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간디’가 ‘21세기 술탄’ 끌어내릴까…대선 1주 앞으로

김지애 2023. 5. 6.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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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로 가는 길은 장애물로 가득 차 있습니다."

2014년 튀르키예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 대표인 케말 클르츠다로울루는 의회에서 연설을 하려던 중 갑자기 난입한 괴한에게 두 차례 주먹으로 구타를 당했다.

인도의 정치 지도자 마하트마 간디를 닮아 '간디 케말'로도 불리는 클르츠다로울루가 오는 14일(현지시간) 치러질 튀르키예 대통령 선거에서 튀르키예 최장수 지도자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을 끌어내릴 유력한 후보로 주목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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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받는 제1야당 후보 클르츠다로울루
지난 5일(현지시간) 한 시민이 튀르키예 이스탄불에 걸려 있는 공화인민당(CHP) 소속 대통령 후보 케말 킬리차로글루의 포스터 앞을 걷고 있다. EPA연합뉴스

“민주주의로 가는 길은 장애물로 가득 차 있습니다.”

2014년 튀르키예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 대표인 케말 클르츠다로울루는 의회에서 연설을 하려던 중 갑자기 난입한 괴한에게 두 차례 주먹으로 구타를 당했다. 클르츠다로울루는 당시 뺨과 눈에 멍이 들 정도로 다쳤지만 동료들에게 침착함을 유지해 달라고 당부하며 이 같이 말했다고 BBC는 전했다.

인도의 정치 지도자 마하트마 간디를 닮아 ‘간디 케말’로도 불리는 클르츠다로울루가 오는 14일(현지시간) 치러질 튀르키예 대통령 선거에서 튀르키예 최장수 지도자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을 끌어내릴 유력한 후보로 주목 받고 있다.

터키 공화인민당(CHP) 소속 대선 후보인 케말 클르츠다로울루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이즈미르에서 열린 집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BBC 등에 따르면 케말 클르츠다로울루는 1948년 12월 튀르키예 동부 툰젤리주(州)에서 주부와 공무원 사이에서 일곱 자녀 중 넷째로 태어났다. 그는 앙카라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으며 대학 졸업 후 30년 가까이 금융기관에서 공무원으로 근무했다. 튀르키예 사회보장국 이사로서 부패를 척결한 것으로도 명성을 얻었다.

클르츠다로울루는 공직에서 은퇴한 이후 정계에 진출해 국회의원에 출마해 7년 동안 의원 활동을 했다. 클르츠다로울루는 2009년 이스탄불 시장에 출마해 당시 선거에 패배했으나, 37%의 득표율을 얻는 성과를 올렸다.

클르츠다로울루는 2010년 전임 당대표가 사임한 후 14년 간 CHP의 당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남성 위주의 보수적인 성향의 CHP의 당대표가 된 뒤 종교인, 쿠르드족 운동가, 여성 인권 운동가 등을 입당시키며 당의 개혁을 이끌어왔다고 BBC는 전했다. 한 당원은 “종종 정신을 놓고 비명을 지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도 클르츠다로울루는 침착함을 유지한다”면서 그가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고 BBC에 말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지난달 11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 스포츠 홀에서 관중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번 대선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튀르키예의 최장수 지도자로서 이른바 ‘21세기 술탄’으로 불리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20년 만에 물러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최근 경제 침체와 지난 2월 대지진 이후 대응 과정에 대한 비판을 받으며 지지율에 압박을 받고 있다. 튀르키예의 물가 상승률은 약 50%에 달한다. 게다가 지난 2월 터키와 시리아를 강타한 대지진은 올해 튀르키예 국내총생산(GDP) 추정치의 약 9%에 해당하는 1036억 달러의 피해를 입혔다. 지진으로 양국에서 5만6000명 이상이 사망했으며, 튀르키예의 공장과 농업 기반 시설이 다수 파괴됐다. 게다가 에르도안 행정부가 이전에 건축 허가 기준을 허술하게 유지한 탓에 피해가 확대됐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최근 중병설까지 겹치며 더욱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25일 에르도안 대통령은 생방송 TV 인터뷰 도중 복통으로 몸이 좋지 않다면서 방송을 잠시 중단했다. 방송은 1시간 30분 뒤 재개됐다. 이튿날 에르도안 대통령은 그날과 27일 예정된 선거 유세를 모두 건강상의 이유로 취소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사흘 동안 주요 행사에 불참하다가 지난달 29일 튀르키예 이즈미르 유세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대통령은 약 40분 동안의 유세에서 “오직 나만이 튀르키예의 성장을 가져올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고 BBC는 전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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