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총선 물갈이 공포…숨은 변수는 '55% 허들'
경기·인천은 제로…서울도 강남·서초 등 3곳뿐
영남에 몰려 있는 국민의힘 '당선 확실' 지역
윤석열 대통령의 멘토로 불렸던 신평 변호사가 지난 3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전한 얘기는 여권 내부의 기류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내용이다.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내년 4월10일 제22대 총선과 관련해 물갈이 가능성이 흘러나오고 있다.
지역구를 전반적으로 물갈이를 한다기보다는 이른바 '알토란 지역구' 공천이 크게 바뀔 것이란 내용이다. 국민의힘 간판을 달고 나오면 당선이 유력한 지역구를 중심으로 현역 의원들의 교체가 이어질 것이고, 해당 지역에는 윤 대통령과 가까운 검사 출신 인사들이 대거 공천받을 것이란 시나리오다.
대통령실을 포함해 여권 핵심부 쪽에서는 이른바 검사 공천설에 선을 긋고 있지만, 대통령의 멘토로 불렸던 신 변호사까지 그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주목할 부분이다.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부인한다고 해서 여당 현역 의원들의 공포가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검사 총선 출마설…당선 기대지역 경쟁 치열 예상
검사 출신 인사들 가운데 총선에 나설 경우 당선을 기대할 수 있는 이들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비롯해 일부에 불과하다. 한 장관 역시 이른바 정치 험지가 아니라 비교적 정치적 밭이 좋은 곳에 출마해야 낙선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총선은 전쟁에 비유될 정도로 힘겨운 경쟁의 장이라는 점을 고려한 분석이다.
한 장관은 현역 의원 이상으로 인지도를 쌓았지만, 대다수 검사 출신 출마 예상 후보들은 인지도가 미미한 수준이다. 이미 지역구에서 몇 년에 걸쳐 텃밭갈이를 해온 정치인들과 비교한다면 결정적인 약점이다. 인지도가 약하고, 지역 조직력도 열세일 수밖에 없는 인사들이 당선에 이르려면 지역 선정이 중요하다.
최근 논란의 초점이 되는 서울 강남구갑 지역구의 태영호 의원 사례도 결국은 공천을 둘러싼 문제가 갈등의 불씨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태 의원은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과의 공천 협의설과 관련해 이렇게 전했다.
"이번 사건 본질은 보좌진 전체가 참석한 회의에서 제가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에 당선됐음에도 공천에 대해 걱정하는 보좌진을 안심시키고, 최고위원으로서 활동 중심을 윤석열 정부 성공에 전념하도록 독려하는 차원에서 나온 발언을 회의 참석자 중 누군가가 녹음해 불순한 의도로 유출한 것이다."
태 의원은 이진복 정무수석과의 공천협의설을 부인했다. 진의가 왜곡됐다는 얘기다. 다만 그의 메시지는 여당 최고위원인 자신에 대한 공천 의구심이 존재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왜 강남갑이 논란의 대상이 됐을까. 2020년 제21대 총선에서 태 의원(당시 후보 이름 태구민)은 58.4%의 득표율을 올렸다. 당선을 걱정하지 않을 수준의 높은 득표율이다.
실제로 태 의원이 얻은 득표율은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 후보가 서울에서 얻은 득표율 가운데 상위권에 속한다. 당시 총선은 더불어민주당의 강세 속에서 치러졌다는 점에서 55%가 넘는 득표율은 선전한 결과다. 이는 강남구갑이 국민의힘에 유리한 지역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태 의원의 정치적인 개인기도 득표에 영향을 줬겠지만, 국민의힘 지지 성향이 강한 지역구 특성이 55%가 넘는 득표율을 올리는 배경이 됐다는 의미다.
총선 후보의 득표율 50%는 당선을 의미한다. 하지만 여론조사에서 50% 초반의 지지는 정치 상황에 따라 당락이 뒤바뀔 수 있는 아슬아슬한 숫자다. 적어도 55% 이상의 지지를 받아야 낙선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 이는 전국 253개 지역구 모두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상당수 박빙 지역은 여야 후보가 45~50% 득표율을 놓고 피 말리는 경쟁을 벌인다.
지난 총선 55% 이상 득표율 지역, 영남권에 집중
당선을 안심하기 어려운 지역(예를 들어 득표율 45% 안팎이 예상되는 곳)에 출마하는 것은 정치적인 리스크를 짊어지는 행동이다. 제22대 총선을 통해 의원 배지를 받고자 하는 정치신인들은 누구나 자기 정당의 강세 지역(예를 들어 득표율 55% 이상을 올릴 수 있는 곳)에 출마를 희망하기 마련이다. 문제는 그런 지역이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국민의힘으로 눈을 돌리면 2020년 제21대 총선에서 득표율 55%를 넘은 곳은 수도권에서 단 3곳에 불과하다. 태 의원의 강남구갑과 유경준 의원의 강남구병, 당시 윤희숙 의원이 당선된 서초구갑 등이다.
서울의 다른 지역은 55% 득표율에 이르지 못했다. 인천은 단 한 명의 후보도 55%를 넘지 못했다. 경기도 역시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경기 여주·양평 지역구에 출마한 김선교 후보가 54.97%를 얻은 게 가장 높은 득표율이었다.
강원도와 제주도는 55%를 넘는 득표율을 기록한 후보가 없었다. 대전 충남 세종 충북 등 충청권의 경우 충북 보은·옥천·영동의 박덕흠 후보가 56.9% 득표율로 유일하게 55% 벽을 넘어섰다. 호남에서도 55%를 넘긴 후보가 없었다.
울산에서는 남구을에 출마한 김기현 의원만이 58.5% 득표율로 55% 벽을 넘었다.
대구, 경북, 부산, 경남 등 다른 영남 지역은 상대적으로 55% 득표율을 넘은 곳이 많다. 부산은 해운대갑의 하태경 의원, 사하구을의 조경태 의원 지역구 등 5곳이다. 대구는 수성구갑의 주호영 의원 지역구 등 10곳에 이른다. 경북은 포항북구의 김정재 의원 지역구 등 11곳이 55% 벽을 넘었다. 경남은 의령·함안·창녕의 조해진 의원 지역구 등 8곳이 55% 벽을 넘어섰다.
영남은 '국민의힘 공천=당선'을 기대할 수 있는 곳이 상대적으로 많지만, 수도권이나 호남, 충청, 강원·제주로 범위를 달리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윤석열 정부의 실세로 부각된 검사 출신들이 내년 총선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은 많지만, 영남이 아닌 수도권 등 다른 지역에 출마한다면 당선을 안심하기는 어렵다.
서울의 경우 강남구와 서초구의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만만하지 않은 지역이 대부분이다. 경기도 역시 지난 총선 결과를 되짚어 본다면 어느 한 곳도 만만하지 않다. 국민의힘의 강세 지역으로 흔히 거론되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갑에서 김은혜 후보는 50.1%의 득표율로 당선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관 후보와 1%도 안 되는 초박빙 승부를 벌인 끝에 신승을 거뒀다.
검사 출신을 대거 공천할 것이란 정치권의 소문은 무성하지만, 실행에 옮길 경우 지역구 선정은 고민의 대상이다. 당선의 길이 힘겨울수록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여겨지는 강남과 서초 등 일부 지역의 공천 경쟁은 더 치열하게 전개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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