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도 연예인도' 달 여행 간다는데…국제 규정은 누가 정해?

이지영 2023. 5. 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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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벤처기업 ‘아이스페이스’의 달 착륙선. AP=연합뉴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4월 20일(현지시간) 달·화성 탐사를 위해 개발한 대형 우주선 ‘스타십’(Starship)이 첫 지구궤도 시험비행에 나섰으나 실패했다. 스페이스X는 비행이 실패로 끝난 뒤 트위터에 “데이터를 계속 검토해 다음 시험비행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벤처기업 ‘아이스페이스’(ispace)가 개발한 무인 달 착륙선이 4월 26일 새벽 달 착륙을 시도했으나, 임무 달성에 실패했다. 일본은 러시아, 미국, 중국에 이어 네 번째로 달 착륙에 성공한 나라가 될뻔 했지만 아쉽게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이처럼 민간 기업들이 앞다퉈 달 탐사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달의 탐사와 이용을 둘러싼 국제 규정이 미비한 상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1960년대 채택돼 100여 개국이 가입한 ‘우주조약’은 우주 탐사와 이용에 관한 기본 원칙을 담고 있다.

하지만 ‘비정부 조직’에 대해서는 간단한 언급만 담고 있다. 이후 1979년 유엔(UN)의 중재로 좀 더 세부적인 내용을 담은 ‘달 협정’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달 협정은 18개국만 수용한 상태고, 정작 우주 탐사 분야의 주요 국가인 미국, 중국, 러시아 등은 비준하지 않았다.

결국 최근 달 탐사나 여행 프로그램은 조약 같은 국제 규정에 기반하지 않고 추진되는 상황이다.

블룸버그는 “우주 커뮤니티에서 ‘누가 규칙을 정하냐’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경우가 꽤 많다”며 “많은 주요 우주 여행국이 달 자원의 상업화를 규제하는 기초에 대해 동의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항공우주국(NASA) 주도로 아르테미스 협정이 체결돼 23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달 영토를 차지하려는 미국의 편법적인 대응'이라는 주장한다.

중국과 러시아는 2021년 국제달연구기지(ILRS)를 2035년까지 건설하겠다고 합의하고 다른 국가 없이 두 나라만이 이를 추진 중이다.


달탐사, 국제 규정 아닌 개별국가 규정으로 추진


스타십 발사 모습. UPI=연합뉴스
결국 최근 달 탐사나 여행 프로그램은 조약 같은 국제 규정에 기반하지 않고 추진되는 상황이다.

‘아이스페이스’의 지난달 26일 달 착륙 시도도 일본 국내법에 기초한 상업 활동 허가를 받아 진행됐다.

우주 개발에 적극적인 미국이나 아랍에미리트(UAE), 룩셈부르크도 개별 국가 차원에서 유사한 규정을 두고 있다.

다수의 관련 전문가는 달 탐사, 달 여행은 개별 국가 차원보다 국제 규정에 기반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독일 쾰른대에서 우주법을 강의하는 슈테판 호베 교수는 블룸버그에 “달은 특정 국가의 영토가 아닌 만큼 개별 국가의 관점에서 법을 만드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국제 규정 한줄 없지만 늘어나는 달 프로젝트


디어문 달 여행 참가자들과 마에자와 유사쿠(가운데). 디어문 프로젝트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국제 규정이 미비한 상황에 아랑곳하지 않고 야심 차게 달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나라들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50여 년만의 달 유인 탐사 계획인 ‘아르테미스’를 추진 중이다. 중국, 유럽, 인도, 일본, 러시아, UAE 등도 정부 차원에서 달 관련 프로젝트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에는 민간 기업들의 달 여행 프로그램이 가세했다. 대표적으로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기업 스페이스X는 달·화성 탐사를 위한 대형 우주선 ‘스타십’을 개발하면서 달 관광 프로젝트 ‘디어문’(#dearMoon) 을 판매했다.

‘디어문’은 일본 최대 의류 전문 온라인 쇼핑몰인 조조타운의 설립자이자 전자상거래 기업 스타트투데이 창업자인 유명 기업가 마에자와 유사쿠가 기획한 아트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마에자와 유사쿠는 디어문 프로젝트에 그룹 빅뱅의 탑(최승현), 방탄소년단과의 협업으로 이름을 알린 미국 DJ 겸 프로듀서 스티브 아오키, 미국 뮤지션 겸 유튜버 팀 토드, 체코 안무가 예미 AD, 아일랜드 사진작가 리애넌 애덤, 영국 사진작가 카림 일리야, 미국 영화 제작자 브렌던 홀, 인도 배우 데브 조시 등 다양한 국가 및 분야의 아티스트를 탑승자로 발탁했다.

탑은 당시 “디어문 프로젝트 크루 멤버로 선정돼 너무나 영광”이라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개인적인 성장을 기대하고 있고 새로운 자극과 깨달음을 느끼고 싶다”고 지원 동기를 밝힌 바 있다.

또한 지난 2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팬이 만든 ‘디어문’ 프로젝트의 탑승권 합성 사진을 공유하며 설레는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탑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탑승권 합성 사진. 뉴스1, 탑 인스타그램 캡처

이들은 올해 스페이스X가 개발 중인 스타십 우주선을 타고 총 6일간 달 주변을 돌고 지구로 귀환하는 우주여행을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 20일 스타십 우주선의 첫 지구궤도 시험 비행이 실패함에 따라 여행 일정은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민간 기업에서 관련 성공 사례가 나온다면 달 여행 수요는 급증할 전망이다. 또 개별국 규정에 기초해 사업에 나서려는 기업들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로사나 디플라노 영국 레스터대 로스쿨 교수는 우주 사업에 나서는 기업들이 현 상황에서는 “가장 손쉬운 법률 관할 구역을 선택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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