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갈등 심해졌지만, 화해 늘어난 노사관계 [尹노동개혁 1년]
“진정한 노동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노사 법치주의를 확립하고, 우리 헌법 정신에 위배되는 기득권의 고용세습은 확실히 뿌리 뽑을 것이다.” - 윤석열 대통령
오는 10일로 출범 1주년을 맞이하는 윤석열 정부의 중요한 축은 ‘노동 개혁’이다. 지난해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도 윤 대통령은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개혁 가운데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이 노동 개혁”이라고 강조할 정도로 임기 내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윤 정부는 지난 1년간 근로시간제 개편안,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노조회계 투명성 등 노동 개혁 과제를 강하게 추진해왔다. 특히 지난해 전국을 강타한 화물연대 총파업부터 채용강요 등 건설현장에 만연한 불법 관행까지 강경하게 대응하면서 법과 원칙을 바로 세우려 애썼다. 법과 원칙에 따른 노사 법치주의 확립으로 노조 불법 관행은 상당수 근절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불법 관행 개선에도…출구 보이지 않는 노정(勞政)
다만 과제 대부분이 입법이 필요한 사안이다 보니 거대 야당의 반대에 번번이 가로막히기 일쑤였고, 정부안 입법예고까지 이뤄질 정도로 빠르게 추진되던 근로시간제 개편안도 ‘주69시간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하고 정처 없이 표류하고 있다. 정부는 오는 9월 국회 본회의가 열리기 전까지 근로시간제 관련 대국민 설문조사를 실시해 동력을 회복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총선 국면과 맞물리면서 연내 추진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쟁의 대신 화해를…평화적 해법 택한 노사(勞使)
다행인 것은 전통적인 노사 분쟁은 오히려 지난 1년새 극단적인 분쟁 대신 평화적인 해결책을 찾는 경우가 늘어났다는 점이다. 과거처럼 무작정 쟁의에 돌입하거나 법정으로 달려가기보단 ‘조정’과 ‘화해’를 통해 해결하는 비율이 크게 증가한 것이다. 노사 교섭 관행, 권리분쟁 해결 등 소프트웨어적 노동개혁에서 지난 1년간 유의미한 진전이 있었다는 평가다.
직장 내 괴롭힘 등 개별분쟁 사건은 지난해보다 16.3%(551건) 증가했지만, 당사자 간에 화해로 사건을 종결하는 화해율도 2.1%포인트 증가한 31.8%를 기록했다. 인정 건수와 화해 건수 비율인 권리구제율도 0.8%포인트 상승한 65.3%를 보였다. 특히 평균 사건처리 기간도 50.2일로, 지난해보다 1.2일(28.8시간) 단축됐다.
이 같은 배경엔 지난해 11월 취임한 김태기 중앙노동위원장이 강력하게 추진한 ‘대안적 분쟁 해결’(ADR)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ADR은 화해·조정·중재 등 판정 이외에 갈등 당사자들이 자주적으로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을 통칭하는 대안 해결책이다. 이를 통해 노사분규를 줄이고 분쟁종결과 권리구제 효과 상승 등 노동 관행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 김 위원장의 설명이다.
실제로 판정 등 법률적 해결은 접수에서 종결까지 평균 86.2일이 소요되는 반면, ADR 방식을 통하면 사건 종결까지 평균 39.0일로 소요됐다. 평균적으로 2배 이상 빠르게 구제받을 수 있는 것이다. 노동위 사건 대부분(88.8%)이 개별적 권리분쟁 사건이고, 개별 사건의 90% 이상이 영세사업장 분쟁이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최대한 빠르게 분쟁이 해결되는 것이 노사 모두에게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김 위원장은 “노동분쟁이 많아지고 분쟁의 양상도 노사(勞使)·노노(勞勞)·사사(使使) 등 다양한 유형으로 확대되고 있어 당사자가 수용할 수 있으면서 신속하게 분쟁이 해결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세종=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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