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배민' 안돼 힘드셨나요? 저희 얘기 좀 들어주세요"

김성욱 2023. 5. 6.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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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팟인터뷰] 김정훈 배달플랫폼노조 분과장 "9년째 배달료 동결, 오죽하면 대목에 이럴까"

[김성욱 기자]

 6일 쏟아지는 비를 뚫고 배달 노동자들이 배달 일을 하고 있다.
ⓒ 김성욱
 
어린이날이었던 지난 5일, 배달의민족 라이더 3000여명이 파업을 하면서 수도권 지역 배민 배달이 크게 지연됐다. 보수 언론은 비까지 내린 연휴 대목에 소비자와 자영업자들이 불편을 겪었다고 부각했지만, 9년째 건당 배달료가 3000원으로 동결돼 생계 문제에 직면한 라이더들의 상황은 설명하지 않았다.

파업을 벌인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동조합 소속 김정훈 배민 분과장은 6일 통화에서 "업계 1위인 배민은 지난해 영업이익으로 무려 4200억원을 벌었지만 라이더들의 기본배달료는 지난 9년 동안 단 100원도 올려주지 않았다"라며 "파업한다고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오죽하면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라이더들이 대목에 일을 쉬겠나"라고 했다. 김 분과장은 6년 차 배민 라이더다.

노조는 건당 기본배달료 1000원 인상을 요구하며 지난해 9월부터 8개월째 사측과 교섭을 해왔지만,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지난달 27일 조합원 투표 끝에 어린이날 1일 파업을 결정했다. 김 분과장은 "생계를 걸고 일하는 배달노동 업계의 특성상 파업을 오래할 수도 없어 어린이날 딱 하루 파업하기로 한 것"이라며 "불편을 겪은 시민들이 계시다면 죄송하다, 하지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주 50시간 이상 도로에서 위험을 감수하고 일을 해도 한 달에 300만원 남짓 손에 쥐는 라이더들의 현실도 한번만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 분과장은 "'배민1(단건 배달 서비스)'의 경우 소비자가 내는 배달비는 6000원부터 시작인데, 라이더에게 돌아오는 배달료는 3000원부터 시작한다"라며 "쿠팡이나 요기요 등 타 경쟁업체에 비해 배민의 배달료 착취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부업·투잡으로 배달을 하자'는 배민의 전략이 호응을 받으면서 예비 라이더 인력이 크게 늘어났고, 이에 따라 전업 라이더들의 배달료 인상 요구가 큰 압박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음은 김 분과장과의 통화 내용을 정리한 것.

"전국민의 배달 부업화 상황... 교섭 요구해도 회사는 꿈쩍 않는다"
  
 6일 서울 송파구 배달의민족 본사 앞 배달플랫폼노동조합의 농성장 모습. 배민 라이들은 기본배달료 1천원 인상을 요구하며 지난 1일부터 농성장을 차렸다.
ⓒ 김성욱
 
- 어린이날 파업을 벌인 이유는?

"파업 돌입 전까지도 우리는 사측에 교섭을 요구했지만, 배민은 미동도 안 했다. 물가도 많이 올랐는데 사측은 배달료를 한 푼도 올릴 수 없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배민의 경우 기본배달료 3000원에 거리와 기상 조건에 따라 할증을 붙이는 방식으로 라이더들에게 요금을 지급하는데, 이렇게 1시간에 4건 정도 배달을 하면 총 1만6000원~1만8000원 정도가 라이더에게 떨어진다. 반면 경쟁사들은 1시간 4건 기준으로 2만 원 정도는 보장이 된다. 차이가 크다.

이는 일반 배달 대행업체들과 비교해도 열악한 수준이다. 대행업체들의 경우 보통 콜 1건당 4000원이 시세다. 이중 사무실 수수료, 앱 수수료를 합쳐 500원 정도가 빠져나간다. 그러니까 3500원 정도가 라이더들에게 돌아간다. 이 정도면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본다. 그런데 대행업체들보다 훨씬 더 큰 기업이고, 규모의 경제 효과도 지니는 배민의 간판 서비스 '배민1'은 콜 1건당 6000원부터 시작한다. 그중 라이더에게 돌아가는 건 기본이 3000원, 거리·기상 할증 붙는다고 쳐도 기껏 4500원 수준이다. 건당 1500~3000원을 배민이 중간에서 취하는 것이다. 이건 지나치다. 기본배달료 1000원 인상 요구가 과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 다른 업체와 달리 배민이 이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뭔가.

"워낙 경기가 안 좋아서인지, 부업으로 배민 배달하시는 분들이 너무 많이 늘었다. '누구나,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운동하듯이 편하게 배달하자'는 배민의 전략이 먹힌 거다. '전국민의 부업화'라고 할까. 낮에 다른 일 하다가 콜이 몰리는 밤에 배달을 하는 식이다. 그래서 지금 배민에는 예비 라이더 인력이 끝도 없다. 포화 상태다. 비(非)피크 시간대에는 콜이 없는 '콜사(死)'가 찾아오기도 한다. 우리로선 도로에서 시간을 녹일 수밖에 없다.

사측도 이 상황을 아니 전업 라이더들의 요구를 외면하는 것이다. 직접 고용하지도 않고 고용 효과를 누리는 거다. 최저임금 안 지켜도 되고, 산재 책임도 없고. 그 사이 전업 라이더들만 죽어간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이 장기적으로 배민에게 좋은 일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벌써 전업 전문 라이더들이 경쟁사로 많이 이탈하고 있다."

- 한 달 수입은 어느 정도인가.

"주 50시간 정도 일한다고 했을 때 월 300만 원 수준이다. 배달료만 따지면 월 400만 원 정도가 찍히지만, 기름값 등 오토바이 유지 비용, 보험료 등으로 월 100만 원은 나간다. 고용된 노동자가 아니라 개인 사업자 신분이기 때문에 4대 보험도 전액 부담해야 한다. 오토바이만 따져도 1년에 1000만 원 이상 드는 것 같다. 바이크 가격이 500만 원 정도 하는데, 2년 타면 폐차해야 한다. 1년에 4만km는 주행하기 때문에.

한번 대충 계산해본 적이 있는데, 시간당 5000원 꼴은 비용으로 빠지는 꼴이다. 그럼 콜수가 적어 1시간에 1만5000원 정도 벌었다고 하면, 딱 최저임금 수준이다."

- 하루 노동시간은?

"라이더마다 패턴이 다르지만, 전업이면 대개 10시간 이상은 근무한다. 점심에 콜이 많기 때문에 보통 오전 11시면 나오고, 오후 2시까지 바쁘다가 오후 2~5시는 콜이 정말 없다. 이때 아예 시동 끄고 쉬는 분들도 있다. 오후 5시부터는 저녁 콜이 시작되기 때문에 다시 바빠지고, 밤 12시까지 일한다. 주말에는 일이 많기 때문에 못 쉬고 오히려 몰아서 14시간씩도 일한다. 쉬려면 평일에 쉰다."

- 어제 파업에 몇 명 참여했나.

"노조도 정확한 통계를 내긴 어렵다. 우리 조합원 수가 1600명이고, 비조합원 중 파업 동참 서명을 해준 분들이 1500명 정도 된다. 어림 잡아 3000명 정도로 보고 있다."

- 소비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선 어제 불편을 겪으신 분들이 있다면 죄송하다. 소비자들이라고 하지만 대부분 노동자와 그 가족들 아니겠나. '오죽하면 저럴까'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 저희는 파업을 하면 하루 수익을 포기해야 한다. 전업 라이더들은 생계가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하루 이상 파업을 이어가기도 어렵다. 그만큼 저희에겐 하루지만 절실하고 소중한 파업이었다. 배민이 배달 노동의 정당한 가치를 인정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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