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진이형 나와"…국내 게임사 해외서 진짜 형·동생 가린다
누군가 ‘택진이 형’을 외쳐 부르는 엔씨소프트 광고가 화제였던 시절이 있었다. 서울대 전자공학과 85학번인 엔씨소프트 창업자 김택진 대표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 게임 업계의 큰형이었다. 한게임을 만든 김범수 카카오 의장, 김정주 넥슨 창업자가 서울대 86학번이다. 사실 나이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리니지를 앞세운 엔씨는 가장 돈을 많이 버는 게임사였다. ‘돈 많으면 형’이란 말이 있다. 나이도 많고 돈도 많으니 다들 '택진이 형'과 엔씨를 업계의 큰형으로 인정했다.
하지만 사정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3N'(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이란 말이 나왔다. 넥슨이 엔씨를 추월했고, 넷마블이 엔씨 못지않게 돈을 벌어들였다. 누가 업계의 큰형인지 잘라 말하기 힘들어진 것이다. 그래도 한국 시장에서 오래 업력을 쌓아 온 엔씨가 큰 형 대우를 받았다. 하지만 경쟁 무대가 해외로 옮겨가며 서열 변화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젠 업력이 10년 이상 차이 나는 업체들에게도 자리를 내줄 위기에 놓였다.
‘SK2’ 영업이익, '3N' 뛰어넘어
1994년 넥슨을 시작으로 1997년 엔씨소프트, 2000년 넷마블까지 이들은 국내 게임 시장의 토대를 다져왔다. 선두주자인 만큼 이들의 실적 또한 후발주자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크게 앞서갔다. 하지만 국내 시장이 성장 한계에 다다르며, 이들의 입지가 좁아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3N은 ‘SK2'로 불리는 스마일게이트, 크래프톤, 카카오게임즈에 실적을 역전당했다. 크래프톤의 영업이익은 7516억원으로 국내 게임사 가운데 두 번째로 높았다. 넥슨이 영업이익 9952억원으로 3N 삼형제의 자존심을 지켰다. 하지만 스마일게이트가 6430억원을 벌어들이며 5590억원을 벌어들이는 데 그친 큰 형 엔씨는 3위로 밀려났다. 넷마블은 더 상황이 좋지 못하다. 지난해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체면을 구겼다.
후발주자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엔씨는 매출 1조원을 돌파하기까지 2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반면, 크래프톤은 설립 11년만인 2018년 매출 1조원을 넘어섰다. 엔씨와 비교해 약 2배 빠른 시간이다. 카카오게임즈의 성장세는 더 매섭다. 2013년 설립된 카카오게임즈는 2021년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해외에서 진짜 형·동생 가린다
게임업계 판도가 바뀐 이유는 경쟁이 전세계에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일게이트는 해외 매출 비중이 80%가 넘는다. 크래프톤은 94%에 달한다. 반면 엔씨소프트의 해외 매출 비중은 30%에 불과하다. 리니지 시리즈를 앞세워 국내에서는 압도적인 인지도를 자랑하는 엔씨지만, 해외에서는 예전 동생들이 돈을 더 벌고, 더 유명하다.
특히 올해가 진짜 형, 동생을 가리는 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각 게임사가 주요 신작을 해외 시장에 잇따라 내놓기 때문이다. 국내보다 매출 규모가 훨씬 큰 해외에서 어떤 성과를 내는가로 업계 판도를 바꿀 수 있다.
엔씨는 올해 선보이는 신작 ‘쓰론 앤 리버티(이하 TL)'의 성과에 모든 것을 걸었다. 김택진 대표가 직접 뛰어들어 만든 신작이다.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콘솔 기반의 게임이다. 이를 통해 본격적으로 세계에 엔씨의 이름을 알리겠다는 계획이다. TL은 다음달 한국 베타 테스트를 진행하며 마지막 담금질에 나선다.
지난해 크게 체면을 구긴 넷마블은 올해 9종의 신작을 쏟아낸다. 최근 신작 '모두의마블2: 메타월드'를 전세계에 출시해 좋은 반응을 이어가고 있다. 하반기에는 ‘아스달 연대기’, ‘나 혼자만 레벨업:어라이즈’ 등 신작을 국내외에 선보인다.
스마일게이트와 카카오게임즈도 올해 다양한 신작을 통해 3N을 압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스마일케이트는 ‘아우터플레인’, ‘원더러스’ 등 4종의 신작을 출시한다. 카카오게임즈는 ‘오딘:발할라 라이징’, ‘에버소울’ 등의 게임을 일본과 북미에 출시한다. 숨 고르기에 들어간 크래프톤은 내후년 '눈물을 마시는 새' 등 기대작을 선보인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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