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보면]'슈퍼마리오' 개발자는 휴대폰이 없다(中)
마리오, 1983년 '동키 콩'부터 승승장구
'게임의 신'이라 칭송받는 미야모토 시게루
게임 업계에서 일하면서도 아날로그적 삶 추구
'알고 보면' 좋을 정보를 두서없이 전달한다. 영화를 흥미롭게 관람하는 팁이다.
* 에 이어
*마리오는 1983년 7월 패미컴과 동시 발매돼 본체 보급에 공헌한 '동키 콩'을 통해 세상에 나왔다. 동키 콩에게 잡혀 있는 여성을 구출하는 액션 게임이다. 마리오는 점프와 사다리를 이용해 장애물을 피한다. 무대는 건설 중인 공사 현장. 구성이 다른 세 스테이지를 공략한다. 간단한 스테이지 반복이 많던 당시 게임 흐름을 깨고 이야기를 살린 점이 참신하다고 평가받았다. 최초의 점프 액션 게임으로, 일본과 미국에서 히트했다.
*'마리오 브라더스'는 1983년 9월 출시됐다. 마리오와 루이지가 주인공으로 처음 등장한 액션 게임이다. 바닥 아래에서 적을 점프 박치기로 기절시키고, 가까이 다가가 발로 차서 화면 밖으로 떨어뜨린다. 거북, 게, 파리 등이 적으로 나오는데 마지막 한 마리가 남으면 빨리 다가온다. 파이어볼과 코인은 이 게임에서 처음 등장했다. 패미컴 최초의 2인 동시 플레이 게임으로, 서로 협력 혹은 방해할 수 있다.
*1985년 발매된 '슈퍼마리오 브라더스'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게임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패미컴 인기를 부동의 위치에 올려놓은 명작이다. 납치당한 피치 공주를 구하기 위해 마리오와 루이지를 조작해 지상과 지하, 수중 스테이지를 탐험한다. 유저들은 개성 있는 캐릭터와 풍부한 액션, 인상적인 BGM 등에 감탄했다. 일본에서 단일 소프트웨어로 가장 많은 681만 장 판매됐다.
*마리오 시리즈 가운데 가장 인기가 높인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3'은 1988년 10월 발매됐다. 전작보다 스테이지와 액션이 크게 진화했다. 사막, 얼음, 거인국 등 다채로운 스테이지가 추가됐는데, 가고 싶은 코스를 지도에서 선택할 수 있다. 너구리, 개구리 (마리오) 등으로 변신해 여덟 가지 스테이지를 공략한다.
*마리오는 1990년 7월 '닥터 마리오'를 시작으로 다양한 장르의 게임에 등장했다. '닥터 마리오'는 의사가 된 마리오가 주인공인 낙하형 퍼즐 게임이다. 캡슐을 이용해 병 안에 번식한 바이러스를 물리친다. 같은 색의 캡슐을 네 개 이상 연속시키면 바이러스가 지워진다. 1991년 9월 발매된 '마리오 오픈 골프'는 전체 18홀 타수를 겨루는 스트로크 플레이와 홀마다 승패를 겨루는 매치 플레이로 구성됐다. 세계 각지 다섯 코스를 플레이할 수 있고, 2인 플레이 때 마리오와 루이지를 사용할 수 있다.
*패밀리 컴퓨터 디스크 시스템용으로 1986년 6월 출시된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2'는 첫 마리오 시리즈의 마이너체인지 버전이다. 마리오와 루이지에게 능력 차가 생겼고, 독버섯과 돌풍 등 새로운 요소도 추가됐다. 세이브 기능을 살려 클리어 횟수와 하이 스코어를 기록할 수 있는데 숨겨진 스테이지인 월드9와 스페셜 월드로 입소문을 탔다. 시리즈 중에서 난도가 가장 높다고 평가된다. 특히 월드4에서 게임을 포기하는 유저가 속출했다.
*요시는 1990년 슈퍼 패미컴과 동시 발매된 마리오 시리즈 4탄 '슈퍼마리오 월드'를 통해 데뷔했다. 마리오는 스핀 점프와 일정 시간 날아다니는 망토 등으로 새로운 액션이 추가됐다. 월드 맵에는 일곱 지역과 스타 로드로 불리는 숨겨진 코스가 있다. 최종전인 쿠파전에 등장하는, 슈퍼 패미컴의 확대·축소 기능을 활용한 연출에 게이머들은 충격받았다. 일본에서 355만 장 팔리며 대히트했다.
*'슈퍼마리오 카트'는 1992년 8월 출시됐다. 마리오 시리즈 캐릭터들이 나오는 레이싱게임이다. 아이템으로 상대 레이스를 방해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손꼽힌다. 잘만 활용하면 초보자도 역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하는 곳에서 깃털 아이템으로 대(大) 점프를 하거나 지름길을 찾을 수도 있다. 2인 대전 포함 네 가지 모드를 플레이할 수 있다. 일본에서 슈퍼 패미컴 소프트 최다 판매량인 382만 장을 기록했다.
*닌텐도는 1991년부터 프랜차이즈 체인점 '닌텐도 엔터테인먼트 숍'을 운영했다. 가맹한 소매점에 전용 코너를 설치하고, 게임 발매 열흘 전에 데모를 배포했다. 게임 홍보보다 소프트 끼워 팔기와 덤핑 판매를 방지하려는 목적이 더 컸다. 전성기에 일본에서만 소매점 2200곳이 가맹했다.
*'슈퍼마리오 64'는 1996년 12월 닌텐도 64(컴보이64)와 동시 발매됐다. 마리오 시리즈 최초의 3D 폴리곤 게임이다. 컨트롤러를 활용해 3D 액션을 즐기고 3D 공간을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마리오를 조작해 그림 속으로 뛰어들어 샌드박스 형태의 스테이지에서 파워스타를 모으는 것이 목적이다. 3D 액션의 교과서라 불릴 만큼 완성도가 높아 닌텐도64 게임 가운데 최다 판매량(일본 192만 장·세계 1191만 장)을 기록했다. 두 번째로 많이 팔린 게임은 '마리오 카트64'다. 일본에서 최다인 224만 장, 세계에서 987만 장 판매됐다.
*'New 슈퍼마리오 브라더스'는 2006년 5월 닌텐도DS 소프트로 출시됐다. 간단한 조작과 재미를 업그레이드시킨 횡 스크롤 액션 게임이다. 2D 방식으로 진행되나 그래픽과 캐릭터는 3D이다. 마리오의 기본 액션을 따라가는데 엉덩이 찍기, 벽 차기 등의 액션이 추가됐다. 거대 마리오와 콩 마리오로의 변신 요소도 더해졌다. 여덟 세계에 열 가지 코스가 있는데 월드4에서 월드7로 가려면 숨겨진 통로를 지나야 한다. 마리오와 루이지의 2인 대전 외에 터치 펜을 이용한 미니게임이 수록됐다. DS 소프트 가운데 일본 최다 판매량인 640만 장을 기록했다.
*미야모토 시게루는 닌텐도에서 총괄 매니저로 근무하던 야스코와 사내 연애해서 결혼에 골인했다. 신혼 살림집을 닌텐도 본사 근처에 차리고 도보나 자전거로 출퇴근했다. 가족은 그에게 창조력의 원천이다. 초기 히트작인 '슈퍼마리오'나 '젤다의 전설'이 어린 시절 산과 들에서 뛰어놀던 추억에서 영감을 얻었다면, 그 뒤 히트작인 '피크민'과 '닌텐독스'는 가족에게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미야모토는 아이들이 조금씩 성장하자 좀 더 자연 친화적 환경에서 키우고자 마당에 정원을 꾸몄다. 매주 일요일 아이들을 위해 목수가 되어 마당을 멋진 정원으로 가꿔갔다. 그는 아이들과 정원을 만들던 즐거운 추억들을 게임으로 만들고 싶었고, 이는 100만 장 넘게 팔린 '피크민'이란 게임으로 발전했다. 아이들이 성장한 뒤에는 강아지를 함께 키우기 시작했다. 전문 조련사를 불러 개를 훈련시켰고, 이 또한 가족에게 재미있는 추억이 됐다. 그는 개를 기르는 즐거움을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누고자 '닌텐독스'를 개발했고, 이는 840만 장의 판매고를 올렸다.
*미야모토는 아이디어가 없는 사람들이 가장 손쉬운 방식으로 게임을 만들어 인간의 말초적인 본능을 자극한다고 단언한다. 실제로 그는 자신이 만든 게임에서 유저들이 아무 이유 없이 사람 캐릭터에게 폭력을 행사할 수 없게 한다. 오직 악당 몬스터와만 싸우도록 한다.
*북미 게임 시장은 1983~1985년 아타리 쇼크로 위기를 겪었다. 비디오 게임 업계의 판매 경쟁이 과열돼 수익률이 대폭 하락한 사태다. 미국에서 비디오 게임은 수명을 다한 듯했다. 사람들이 더 이상 게임을 하지 않았다. 그 무렵 미국 정부는 학교 정규 교과과정으로 컴퓨터를 채택했다. 게임에 관한 관심이 컴퓨터로 쏠리면서 비디오 게임은 더욱 외면받았다. 부모들이 게임기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멀리할 정도였다. 미야모토가 1985년 패미컴과 '동키콩'을 가지고 미국에 진출하자 현지 언론들은 태평양 너머 멀리 떨어진 일본의 작은 기업이 미국 사정을 너무 모른다며 비아냥댔다. 하지만 패미컴은 6200만 대나 팔렸고, '슈퍼마리오'와 '젤다의 전설' 시리즈는 대히트했다. 현재 미야모토는 애니메이션의 월트 디즈니, 영화의 스티븐 스필버그, 음악의 비틀스와 동급으로 인정받는다. 사실상 비디오 게임 시장을 새롭게 창조했다고까지 평가받는다.
*'슈퍼마리오'는 세계 최초의 횡 스크롤 액션 게임이고, '젤다의 전설'은 비디오 게임 최초의 액션 롤플레잉 게임이다.
*미야모토의 데뷔작 '동키 콩'은 여러 편의 시리즈로 만들어져 지금까지 4300만 장 판매됐다. '슈퍼마리오' 시리즈는 비디오 게임 역사상 최다인 2억8500만 장, '젤다의 전설' 시리즈는 5200만 장 팔렸다.
*'스트리터 파이터 2'를 개발한 오카모토 요시키는 미야모토를 '게임의 신'이라고 칭송했다. '메탈기어 솔리드'로 유명한 고지마 히데오는 "구름 위에 있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소닉'의 아버지인 나카 유지는 "게임으로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분"이라 극찬했고, '파이널 판타지'의 사카구치 히로노부와 '버추어 파이터'의 스즈키 유는 가장 존경하는 사람으로 손꼽았다. 일본에만 국한된 추앙이 아니다. '블랙 앤 화이트'의 피터 몰리뉴와 '심즈'의 윌 라이트는 모두 가장 좋아하는 게임 기획자로 미야모토를 가리켰다. 현재 3D 엔진 시장을 양분하는 '둠'과 '언리얼'의 프로그래머들도 '슈퍼마리오'를 접하고 게임계에 입문했다. '둠'을 개발한 존 카맥은 '슈퍼마리오'를 베낀 '커맨더 킨'으로 유명해졌으며, '언리얼'을 프로그래밍한 팀 스위니도 같은 방식으로 '재즈 잭래빗'을 만들었다. 카맥은 '둠'에서 상자를 부수면 아이템이 나오는 설정이 '슈퍼마리오'에서 나온 아이디어라고 밝히며 "미야모토가 없었다면 '둠'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크래프트'와 '디아블로'로 유명한 게임 크리에이터 빌 로퍼는 "미야모토는 게임을 만들었지만 사실 세상을 창조했다고 말해도 무방하다"고 밝혔다.
*'게임을 하는 사람' 하면 어두운 방구석에 혼자 갇혀서 어두운 얼굴빛과 흐리멍덩한 눈빛으로 화면을 응시하는 이미지부터 떠오르게 마련이다. 미야모토는 이런 부정적인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서 닌텐도 위를 개발했다. 사람들과 함께할수록 재미가 배가 되고 몸을 움직여서 체력도 좋아지게 되는 체감형 머신이다. 게임을 통해서 뇌를 단련시켜주는 게 닌텐도DS라면 몸을 단련시켜주는 게 닌텐도 위의 접근 방식이다.
*미야모토는 최첨단 디지털 기술로 경쟁하는 게임 업계에서 일하면서도 아날로그적 삶을 추구한다. 게임 디자이너들이 기술에 몰두해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잃어버리듯이 일상적인 삶에서도 너무 기술에 의존하면 삶의 다른 소중한 부분을 놓칠 수 있다고 믿어서다. 이는 그가 일본의 수도 도쿄가 아니라 조금은 한적한 교토를 선호하는 것에서 잘 드러난다. 원래 닌텐도는 사업을 위해 도쿄로 옮기려 했으나 교토에 계속 머물기로 했다. 교통의 전원 마을 소노베에서 태어난 토박이인 미야모토는 이것이 매우 다행스러운 순간이었다고 고백한다. 한 달에 한 번 자전거를 타고 소노베를 방문해서 자연의 향기로움을 체험한다는 그에게 대도시는 어울리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게임의 운명을 결정하는 기획과 시나리오'에는 다음과 같이 기술돼 있다. "아직도 휴대폰이 없는 그를 보면 디지털 기술과 아날로그적인 삶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기술을 사용할 때도 앞선 기술과 뒤처진 기술이 혼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그의 말은 인생의 균형과 조화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참고 자료 : 데이비드 셰프 지음·김성균·권희정 옮김·발행처 이레미디어 '닌텐도의 비밀(2009)', 김영한 지음·발행처 한국경제신문사 '닌텐도 이야기(2009)', 인문학협동조합 엮음·발행처 요다 '81년생 마리오(2017)', 블레이크 J. 해리스 지음·이미령 옮김·발행처 길벗 '콘솔 워즈(2017)', 제프 라이언 지음·박기성 옮김·발행처 에이콘 '닌텐도는 어떻게 세계를 정복했는가(2015)', 김정남·김정현 지음·발행처 e비즈북스 '게임의 운명을 결정하는 기획과 시나리오(2018)', 야마자키 이사오 지음·정우열 옮김·발행처 라의눈 '닌텐도 컴플리트 가이드: 컴퓨터 게임 편(2021)' 등.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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