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 중 3명이 'A'...학점 후한 대학은 이화여대, 가장 짠 곳은

이후연 2023. 5. 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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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9일 중간고사 응원 쿠키를 받기 위해 줄을 선 이화여대 학생들 모습. 이화여대, 연합뉴스

“공부 잘했던 학생들이 모여 있는 상위권 대학일수록 A학점 받기 더 어렵지 않을까요?”
“시험 기간에 여대 와 보세요. 전쟁이에요. 남녀공학보다 학점 경쟁이 훨씬 치열해요.”
대학가에서 학점을 둘러싸고 나오는 다양한 해석 중 일부다. 정말로 상위권 대학일수록 A학점 받기가 더 어려울까? 대학정보공시의 ‘2022학년 2학기 성적 분포 결과’를 분석해 A학점(A+, A0, A-) 비율이 높은 대학·전공 순위를 매겼다. 4년제 대학 중 재학생이 5000명 이상인 대학을 대상으로 조사했고, 교대·사이버대 등은 제외했다.

분석 결과, 대학마다 A학점 학생 비율은 천차만별이었다. 가장 A학점 학생 비율이 높은 대학과 낮은 대학 간 차이는 30%포인트 이상 벌어졌다. 물론 A학점 비율이 높다고 그 대학이 다른 대학보다 좋은 성적을 받기 쉽다고 단정할 수 없다. 다만, A학점 비율이 높다는 건 그만큼 ‘학점 인플레이션’이 심하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화여대·서울대·고려대 A학점 비율 높아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전공 강의를 분석해보니 이화여대의 A학점 비율이 60.8%로 가장 높았다. 전공 수업을 들은 학생 5명 중 3명은 A학점을 받은 셈이다. B학점 비율(26.6%)까지 더하면 이화여대생 10명 중 9명(89.2%)가량이 B 이상을 받았다. 이화여대에 이어 A학점이 후한 대학은 서울대(59.2%), 고려대(59.0%), 성균관대(57.6%), 연세대(57.3%) 순이었다. 이른바 ‘SKY’라고 불리는 서울·고려·연세대가 학점이 후한 대학 상위 5위 안에 모두 들었다. 상위 10개교 중에서 2개교를 제외하고는 모두 서울 소재 대학이었다.

반면 A학점 비율이 가장 낮은 대학은 수원대(26.5%)였다. 우석대(27.2%), 호남대(27.5%)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학점이 후한 대학과 반대로, A학점 비율이 낮은 대학 상위 10개교 중에서는 2개교를 제외하고 모두 지방 소재 대학이었다.

교양 강의를 분석한 결과도 전공 강의와 비슷했다. 이화여대가 64.2%로 A학점 비율이 가장 높았다. 그 뒤를 고려대(61.7%), 연세대(60.9%), 서울대(58.5%) 등이 이었다. 상위 10개 대학은 연세대 미래캠퍼스를 제외하고는 모두 서울 소재 대학이었다. 반면 교양 강의 A학점 비율이 낮은 대학은 영산대(23.2%), 수원대(23.3%), 배재대(24.1%) 등이었다.


문과가 이공계보다 A+ 학점 후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전공 계열 별로도 차이가 있었다. A학점 비율은 의학계열이 34.2%로 가장 낮고, 예체능계열이 43.6%로 가장 높았다. 인문사회·공학·자연과학 계열은 37~38% 수준으로 비슷했다.

최고 학점인 A+ 비율로 놓고 보면 차이가 벌어지는데, 의학계열이 13.4%로 가장 낮았고 그 뒤를 자연과학(21.9%), 공학(22.0%) 등이 이었다. 인문·사회계열은 24.5%, 예체능계열은 27.4%였다. A+학점 비율로만 따지면 문과 계열이 이공계열보다 조금 더 학점이 후하다고 볼 수 있다.


상대평가 원칙 대학들도 절대평가로 선회


학점 격차가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대학마다 성적을 부여하는 체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강의 별로 A학점 학생 비율을 정해 놓는 ‘상대평가’를 강조하는 대학이 있지만, 교수의 재량에 따라 학점을 부여하는 ‘절대평가’를 시행하는 대학도 있다. 상대평가를 원칙으로 하는 대학의 A학점 비율은 보통 30~40% 수준이다. 절대평가 대학은 학점 비율이 정해져 있지 않은 만큼, A학점을 받는 학생 비율이 상대평가 대학에 비해 높은 경우가 많다.

최근 몇 년 사이 상대평가가 원칙이던 대학들도 원칙을 바꿔 유연한 평가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연세대는 2019학년도부터 상대평가 원칙을 폐지하고 과목별 특성에 따라 자유롭게 평가 방식을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연세대 측은 “교과과정에 다양한 교육 목표가 있는데 상대평가로 인한 일률적 줄 세우기가 목표에 부합하느냐 봤을 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고려대도 2015년 이후부터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절대평가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당시 염재호 고려대 총장은 ‘3무 정책’(상대평가·출석체크·시험감독 폐지)을 내세웠다. 상대평가를 하면 학생들이 학문에 대한 호기심보다는 성적 받기 유리한 과목만 찾아 듣는 문제가 있다는 이유였다.


지방 사립대가 학점 짜게 주는 이유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또 A학점 비율이 높은 대학 대부분은 서울의 주요 대학이고, 그렇지 않은 대학은 대부분 지방 사립대인 것으로 조사됐다. 학생들의 학습 의지를 높이기 위해 학점을 엄격하게 부여하는 대학들도 있겠지만, 정부 정책과 연결돼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교육부는 2014년 대학구조개혁 평가를 진행하며 ‘성적 분포의 적절성’ 지표를 포함했다. 학점 부풀리기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 이 때문에 당시 대학가엔 엄격한 상대평가 도입이 유행처럼 번졌다. 상대적으로 여건이 좋은 서울 소재 대학들보다 정부 평가에 민감한 지방 사립대가 더 적극적으로 상대평가를 시행했고, 그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교육부는 바로 다음 해인 2015년에 성적 분포 적절성 지표를 삭제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상대평가가 지나친 성적 경쟁을 불러일으키는 데다가, 일률적인 상대평가보다 과목별 성격에 맞는 평가 방식을 적용하는 게 더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온라인 강의 늘자 ‘학점 인플레이션’ 심각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강의가 늘면서 학점 인플레이션이 심해졌다는 지적도 있다. 상대평가가 원칙인 대학에서도 온라인 강의의 경우 절대평가를 적용하면서 A학점 학생 비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여전히 기업 채용이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등 전문대학원 진학 시 학점이 주요 평가 요소로 활용되는 만큼, 경쟁 대학보다 엄격한 성적 부여 방식을 적용하는 대학 학생들은 “불리하다”며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모든 대학이 성적을 올리기 시작한다면 해당 평가는 신뢰도를 잃을 수밖에 없다”며 “성적 평가는 학생들의 학업 의지를 높여주면서도 평가의 공신력을 잃지 않도록 적절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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