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 트레이드' 박다정에게 BNK는 기회의 땅?
[양형석 기자]
KBO리그 kt 위즈에서 활약하고 있는 외야수 조용호는 작년 131경기에 출전해 타율 .308 146안타 3홈런44타점52득점을 기록하며 프로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2014년 SK와이번스에 육성선수로 입단했다가 2018 시즌이 끝나고 kt로 이적한 조용호는 이적 방식이 조금 특별했다. 조용호는 FA도, 보상선수도, 선수간 트레이드도, 지명권 트레이드도, 현금 트레이드도, 2차 드래프트도 아닌 '무상 트레이드'를 통해 kt로 이적했다.
사실 프로 스포츠에서 트레이드라는 것은 각 구단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질 때 성사되기 때문에 협상과정에서 더 좋은 선수를 받아내기 위해 엄청난 눈치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때로는 방출하긴 아깝고 구단에선 더 이상 기회를 받기 어려운 선수의 앞날을 열어주기 위해 조용호처럼 다른 구단에 '무상'으로 보내는 경우도 있다. 그 어떤 대가도 없이 선수를 내주는 것이기 때문에 무상 트레이드는 원 소속구단의 대승적인 결단이 필요하다.
▲ 박다정이 다음 시즌부터 활약하게 될 BNK는 삼성생명 시절 대선배였던 박정은 감독이 이끄는 팀이다. |
ⓒ BNK 썸 |
신인들의 수준마다 다른 신인 드래프트 분위기
매년 많은 선수들이 WKBL 진출을 위해 신인 드래프트를 신청해 프로무대에 문을 두드리지만 리그를 뒤흔들 만한 대형신인이 등장하는 것은 그리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다. 또한 프로무대에서 통할 수 있는 유망주들의 규모 또한 매년 다르기 때문에 얼마나 대단한 신인이 등장하는지 또는 얼마나 유망주군이 풍부한지에 따라 신인 드래프트를 대하는 각 구단과 농구팬들의 분위기도 매년 변할 수 밖에 없다.
역대 WKBL 신인 드래프트에서 각 구단과 농구팬들을 가장 긴장(?)시켰던 해는 고교 2학년 때부터 국가대표 주전센터로 활약한 역대급 신인 박지수가 등장했던 2016-2017 시즌 신인 드래프트였다. 당시 드래프트 현장에는 보기 드문 많은 취재진이 모였고 전체 1순위 지명권을 뽑은 KB스타즈가 박지수를 지명하는 행운의 주인공이 됐다. 그리고 박지수를 얻은 KB는 2018-2019 시즌 프로 출범 후 첫 챔프전 우승을 차지했다.
2019년1월에 열린 2018-2019 시즌 신인 드래프트 역시 여고무대를 지배했던 숭의여고의 유망주 가드 박지현이 등장하면서 농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당시 4.8%의 확률(1/21)을 뚫고 우리은행이 전체 1순위 지명권을 뽑았고 박지현은 우리은행 입단 후 꾸준히 성장해 현재 우리은행과 한국 여자농구의 미래로 활약하고 있다. 그 해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박지현 외에도 이소희(BNK)와 신이슬(삼성생명) 같은 좋은 유망주들이 많이 등장했다.
반면에 '박지수 폭풍'이 지나간 후 2017-2018 시즌 신인 드래프트는 상대적으로 농구팬들의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어린 시절을 스위스에서 보낸 숙명여고 출신의 포워드 최민주가 전체 1순위로 하나원큐에 지명됐지만 최민주는 프로 입단 후 5시즌 동안 22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실제로 2017-2018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프로의 지명을 받았던 14명의 선수 중에서 현재까지 현역으로 활동하는 선수는 단 3명(최민주,김지은,김나연)에 불과하다.
▲ 2022-2023 시즌 우리은행의 우승멤버였던 박다정은 무상 트레이드를 통해 우리은행의 챔프전 상대였던 BNK로 이적했다. |
ⓒ 한국여자농구연맹 |
박다정은 인성여고 시절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 연속 전국대회 3관왕을 차지했을 정도로 여고농구의 최강자로 군림했다. 특히 3학년 때는 WKBL 총재배와 대통령기 대회에서 MVP를 수상했고 2011년10월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삼성생명에 지명됐다. 당시 삼성생명은 노장 박정은(BNK 감독)과 이미선이 여전히 현역으로 활약하고 있었기 때문에 박다정은 삼성생명 세대교체의 주역으로 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박다정은 박정은과 이미선의 후계자가 되지 못한 채 두 시즌 만에 트레이드를 통해 신한은행 에스버드로 이적했다. 하지만 신한은행에서도 자리를 잡지 못한 박다정은 2016년11월 신한은행과 삼성생명의 3:3 트레이드를 통해 다시 삼성생명으로 복귀했다. 그리고 박다정은 2018년8월 무상 트레이드를 통해 우리은행으로 이적했다. 프로 입단 후 7년 동안 3번의 트레이드를 통해 3개의 유니폼을 입게 된 것이다.
박다정은 2018-2019 시즌 우리은행의 핵심 식스우먼으로 활약하며 35경기에서 5.20득점2.23리바운드 3점슛 성공률 40.2%의 쏠쏠한 활약을 선보였다. 하지만 박다정은 2018-2019 시즌을 끝으로 우리은행의 주요 로테이션에 포함되지 못하며 벤치를 전전했다. 데뷔 첫 챔프전 우승을 경험했던 2022-2023 시즌에도 박다정은 23경기에 출전해 1.78득점1.30리바운드로 아쉬운 활약에 머물렀다.
박다정은 우리은행과 계약기간 3년, 연봉 6000만원에 FA계약을 맺은 후 지난 2일 또 한 번의 무상 트레이드를 통해 박정은 감독이 이끄는 BNK로 이적했다. BNK는 2022-2023 시즌 안혜지가 36분40초, 이소희가 34분29초를 소화했을 정도로 주전 가드에 대한 의존이 심한 팀이다. 여기에 시즌이 끝나고 주요 벤치자원이었던 이사빈이 은퇴를 선언하면서 가드진의 선수층이 더욱 얇아졌기 때문에 BNK로서는 선수보강이 반드시 필요했다.
박다정은 어느덧 프로에서 12시즌을 보낸 중견선수가 됐지만 35경기에서 18분20초를 소화했던 2018-2019 시즌을 제외하면 팀의 주력선수로 활약했던 시즌이 거의 없었다. 그런 박다정에게 주전 선수의 많은 출전시간이 가장 큰 고민인 BNK로의 이적은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과연 박다정은 프로 초년생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대선배 박정은 감독이 이끄는 BNK에서 선수생활의 전환점을 맞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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