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보니 보안이 철저"...요즘 민주당이 꽂힌 휴대전화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은 이달 들어 휴대전화를 삼성 갤럭시에서 애플 아이폰으로 바꿨다. “아이폰이 개인정보 보안이 잘 되기 때문”이라는 게 김 의원의 설명이다. 김 의원은 “최근에 휴대전화를 아이폰으로 바꾼 의원들이 더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최근 ‘이정근 녹취록’ 사태 이후 휴대전화 보안에 신경쓰는 분위기다. 지난달 13일 JTBC가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휴대전화 통화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민주당에 ‘돈 봉투’ 폭탄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2021년 전당대회 때 송영길 대표 후보 캠프에 있던 윤관석·이성만 의원은 돈 봉투를 전달했다는 의혹에 휩싸여 지난 3일 자진 탈당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이런 상황을 지켜본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선 “검찰이 야당을 전방위적으로 수사 중인데, 혹시라도 압수수색을 당하면 적어도 내 휴대전화에선 녹취록이 안 나오는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퍼졌다고 한다.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녹취록 보도 후 혹시 나도 이 전 부총장과 통화한 기록이 있는지 찾아봤다”며 “녹취록이 3만개에 달한다니 그 안에 어떤 내용이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휴대전화 보안 걱정은 실제 행동으로 이어졌다. 인천에 지역구를 둔 한 의원은 녹취록 사태가 불거진 직후인 지난달 말 아이폰을 새로 마련했다. 이 의원은 주변에 “휴대전화를 바꾸니 운영체제(OS) 적응이 불편하긴 하지만 보안상 이유로 아이폰을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민주당에선 2020년에도 ‘아이폰 열풍’이 잠깐 일었다. 당시 검찰은 검언유착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사법연수원 부원장이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휴대전화(아이폰11)를 압수했다. 하지만 검찰은 휴대전화에 걸려 있는 비밀번호를 2년 넘게 풀지 못했고, 지난해 결국 한 장관에게 휴대전화를 그대로 돌려줬다. 이후 정치권에선 “한동훈 사례를 보니 아이폰 보안시스템이 철저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이들이 늘었다.
민주당 최강욱 의원도 지난해 말 정치자금으로 아이폰을 구매했다. 최 의원의 정치자금 수입·지출 내역에 따르면 최 의원은 ‘의정활동 휴대전화 구입(자급제)’ 명목으로 지난해 11월 애플코리아에서 200만원 상당을 지출했다. 최 의원실 관계자는 “의원의 휴대전화 번호가 너무 많이 노출돼 응원 문자와 민원 문자가 쇄도했다”며 “그래서 기존 휴대전화 사용이 거의 불가능해져서 바꾼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자금으로 휴대전화를 구입한 데 대해선 “선관위에 문제가 없는지 문의한 뒤 구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 검찰 수사 과정에서 휴대전화 보안 문제가 이슈가 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돈 봉투 논란의 핵심 당사자로 꼽히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싱크탱크 ‘평화와 먹고사는 문제연구소’ 압수수색 직후인 지난달 30일 연락처·통화내역·문자 등의 기록을 초기화한 휴대전화를 검찰에 제출해 논란이 일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송 전 대표는 지난 2일 “검찰에 수사권이 있으면 저희는 방어권이 있다”고 강조했다.
법조계에선 “휴대전화만 제출하면 사실상 모든 개인정보가 공개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통화내역이나 문자 메시지는 물론, 상품 구매 내역이나 검색 기록 등도 휴대전화에 고스란히 남아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 1일 전국 법원 영장전담 판사들이 참석한 ‘압수수색 영장 실무 관련 논의를 위한 영장전담법관 온라인 간담회’에선 “휴대전화 전용 압수수색 영장 양식을 도입해야한다”는 취지의 제안이 나오기도 했다.
물론 이같은 아이폰의 인기 상승에도 삼성이나 LG 등 국산 휴대전화를 쓰는 민주당 의원들은 여전히 많다. 갤럭시를 쓴다고 밝힌 한 중진 의원은 “갤럭시라고 압수수색하고, 아이폰이라고 안 하나. 난 거리낄 게 없다”고 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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