이것이 점차 국수적인 결정으로 향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고요. 찰리 멍거 부회장은 조금 더 직설적으로 "표를 구하기 위해 돈을 찍어내는 결정은 그 자체로 반생산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후계자 그렉 에이블 역량, 나와 동등" 경제 불확실성이 사그라들지 않은 상황에서, 버크셔해서웨이 주주들은 그동안의 황금기를 구가해온 워런 버핏-찰리 멍거 체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에 대해서도 궁금해했습니다. 버크셔해서웨이가 1965년 투자회사로 업을 시작한지 59년 동안 이 곳의 주식 가치는 378만7,464% 성장했습니다. 같은 기간 S&P 500의 성장률은 2만4,708%였지요. 이같은 신화적인 성장의 주역, 워런 버핏은 오는 8월이면 93세가 되고요. 찰리 멍거는 이미 99세입니다. 그래서 후계와 관련한 질문이 많았습니다. 2021년 이후 워런 버핏의 후계자로 낙점된 그렉 에이블 부회장의 리더로서 자질과 일화를 설명해달라는 질문도 있었고, 이미 60대인 부회장단의 나이를 거론하며 그렉 에이블의 후임은 누가 될지에 대한 질문도 나왔습니다. 버핏은 그렉 에이블 부회장이 "자산관리를 나와 같은 수준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신뢰를 보냈는데요. 승계가 이뤄진 후 비보험 부문을 총괄할 그렉 에이블의 후임이 누가 될지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습니다. 워런 버핏 회장은 오늘 마라톤 질의 응답을 마무리하며 투자자들에게 "내년에 이 자리에서 보자"는 말을 남기기는 했습니다.
신인규 기자 ikshin@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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