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이미지가 내 전부는 아닌데..." 예능인들의 속내

김상화 2023. 5. 6.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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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 리뷰] 유재석의 <핑계고> , 고민 털어놓은 전소민-이미주

[김상화 기자]

 지난 4일 공개된 뜬뜬 채널의 '핑계고'
ⓒ 안테나
안테나의 유튜브 채널 '뜬뜬'이 제작하는 웹예능 <핑계고>는 좀 특별한 유튜브 콘텐츠 중 하나다. 날이 바뀌면 수많은 웹예능이 등장했다 사라지는 요즘, 별다른 기계 장치 없이 주인공 유재석과 초대손님 3-4명의 두서 없이 전개되는 토크만으로도 큰 웃음을 선사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이래 특별히 고정된 공개일, 시간을 정해두지 않고 소개되는 에피소드는 늘 수백만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할 만큼 사람들의 클릭을 이끌면서 입담으로 일상 속 스트레스를 푸는 재미를 선사해왔다. 짜여진 틀 안에서 움직이는 TV 토크 예능과는 전혀 다른 방향성 덕분에 배우 이동욱, 방탄소년단 지민-슈가 등 의외의 손님들이 이곳에선 날것에 가까운 대화를 펼치면서 구독자들을 사로잡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 4일 공개된 '가정의 달은 핑계고'는 조금 다른 결을 지닌 내용물을 담아 눈길을 끌었다. 각각 <런닝맨> <놀면 뭐하니>, 그리고 <식스센스>를 통해 유재석과 호흡을 맞추고 있는 배우 전소민, 가수 이미주가 출연해 '반고정' 멤버 조세호와 더불어 예능인으로서의 고민, 캐스팅 논란에 대한 진솔한 의견이 등장해 관심을 모은 것이다. 

예능 인재 찾기 위한 고민
 
 지난 4일 공개된 뜬뜬 채널의 '핑계고'
ⓒ 안테나
 
오래전 부터 공언했던 대로 이날의 초대손님의 유재석의 '예능 동생'들인 전소민-이미주였다. 그리고 <핑계고> 최다 출연자인 조세호도 함께 자리하면서 이들의 입담에 특유의 양념을 덧붙였다. 그런데 본격적인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자연스럽게 내용은 예능인으로서의 고민, 캐스팅 등 살짝 민감할 수 있는 소재의 등장으로 이어졌다. 

유재석은 "저는 누군가를 추천할 때 굉장히 조심스럽다. 내가 마치 얘를 특별히 아끼고 좋아해서? 저는 절대 그렇지 않다. 제 호의가 제작진과 당사자 양쪽을 힘들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절대 그런 선택을 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한다. 이어 "어떤 자리는 '아, 이 친구면 딱 어울리겠다' 할 때가 있다. 또 마침 '누가 없을까요?'라고 할 때 타이밍이 맞아 <놀러와>에 (조)세호를 추천하게 되었다"고 회상했다.   

이는 최근 지적되는 '인맥 예능' 아니냐는 일부의 비난에 대한 해명처럼 보일 수도 있었지만 예능 인재를 찾기 위한 과정에서 발탁된 예능인들 선택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예능 세계에서 안정적으로 본인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인재풀이 그렇게 넓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저도, 제작진도 늘 그런 인물을 눈에 불을 켜고 찾는다"라는 유재석의 언급은 그만큼 캐스팅에 대한 고민이 적지 않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리고 예능인들의 고민은 비단 이것 뿐만은 아니었다.  

이들은 어떻게 유재석과 예능을 하게 되었을까?
 
 지난 4일 공개된 뜬뜬 채널의 '핑계고'
ⓒ 안테나
 
"조세호와 함께 다니면 누가 봐도 유퀴즈야!"라는 말과 더불어 전소민, 이미주와 처음 예능을 하게 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대화의 내용으로 등장했다. 배우라는 정보외엔 아무런 친분도 없었던 전소민은 2014년 KBS <해피투게더3> 당시 초대손님으로 나와 큰 웃음을 선사한 바 있었다. 시키지 않은 것까지 본인이 나서서 할 정도로 일일 드라마 속 주인공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를 보여 줬었다. 

이에 유재석은 "저 친구는 예능을 한번 해도 되겠다!"하며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걸 좋아하는 게 눈에 보였다고 언급했다. 이후 제작진이 "누구 요즘 재밌는 분 없어요?"라고 말할 때 그는 "전소민씨라고 그분 웃기던데..."라면서 자언스럽게 거론되었고 시간이 지나 그 후 현재의 <런닝맨>에서 호흡을 맞추게 되었다.  

이미주 역시 과정은 비슷했다. 러블리즈 활동 당시 음악방송 출근길 포즈로 화제를 모으면서 유재석은 "이 친구 독특하네"라는 생각을 가졌었다고 회상했다. 이후 "이 친구 왜 이럴까?"라는 궁금증은 프로그램 초대손님으로 겪어 보면서 "이 안에서 본인 스스로의 존재감을 보이기 위한 노력이었구나"라고 이해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조세호 또한 아무런 친분, 인연이 없는 상태에서 10여년 전 MBC <놀러와> 고정 패널 중 한 명으로 호흡을 맞췄던 것이 지금에 이르렀다.   

"방송 이미지가 내 전부는 아닌데..." 예능인들의 속내
 
 지난 4일 공개된 뜬뜬 채널의 '핑계고'
ⓒ 안테나
 
배우와 예능인을 모두 훌륭히 소화해내는 전소민은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재미를 드려야 하니까 그 캐릭터가 확실해지는 게 없잖아 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다 보니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나를 이런 사람으로 생각하는 게 아닌가?"라는 것이었다. "소민이는 이런 애니까... 라고 단정지으면 어쩌나?"라는 말은 예능인의 자리가 결코 쉽지 않음을 에둘러 표현한 것처럼 느껴졌다. 

이미주 역시 비슷했다. "낯선 곳에 가면 대화 잘 못하고 낯 가린다. 근데 사람들은 제 방송 모습만 보고..."라고 언급한다. 24시간 높은 텐션을 유지할 수 없는 노릇이다보니 이는 그들에게 적잖게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것이었다. "방송이랑 많이 다르네요"라는 말은 이들에겐 때론 상처가 되기도 했다.  

재미를 위해 평소보다 좀 더 끌어 올린 노력의 결과물이 그 사람에 대한 선입견이 된다는 건 열심히 본업을 충실히 수행해온 예능인들에 대한 배려, 예의와는 거리가 먼 것이기에 보는 시청자 입장에선 안타까움을 갖게 만들었다. 이들의 진솔한 대화는 다음주 6일 공개될 2편을 통해 더욱 자세히 다뤄질 예정이다.  

즐겁게 지인들과의 격의 없는 수다로 채워졌던 <핑계고>였지만 이날 만큼은 예능 후배들을 위한 진솔한 고민 상담소로 구성이 변화하면서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했다. 늘 밝은 표정으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전달하는 예능인들도 마음 속 한 귀퉁이에는 다양한 고민을 지니고 있었기에 한편으론 안쓰러움과 응원의 심정을 동시에 갖게끔 했다.

유재석의 표현처럼 부서지고 깨지고 하는 과정을 거쳐 여기까지 도달한 이들이기에 고민의 그림자는 더욱 짙었을지도 모른다. "유퀴즈 보다 더 진솔한 토크였다"라는 어느 구독자의 댓글처럼 이번 <핑계고>는 그동안 밖으로 표현하지 못했던 예능인들의 속내를 훌훌 던져 버릴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줬다. 화면 속 모습에 의한 선입견을 버리고 그들에게 한발짝 더 다가갈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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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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