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단체, 이슬람 국가 수단의 평화를 함께 외치다
한국 거주 수단인 50여명, 전쟁 중단·평화 촉구
제법 많은 비가 내린 6일 서울역 광장에 낯선 국기를 든 외국인 50여명이 섰다. 이들은 한국에 거주하는 수단 사람들이다. 최근 군벌 간 무력 충돌이 이어지는 조국의 평화를 촉구하기 위해 모였다.
이슬람 인구가 92%이고 기독교인 박해 10위 국가인 북아프리카의 수단을 위해 이날 모임에 함께 한 건 기독교 단체다. 국제난민지원단체 피난처다.
현장에서 만난 이호택 피난처 대표는 “수단 사람들이 도움을 요청해 함께 자리를 마련했다”며 “분쟁이나 전쟁으로 어려움을 겪는 나라들은 늘 지원했다. 미얀마나 아프가니스탄, 우크라이나 등도 국내 거주하는 현지인들이 집회를 열 때 후방 지원했다”고 말했다.
기독교 단체가 수단사람 돕는 이유
피난처가 종교에 상관없이 어려움을 겪는 나라와 민족을 위해 힘을 보태는 이유는 단순하다.
이 대표는 “이방인이라도 어려움이 있는 사람이라면 도와야 하는 게 기독교인”이라고 설명했다.
피난처뿐만 아니다. 낯선 땅에서 조국의 아픔을 겪는 이방인의 어려움을 보듬는 데 기독교인들은 주저함이 없었다.
이날 집회 현장 앞을 지나던 온누리교회 김주윤 집사는 걸음을 멈추고 피난처 관계자를 찾았다.
김 집사는 “교회 기도모임이 있는데 오늘 이야기를 하고 수단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려고 한다”고 말한 뒤 가던 걸음을 재촉했다.
정치적 문제로 발생한 분쟁에 전 세계 기독교 단체도 주목하고 있다. 수단은 정부군(SAF)과 준군사조직 신속지원군(RSF)이 지난달 15일부터 유혈 충돌을 이어오고 있다.
오픈도어에 따르면 수단의 주요 종교는 이슬람교로 무슬림 비율이 92%다. 기독교인은 4.3%에 불과하다. 여기에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기반한 법체계에 따라 이슬람에서 기독교로 개종할 경우 사형을 당할 수도 있다. 기독교 박해 순위도 4위였던 2018년 이후 2019년(6위), 2020년(7위), 2021년(13위), 2022년(13위) 줄곧 떨어지다가 올해 10위로 다시 올랐다.
내전이 발생한 직후 수단의 기독교인들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점점 확산되는 갈등과 국가의 불안정을 악용할 수 있다는 두려움 속에서 기도를 호소했다. 혼란을 틈타 이들이 샤리아를 이용해 파괴적인 과거로 돌아갈 것도 우려했다.
오픈도어의 동아프리카 지역 연구원인 피키루 메하리 박사는 “국가의 붕괴가 수단 사람들에게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아프리카는 사하라 사막을 기준으로 북쪽은 이슬람, 남쪽은 토착 신앙과 결합된 기독교가 장악하고 있다. 사하라 사막에 걸쳐 있는 수단은 남하하는 이슬람과 북상하는 토착 신앙과 결합된 기독교 사이에서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한국에서 수단의 평화를 외치다
무즈타바 아르바브(21)씨는 2001년 한국에서 태어나 현재 한국외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있다.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 부모님이 한국을 찾았고 내내 한국에서 자랐지만, 여전히 수단 국적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날 그는 ‘평화로운 수단 국민과 지역 및 국제 사회에 보내는 성명’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한국말로 낭독했다. 아버지 사하디크 아르바브가 아랍어로 읽었다.
아르바브씨는 “우리는 우리 국민의 기본권, 사랑하는 조국에서 안전하고 평화롭게 살 권리를 재확인하고 모든 형태의 갈등과 폭력을 규탄하기 위해 모였다”며 “전쟁에 굳건히 맞서는 공동체인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수단인으로서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인 휴전을 절실히 호소한다”고 했다.
이어 “무고한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며 무의미한 분쟁으로 위험에 처한 수단 정체성의 본질을 보호할 것을 간청한다”고 말했다.
그의 동갑내기 친구이면서 한국에서 태어난 아둘바기 하이둑도 같은 마음을 전했다. 하이둑의 아버지는 수단의 외교부 직원으로 1998년 한국에 왔다. 2017년 주한 수단 대사로 임명됐고 2019년 본국으로 돌아갔다.
현재 하이둑씨만 한국에 남아 성균관대 소프트웨어 학과에 다니고 있다.
그는 “아버지는 본국으로 갔는데 휴가 중 사우디아라비아에 갔을 때 내전이 발생했다. 현재 공항이 폐쇄되면서 돌아가지 못하고 계신다”면서 “수단에 계시는 할아버지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피난처는 다음 주 중 법무부에 한국에 체류 중인 수단 사람들의 인도적 체류 허가도 요청할 계획이다. 이날 수단 사람들이 든 손팻말에도 ‘우리의 체류 허가를 합법화해 달라’는 내용이 있었다. 현재 법무부는 미얀마 우크라이나 아프가니스탄 국적의 사람들의 인도적 체류를 인정하고 있다.
난민법에 따라 난민 인정 사유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보호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내려지는 게 인도적 체류 허가제도다. 합법적으로 한국에 들어온 미얀마와 우크라이나 아프가니스탄 사람은 체류 기간 연장이 어려워 기한 내 출국해야 하는데 국내 체류를 희망하는 경우 체류는 물론 취업도 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 거주하는 수단 국적 등록 외국인은 308명이다. 이들 중 남수단 국적자는 30명이다.
글·사진=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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