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나, 세상에 이릴스가! 이게 되네 [별별인턴]
릴스 올리고 나의 성공시대 시작됐다
평화로운 점심시간. 인턴기자 정모씨(23·여)는 핸드폰 속 영상을 뚫어져라 들여다본다. 처음에는 음흉한 표정을 들키지 않으려 조심하더니 이제는 아예 가로화면으로 돌려 본격적으로 감상한다. 화면 속에는 걸그룹 블랙핑크 지수의 신곡 ‘꽃’ 리듬에 맞춰 강아지들이 재롱을 부린다. 최근 SNS에서는 사용자들이 자신이 키우는 반려동물을 자랑하는 ‘꽃 챌린지’가 대세다. 세상에 깜찍한 강아지가 이렇게 많았다니. 하나를 보고 나면 자동으로 다음 영상이 재생되는 무한 영상의 굴레에 갇혀 귀여운 강아지들의 향연을 넋 놓고 봤다. 정씨는 30분이 안 되는 시간 동안 약 20개의 영상을 감상했다.
바야흐로 숏폼 전성시대다. 2016년 중국 IT기업 ‘바이트 댄스’가 출시한 숏폼 콘텐츠 플랫폼 틱톡(TikTok)은 출시 4년 만에 세계 모바일 앱 다운로드 2위를 차지했다. 틱톡이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자 유튜브는 쇼츠, 인스타그램은 릴스라는 숏폼 서비스를 출시했다. 젊은 층의 열렬한 지지에 힘입어 이제는 SNS뿐만 아니라 각종 라이브 커머스에서도 숏폼 서비스에 주력하는 추세다.
숏폼 콘텐츠는 대부분 1분 이내의 짧은 영상이다. 짧은 시간 안에 정보와 재미를 압축해 담아내기 때문에 사용자가 시청하기에도, 제공자가 콘텐츠를 제작하기에도 부담이 없다. 극한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MZ사용자들의 취향을 저격한 셈이다. 3년 전 유행한 래퍼 지코의 ‘아무노래 챌린지’ 이후로 아이돌 안무 챌린지가 크게 유행하면서 급기야는 가수들이 챌린지를 염두에 두고 안무를 짜는 주객전도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정씨가 봤던 ‘꽃 챌린지’ 역시 아이돌 안무 챌린지가 변형된 유행의 일환이다. 아이돌 소속사 입장에서는 ‘챌린지’라는 이름으로 제3 자가 알아서 SNS에 바이럴해주니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이다. 숏폼 콘텐츠는 투자한 노력 대비 성과를 확실하게 보여주며 기업 홍보에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2021년 말 인스타그램 CEO 아담 모세리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릴스를 중심으로 인스타그램 영상 서비스를 통합해 영상 기능에 힘을 실을 것”이라 밝혔다. 그 예고대로 2022년부터 동영상 게시물과 릴스가 일원화되며 기존의 동영상 서비스에서 숏폼 콘텐츠로 무게중심이 옮겨왔다. 숏폼 콘텐츠 후발주자인 인스타그램은 현재까지 릴스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미디어 플랫폼 기업 메타(Meta)의 CEO 마크 저커버그는 2021년 릴스 크리에이터들에게 10억달러(약 1조 1400억원)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정씨는 이제껏 사진 게시물로 올리던 콘텐츠를 릴스로 만들어 올려 보기로 했다.
국민일보에서는 하루에 한 두개씩 영상이 첨부된 기사가 발행된다. 그중 흥미로운 영상을 골라 자막을 붙이기만 하면 릴스에 업로드할 수 있다. “영상이라고 별반 다를 거 있겠어?” 겁 없이 편집에 돌입했지만 정씨 역시 움직이는 영상을 다루기는 처음이다.
우선 영상 초반부와 후반부를 조금씩 잘랐다. 릴스 시청자들은 시간 낭비를 용납하지 않는다. 핵심 사건이 벌어지기까지 오래 걸린다면 쉽게 손가락을 슬라이드 해 다음 영상으로 넘어가 버릴 수 있다. ‘영상을 끝까지 보는가’도 추천 알고리즘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지루한 도입부는 좋지 않다. 릴스에서 제공하는 세로 규격에 맞춰 영상을 붙여넣고 자막을 써넣었다. 화면이 꽉 차는 콘텐츠 규격을 생각해 배경 색은 눈에 피로감이 없는 까만색을 선택했다. 영상의 내용을 한눈에 설명해주는 자막을 고심해서 써넣고 원본 영상 출처를 밝혔다. 마지막에는 국민일보 인스타 팔로우를 유도하는 문구를 삽입해 계정 홍보도 빼놓지 않았다. 글 쓰는 칸에 기사 핵심 내용을 발췌해 넣고 해시태그를 달아 완성했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릴스가 만들어졌다. 정씨는 기세를 몰아 두 번째 릴스도 만들어 업로드했다.
릴스는 일반 게시물과 달리 조회수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돼 인사이트를 조회하지 않고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조회수로 나타난 반응을 토대로 문제점을 보완하고 다음 콘텐츠의 소재와 방향을 잡기가 수월하다. 정씨는 릴스마저 반응이 없을까 걱정했다. 그나마 희망이 있다면, 인스타그램이 릴스 서비스를 출시한 지 몇 년 되지 않아 아직은 릴스 시장이 블루오션이라는 점이다. 사진은 누구나 간단히 찍어 올릴 수 있지만, 영상을 찍고 보기 좋게 편집하는 것은 길이가 짧다 해도 그 자체로 진입장벽이 된다. 물론 발 빠른 얼리 어답터들은 이미 영상편집에도 통달해 릴스의 재미를 톡톡히 봤다. 하지만 지금도 늦지 않았다. 시의성 있는 기사로 재밌고 질 좋은 영상을 만든다면 우리 같은 레이트 어답터에게도 승산이 있다.
릴스의 힘은 굉장했다. 업로드한 두 개의 릴스는 빠른 속도로 조회수를 쌓아 나갔다. 특히 평택에서 있었던 사건을 다룬 영상 반응이 뜨거웠다. 업로드 이틀 만에 조회수 1만 회를 달성했고 2주가 지난 지금은 46만 회를 돌파했다. 웬만한 인플루언서 계정도 쉽게 도달하지 못하는 수치다. 논쟁의 여지가 있는 내용을 담고 있어서인지 댓글과 좋아요 등 적극적인 반응도 많았다. 1600명이 우리 릴스를 공유했고, 390명이 보관함에 저장했다. 팔로워는 80명 가까이 늘었다.
폭발적인 반응에 한껏 들뜬 정씨. 그는 “솟아날 구멍을 찾은 기분이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하니 당분간은 릴스를 집중 공략할 예정”이라며 소감을 밝혔다. 인스타그램 홈페이지 공지에 따르면 한번 우리 계정에 좋아요나 댓글을 남긴 사용자일 경우, 그 기록을 인지한다. 이후 우리가 다른 콘텐츠를 업로드할 시 관심 있을 만한 콘텐츠로 인식해 탐색 탭에 노출시킨다. 반응이 좋은 하나의 콘텐츠가 새로운 콘텐츠의 노출 기회를 열어준다고 볼 수 있다. 정씨는 이 릴스가 앞으로 우리 계정과 인스타그램 사이의 연결고리가 돼줄 거라고 믿었다. 이거다. 이대로만 가면 된다.
국민일보 인스타그램 아이디 @kukminilbo_official
정고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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