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라미드보다 오래된 '5000살' 칠레 나무…세계 최고령 등극 코앞

김은빈 2023. 5. 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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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령 나무로 추정되는 칠레 남부의 알레르세 나무. AFP=연합뉴스

칠레 남부에서 5000살이 넘은 것으로 추정되는 거대 나무가 새로운 '세계 최고령 나무'로 인증 과정에 있다고 AFP통신 등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진 나무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브리슬콘 소나무다. 구약성서에 나오는 최고령 인물의 이름을 따 '므두셀라'(Methuselah)라고 불리는 이 나무는 현재 4850살이 넘은 것으로 추정됐다.

새롭게 최고령 나무로 주목받게 될 나무는 이보다 많게는 600년을 더 산 것으로 추정된다. 칠레 환경과학자 조나단 바리치비치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이 나무가 5000살이 넘었을 가능성을 80%로 추정하며, 최고 5484년이 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미국 과학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무려 기자 피라미드(기원전 2560년 전후)가 세워지기 이전"이라고 표현했다.

이 나무는 주로 칠레 남부와 아르헨티나 안데스 산맥에 서식하는 침엽수 '파타고니안 사이프러스'다. 자생지인 알레르세코스테로 국립공원의 이름을 따 '알레르세'라고 불린다. '세계 최고령 나무' 등극을 앞두고 '증조 할아버지'라는 별칭도 붙었다. 알레르세는 매우 느리게 성장하며 최고 45m까지 자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레르세는 1972년 숲을 순찰하던 공원 관리인에게 처음 발견됐다. 바리치비치 박사는 이 공원 관리인 딸의 조카로, 어릴 때부터 숲에서 뛰어놀며 자연스레 알레르세를 관찰하고 연구하게 됐다고 했다.

바리치비치 박사 연구팀은 알레르세의 수령을 파악하기 위해 현존하는 가장 긴 드릴을 사용해 샘플을 채취하려고 했지만, 몸통 지름이 무려 4m에 달해 중앙부까지 드릴이 도달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추출된 표본의 수령은 2400년이 된 것으로 추정됐으며, 연대 측정법을 통해 계산한 결과 "5000살이 넘었을 가능성이 80%, 그보다 어릴 가능성이 20%였다"고 말했다. 이 결과는 학계 입증을 앞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고령 나무로 추정되는 칠레 남부의 알레르세 나무. AFP=연합뉴스

연구팀은 "고대 나무는 저항과 적응의 상징이기 때문에 특별한 유전자와 역사를 가지고 있다"며 "단순히 기록에 들기 위한 것뿐 아니라 이 나무에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고 보호해야 하는 데는 더 많은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또 알레르세는 과거를 들여다볼 수 있는 타임캡슐과 같다며 "이 나무가 사라진다면 생명체가 지구의 변화에 어떻게 적응했는지 밝힐 수 있는 중요한 열쇠도 사라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연구팀은 알레르세의 보호에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진을 찍기 위해 몰려든 관광객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데다가 칠레 남부의 기후가 예전보다 따뜻하고 건조해지면서 가뭄 우려도 커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인근에 설치된 관광 전망대가 알레르세의 뿌리 대부분을 덮고 있어 수분 공급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며 "가까운 미래에는 직접 물을 줘야 할 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연구팀은 이에 칠레 정부에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 지정과 함께 방문객 제한을 요구한 상태다. 바리치비치 박사는 "이 자연의 보물을 보호하는 것은 우리의 책임이고 정부는 정말 그렇게 해야 한다"며 "이것은 우리의 정체성의 일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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