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등판에 '대선 연장전'…꽉 막힌 대야 관계 [尹, 새로운 국민의 나라 ⑥]
이재명 대표와의 '영수회담' 한차례도 없어
'간호·방송·노란봉투법' 등 거부권 정국에
'李 사법리스크'까지…대야 갈등 해법 요원
정치권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 이후 가장 우려했던 부분은 국회가 '여소야대(與小野大)' 구조를 갖고 있단 점이었다. 대선 당시 0.73%p차 접전을 펼쳤던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과반이 넘는 국회 의석을 점유했기에,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은 민주당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이같은 우려가 현실이 되기까진 당선 후 한 달의 시간도 채 필요하지 않았다. 지난해 4월 12일 민주당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의 통과를 당론으로 정했다. 이후 검찰에 남아있는 6대 범죄에 대한 직접수사권을 경찰 등 타 수사기관에 넘기는 검찰청법 일부개정법률안과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에 발의되기까진 3일 밖에 걸리지 않았다.
민형배 의원을 탈당시킨 후 법제사법위원회로 사보임 시켜 안건조정위원회를 무력화한 민주당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마지막 국무회의이자 윤석열 대통령 취임 1주일 전인 지난해 5월 3일 검수완박 법안을 국무회의에 상정시켰고, 이를 통과시켰다.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과 신(新)여당인 국민의힘의 거센 반발이 있었지만 과반의 의석 앞에 무력해지면서 협치는 요원해졌다.
더 큰 악재는 불과 1개월 뒤에 찾아왔다. 대선 당시 윤 대통령과 격전을 벌였던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가 6·1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재·보궐선거에서 송영길 전 대표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에 출마해 당선됐기 때문이다. 특히 2개월 뒤 치러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 의원이 70%가 넘는 표를 얻으며 당대표에 당선되자 윤 대통령과의 협치는 더 어려워질 것이란 의견이 뒤따랐다.
정치권의 우려는 적중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를 향한 검찰의 수사를 '검사독재'로 규정하고 정부와 여당에서 발생한 모든 잡음에 비판을 쏟아냈다. 특히 이 대표의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추진하고자 하는 정책들의 반대되는 정책들을 강행 추진했고, 윤 대통령은 '거부권 정국'에 돌입했다. 그 결과 윤 대통령과 민주당 '이재명 체제'와의 관계는 더 악화일로를 걷게 됐다.
이 대표는 취임 이후 1호 정책으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추진해 압도적인 민주당 의원들의 지지 속에 국회 문턱을 넘기는 데 성공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첫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이 대표는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간호법 개정안'을 통과 시켰고, '방송 3법'과 '노란봉투법'의 통과를 눈앞까지 이끌어오면서 윤 대통령과의 2라운드를 준비하고 있다.
얼어붙은 대야(對野)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은 윤 대통령와 이 대표 간의 1대1 회담인 영수회담이 성사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새로 취임한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를 향해서는 '회동하자'는 입장을 내놨다. 취임 9개월이 다 돼가는 이 대표에겐 회동하자는 시그널조차 주지 않았다는 점에서 야권에서는 의도적인 '이재명 패싱'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열린 4·19 혁명 기념식에서 "4·19혁명 열사가 피로써 지켜낸 자유와 민주주의가 사기꾼에 농락당해서는 절대 안 된다"라고 발언하며 이 대표와의 신경전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당시 행사에 이 대표가 참석했었던 만큼, 면전에서 이런 발언을 한 것은 이 대표를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뒷말이 무성하게 나올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이같은 살얼음판 정국이 더 길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이다. 그 이유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이 이 대표와 만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이 대표는) 중범죄로 기소된 피고인이고 대통령이 중대범죄 혐의자와 만나는 것은 자칫하면 딜을 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이처럼 가장 먼저 지적받는 부분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다. 이 대표에게 걸린 혐의가 다수이다보니 검찰 출신인데다 대통령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윤 대통령이 이 대표를 만나 협치를 논의한다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분석이다. 박수현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지난 2일 YTN라디오에 출연해 "(윤 대통령이) 이 대표를 저렇게 사법적으로 옭아매고 있는 상황에서 만남이 자연스럽겠느냐"라고 말하기도 했다.
아울러 민주당이 법사위에 계류된 지 60일이 넘은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을 이달 내에 본회의에 직회부하고,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는 만큼 거부권 정국이 되풀이될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야당의 공세는 더 거세질 가능성도 크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지난 1년 간의 윤 정부 경제정책에 대해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방안이 없다. 사회적 약자의 삶을 돕지 못했다"며 "외교는 경제다. 균형 외교를 되살려야 할 이유다. 윤 정부의 편중 외교로 우리 경제가 받는 타격은 말할 수 없이 커지고 있다.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발언하며 정부·여당을 향한 투쟁을 지속하겠단 뜻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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