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중 하나는 다친다”…전현희-유병호의 벼랑끝 싸움 승자는?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장관급)과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차관급) 중 마지막에 웃는 사람은 누가 될까.
전 위원장이 지난 3일 감사원 전원위원회(대심)에 출석하면서 두 사람의 대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유 사무총장의 지시로 지난해 8월 전 위원장의 근태와 업무 관련 의혹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시작된 지 9개월 만에 전 위원장은 이날 직접 자신의 입장을 밝히러 전원위에 나왔다. 현직 장관급 인사가 모든 감사위원(감사원장 포함 7명)이 출석한 전원위에 나온 것 자체가 감사원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과거 백운규 전 산업통상부 장관이 월성1호기 감사와 관련해 출석한 적 있지만 ‘전직 장관’ 신분이었다.
그런 만큼 전 위원장은 결연한 모습이었다. 전원위에 출석 전 감사원 표지석 앞에서 “감사원 조작 감사 사죄하라!”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였다. 전 위원장 측은 “감사원이 허위·조작 제보로 표적 감사를 벌였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전 위원장의 출석은 최재해 감사원장이나 유 사무총장만의 결정이 아니란 점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전원위는 감사 결과를 최종 심의하는 감사위원들의 의견이 모아져 결정됐다고 한다. 여권 관계자는 “현직 장관급에 대한 직무감찰이라는 점, 사정(司正) 기관이자 독립 기관의 성격이 강한 권익위 감사라는 특수성이 고려됐다”고 귀띔했다.
감사원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감사위원들이 유 사무총장의 불도저식 감사에 제동을 걸려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현재 감사위원은 모두 문재인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임명됐다. 그중 김인회 감사위원은 문 대통령과 『문재인, 김인회 검찰을 생각한다』는 책의 공동 저자고, 이남구 감사위원은 문재인 정부 공직기강비서관 출신이다. 지난해 4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 윤석열 대통령(당시 당선인)이 추천해 문 전 대통령이 임명한 이미현 감사위원 정도가 윤석열 정부 인사로 분류된다. 전직 감사원 고위 관계자는 “전 위원장에게 판을 깔아줬다는 점에서, 유 총장이 이번 전원위를 탐탁히 여기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일 전원위는 약 4시간가량 진행됐다. 전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도 ‘조작 감사’라는 주장을 이어갔다고 한다. 한 감사위원은 “전 위원장의 소명을 들어보자는 취지였다”며 “4시간 대부분을 전 위원장이 사용했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감사 실무자들은 “어떻게 장관급 인사가 조작 감사란 말을 할 수 있느냐”며 답답함을 표했다고 한다.
정치권에선 감사 결과에 따라 전 위원장과 유 사무총장 중 한 명은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다. 전 위원장의 맹공에도 감사원은 지난 3일 별도의 반박문을 내진 않았다. 대신 감사원 관계자는 “감사 결과로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감사원 내부에선 자신감의 기류도 읽힌다. ‘에이스 감사관’이 배치된 특별조사국이 투입된 만큼 “전 위원장의 주장을 반박할 충분한 진술과 증거를 확보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오히려 ‘정치인 전현희’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악수를 뒀다”는 비판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실제 전 위원장은 “감사원 앞에서 출두 쇼하는 권익위원장”(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라는 여권의 비판에 “사퇴압박 블랙리스트”라고 맞받기도 했다.
감사원은 감사위원회의를 거쳐 늦어도 6월 초까진 감사 결과를 발표하겠다는 계획이다. 전 위원장의 임기는 6월 말까지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결과가 늦어질수록 감사원은 ‘결정적 한방이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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