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는 7차전으로, 올해 챔프전이 역대급인 이유
[이준목 기자]
2023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은 봄농구 역사에 남을 최고의 명승부로 오랫동안 기억될 전망이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던 양팀의 대결이 마침내 최종 7차전까지 간다.
5월 5일 경기도 안양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 4승제) 6차전에서 홈팀 안양 KGC가 서울 SK에게 86-77로 역전승을 거두며 시리즈 전적을 3승 3패 원점으로 돌렸다.
4쿼터가 시작될 때까지만 해도 SK의 업셋 우승이 눈앞으로 다가온 것처럼 보였다. SK는 3쿼터 막판까지 67-52, 한때 15점차까지 크게 점수차를 벌리며 승기를 잡았다. SK가 그동안 4쿼터에 유난히 강한 모습을 보인 데다 KGC는 줄곧 SK의 지역방어에 좀처럼 대처하지 못하고 있었다.
김상식 KGC 감독은 4쿼터에 1옵션 오마리 스펠맨 대신 대릴 먼로를 투입하고, 가드 3명을 동시에 투입하는 변칙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노장인 먼로는 1대 1 공격력은 스펠맨보다 떨어지지만 이타적이고 패싱센스가 뛰어난 선수. 먼로가 투입되면서 페인트존 인근에서 중계플레이를 통하여 KGC의 볼흐름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먼로는 동료들의 득점을 돕는 것은 물론, 4쿼터에는 공격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10점 5리바운드를 몰아넣으며 맹활약했다. 먼로는 오세근과 하이-로우 게임을 펼쳤고, 공격 리바운드에 이은 풋백 득점과 바스켓 카운트, 3점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공격을 성공시켰다.
또한 수비에서도 SK의 원투펀치를 견제하는 데 먼로의 활약은 빛났다. 먼로는 자신보다 체격이 큰 워니을 상대로 찰거머리같은 몸싸움으로 슛을 편하게 쏘지못하게 막았고, 상대가 2대 2플레이를 펼칠때는 가드 김선형이 돌파하는 길목을 미리 차단해내며 공이 최대한 쉽게 전달되지 못하게 방해했다.
KGC의 아픈 손가락이던 변준형도 4쿼터에 살아났다. 변준형은 사실 이번 챔프전 내내 부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5차전까지 평균 11.2점 6.2어시스트로 정규리그(평균 14.1점 5.0어시스트)때 보다 득점력이 줄었고, 야투율이 33.3%에 그쳤다. 이날 6차전도 3쿼터까지 5점에 묶인데다 연이은 실책성플레이까지 남발하며 만일 경기를 패했다면 우승 좌절의 최대 원흉이 될 뻔했다.
하지만 김상식 감독은 끝까지 변준형을 믿었다. SK의 수비를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변준형과 가드진이 적극적으로 돌파를 시도하거나 슛을 노려야 했기 때문이다. 부담감에 소극적이었던 변준형은 4쿼터에 다른 선수로 환골탈태하며 3점슛 2개 등 10점을 몰아넣었다. 스텝백 점퍼로 69-69 동점을 만든데 이어 경기 종료 4분18초를 남기고는 3점 라인 오른쪽 45도 지점에서 드리블로 수비를 벗겨낸 뒤 3점포를 꽂아넣으며 72-69 역전을 안기는 등, 승부처에서 보여준 클러치능력은 이날의 백미였다.
두 영웅의 맹활약을 앞세워 KGC는 4쿼터에만 SK를 30-10으로 압도했다. 특히 4쿼터 6분23초 동안 실점없이 무려 20득점을 연속 폭발시키며 58-69로 끌려가던 경기를 78-69로 뒤집었다. 챔프전같은 큰 경기에서 보기드문 퍼포먼스이자, 정규리그 1위팀 KGC의 저력을 보여준 명장면이었다.
반면 SK는 마지막 10분을 버티지 못하고 충격적인 대역전패를 당하며 거의 눈앞에 다가온 우승을 놓쳤다. 역시 원정경기로 치러야 하는 최종 7차전까지 후유증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전희철 SK 감독은 KGC가 대릴 먼로를 투입했을 때 맨투맨 수비로의 전환 타이밍을 놓친 것을 자신의 패착으로 꼽았다. 실제로 먼로의 투입이후 KGC의 공격 흐름이 살아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4쿼터들어 SK의 경기력이 당혹스러울 정도로 완전히 망가진 것을 설명하기에는 충분치 않다.
SK는 4쿼터 고작 10점에 그칠 동안 야투율은 고작 30.8%(4/13)에 그쳤고, 리바운드 싸움에서 3-9로 크게 밀리며 KGC에게 공격리바운드와 세컨 찬스를 허용했다. 1-3쿼터와 4쿼터의 SK는 완전히 다른 팀이었다.
근본적인 원인은 역시 체력 고갈이었다. SK는 6강플레이오프부터 치르고 올라온데다 가용자원도 KGC보다 부족한 상황이다보니 체력부담이 심하다. 전희철 감독은 4-5차전에 워니와 김선형을 과감히 선발에서 제외하는 변칙 라인업을 구사하며 어느 정도 체력을 안배해줬다.
하지만 이날은 6차전에서 승부를 끝내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드러내며 최부경을 풀타임, 워니를 37분59초나 뛰게했다. 김선형과 허일영도 30분 이상을 소화했다. 적절한 로테이션이나 작전타임을 활용하여 선수들을 쉬게 해주는 타이밍이 필요했지만, 3쿼터 중반까지 흐름이 워낙 좋았다보니 변화를 주지않고 밀고 갔던게 4쿼터들어 오히려 독이 됐다. 한번 흐름을 넘겨주자 지친 SK 선수들의 발놀림은 더욱 무뎌졌고 속수무책으로 대역전패를 바라만봐야했다. SK의 체력은 바닥났고 KGC의 기세는 한껏 오른 7차전에서 전희철 감독이 경기운영에 고심이 더 깊어질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번 챔프전 시리즈가 유난히 재미있는 이유는, 경기 자체도 치열하지만 벤치의 치밀한 지략대결에 따라 경기흐름이 수시로 뒤집히는 장군멍군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전희철 감독이 워니-김선형의 2대 2게임, 변형 3-2 드롭존 등의 맞춤형 전술을 선보이면, 김상식 감독은 문성곤과 김선형의 매치업, 변준형을 중심으로 한 스리가드진,먼로와 스팰맨의 출전에 따라 팀컬러가 달라지는 더블 스쿼드 전술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전술변화와 선수교체 타이밍에 따라 경기 분위기가 요동치기 일쑤다.
양팀은 이제 내일이 없는 마지막 7차전만을 남겨두고 있다. 누가 우승해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양팀 모두 멋진 승부를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 경기에서는 과연 또 누가 시리즈의 운명을 결정할 '게임 체인저'로 등극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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