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CM, 티빙, 리멤버의 브랜드 디자인, 모두 '이 사람' 손에서 나왔다
■ Editor’s 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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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마켓컬리, 29CM… CFC 스튜디오가 브랜드 경험을 디자인한 기업입니다. 전채리 CFC 대표는 프로젝트를 맡으면 “브랜드를 360도로 살펴보기 위해 약 한 달 간 자료 조사에만 시간을 쏟는다”고 말합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BI)부터 패키지 디자인, 오프라인 매장까지 작업의 폭이 넓습니다.
최근에는 리멤버, 런드리고, 티빙 등 스타트업의 리브랜딩 결과물로 화제를 모았죠. 마포에 위치한 CFC 스튜디오에서 전 대표를 직접 만나 작업 과정을 물었습니다. 다음은 일문일답.
」
※ 이 기사는 '성장의 경험을 나누는 콘텐트 구독 서비스' 폴인(fol:in)의 '오늘의 비주얼 브랜딩'의 2화 중 일부입니다.
리브랜딩, 브랜드 '헤리티지'를 발견하는 작업
Q : 요즘 '리브랜딩'하는 기업이 많아졌어요.
맞아요. 스타트업의 경우 처음에는 기술력이나 서비스를 신경 쓰죠. 그러다 유저가 늘어나고 좀 더 많은 사람과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브랜드를 리뉴얼하는 경우가 많아요. 좀 더 ‘브랜드다움’을 보여줄 수 있는 디자인이 필요해지는 거죠. 또 대기업도 BI가 있지만 어떤 의미가 담겨있는지 모르는 경우도 많아요.
그런데 브랜드의 힘은 기업이 자신의 의미를 자각할 때 생기거든요. 그래서 리브랜딩 작업의 1차 타깃 고객은 내부 구성원이에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우리 회사의 브랜드다움을 정하는 거죠.
최근 작업한 '리멤버' 프로젝트로 설명해볼게요. 리멤버는 명함 저장 서비스로 시작해 최근 채용으로 비즈니스 영역을 넓혔는데요. '여전히 명합앱으로만 인지하는 사용자가 많다'는 게 회사의 고민이었어요. 넥스트 레벨로 나아가는 게 과제였죠.
사용자 관점에서 봤더니 리멤버는 직장 고민도 나누고, 성장의 기회도 발견할 수 있는 앱이더라고요. 그래서 '프로페셔널'과 '성공의 기회를 연결한다'는 개념에 주목했어요. 성장은 제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항상 움직이는 거잖아요. 기존 BI에서 R과 네모의 연관성을 만드는 동시에 상징적인 형태로 진화시켜야 했어요. 그래픽에도 멈춰있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이는 운동감을 줬고요.
색깔에도 변화를 줬어요. 리멤버의 키 컬러(Key color)는 검정색인데요. 서브 컬러로 주황색을 선택했어요. 검정색을 돋보이게 하면서도 따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거든요. 리브랜딩 작업 당시 리멤버 구성원을 인터뷰했을 때 '브랜드 이미지가 따뜻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플랫폼 서비스지만 사람들이 명함을 주고받는다는 아날로그적인 행위에서 출발했잖아요. 지적이면서도 따듯한 느낌을 주는〈뉴욕커〉가 연상됐죠.
Q : '성공적인 리브랜딩'이란 어떤 걸까요?
성공을 판단하는 기준은 모두가 다를텐데요. 저는 조직 내부에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내부 구성원이 '우리 조직이 변하고 있다'는 걸 체감했다면 리브랜딩이 잘 됐다고 생각해요. 어떤 의미로는 성공을 경험하는 거죠. 시장에서의 반향도 있으면 좋지만, 브랜드 디자인 하나로 성공을 말하기는 쉽지 않아요.
Q : 대표님이 생각하는 '좋은 브랜딩'은 무엇인가요?
브랜드 고유의 것을 잘 담아낸 작업이요. 시간이 쌓인 브랜드는 고유한 무언가가 있거든요. 가끔 브랜드를 리뉴얼하면서 고유함을 지우거나 재해석하기도 하는데요. 브랜드 고유의 헤리티지를 외부인의 시선으로 발견해 제안할 때 좋은 결과물이 나옵니다. 작업하는 디자이너나 내부인의 시각 중 한 쪽으로 치우치면 안되는 거죠.
나이키도 좋은 예죠. 10대부터 중장년층까지 전세대를 아울러도 브랜드가 소진되지 않잖아요. 최근 런클럽(Run club)을 운영하는 등 새로운 모습도 보여주면서 자신의 DNA도 유지하고 있죠. 그런 점에서 멋진 브랜드라고 생각해요. 동시대의 감성과 카테고리 확장을 모두 해냈으니까요.
'1 포인트'의 미묘함까지 고민하는 곳, CFC 스튜디오
Q : CFC 스튜디오를 창업한 지 10년 차입니다. 어떻게 시작했나요?
회사 생활을 5년 정도 했을 때, 스튜디오를 열고 싶었어요. 그런데 '깜냥이 될까' 무서웠죠. 그러다 2012년 서른 살이 되니, 더 늦으면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브랜드 이름에 기대지 않고, 내가 만든 결과물로 이야기하고 싶기도 했고요. 기존에는 회사의 방식으로 일했다면, 앞으로는 일하는 기준을 스스로 세우고 싶었어요. 그래서 스튜디오를 연 게 커리어에서 큰 전환점이 됐어요.
창업 후에는 SM의 CI(Corporate Identity) 작업을 맡은 게 터닝포인트였어요. 그 전까지 큰 브랜드의 디자인을 맡은 적이 많지 않은데요. SM의 비주얼 아이덴티티를 작업한 이후로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하게 됐죠.
Q : 스튜디오 이름이 독특합니다.
제가 폴 랜드(Paul Rand)라는 디자이너를 좋아하는데요. "형태(Form)와 내용(Contents)이 어우러지는 게 디자인"이라는 그의 말에서 힌트를 얻었어요. 디자인 작업을 하지만, 이야기를 중시하는 편이에요. 브랜드 아이덴티티(Brand Identity) 작업이라면, 그 브랜드가 가진 콘텐트를 이해하고 핵심 맥락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거죠. 이를 스튜디오 이름에 담아 CFC(ContentFormContext)라 지었어요. 그래서 브랜드를 이해하고, 관통하는 키워드를 잡는 게 작업의 첫 관문이예요.
Q : 키워드는 어떻게 찾나요? 작업과정이 궁금합니다.
브랜드 작업을 맡게되면, 처음 한 달은 브랜드를 탐색해요. 작업 영역은 패키지 디자인, BI(Brand Identity), 오프라인 매장 등 다양하지만, 목표는 고객에게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심어주는 거죠.
브랜드를 탐색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프로젝트당 평균 16주의 작업 기간이 걸린다면, 그 중 한 달은 인터뷰를 하고 자료조사를 하는 데 써요. 입체적으로 브랜드를 이해하려 하죠. 인터뷰도 임원진·실무진·BX팀·조직문화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물어요. 브랜드의 코어 타깃, 프로젝트의 목적, 브랜드를 '사람'으로 표현한다면 어떤 사람인지까지 묻죠. 이야기를 듣다보면, 조직문화와 브랜드의 레거시, 페인포인트까지 알게 되죠. 이 작업이 끝나면, 오프라인 매장도 방문하고 경쟁 브랜드도 찾아봐요. 브랜드를 360도로 살펴보는 과정이죠.
Q : 브랜드를 '360도'로 살펴본다는 표현이 재밌습니다.
브랜드는 손에 잡히지 않는 개념이잖아요. 최대한 구체적으로 이해하는 게 중요하죠. 제품이 화려한 느낌인지, 기능을 우선시하는지, 사람으로 표현하면 나이대와 성별이 어떨지 상상해요. 타깃 고객이 같은 다른 분야의 브랜드도 찾아보고요. F&B 브랜드라면, 뷰티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도 살펴보는 식이죠. 같은 업계 제품만 보면 결국 비슷한 디자인이 나올 수밖에 없으니까요.
Q : 실제 작업했던 브랜드 케이스로 설명해주신다면요.
세탁서비스 '런드리고(Laundrygo)' 작업을 예로 들어 볼게요. 처음 공장에 방문했을 때 '동그라미가 진짜 많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세탁기가 가득 차 있는데, 빨래가 돌아가는 원통이 한 눈에 들어왔거든요. 작업실로 돌아와 서비스의 본질을 생각하니 '방향성'이라는 키워드가 떠올랐습니다. 세탁물을 수거해서 다시 돌려주는 서비스잖아요. 또 브랜드 이름에도 '앞으로 간다(go)'는 의미가 있더군요. 그래서 서비스의 핵심 메시지와 기술을 화살표로 표현했어요.
Q : 작업할 때 어떤 점이 가장 어렵나요?
모든 과정이 어렵죠. 어디서부터 자료조사를 시작해야 할 지 막막할 때도 있고요. 다행히 자료를 찾다보면 조금씩 브랜드를 이해하고, 디자인의 방향성도 생기죠. 이후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고민의 연속입니다. 스토리가 완성된 뒤에도 디자인에 임팩트나 상상의 여지가 있는지 살피고요. 또 미묘한 차이를 고민하기도 합니다.
'티빙' 로고 작업도 마지막까지 G의 형태를 만드느라 고생했어요. 너무 딱딱해보이지 않으면서, 지적이고 경쾌한 느낌을 주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는 거죠. 픽셀의 '1 포인트' 차이까지요. 작업을 하다보면 오늘도, 내일도 답이 안 보여요. 그러다 '모레'에는 결국 보이죠.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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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에서 다 전하지 못한 이야기는 오는 11일 오후 8시에 열리는 폴인세미나 〈티빙‧리멤버‧29CM…'브랜드다움' 디자인하는 법〉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세미나는 유튜브 온라인 라이브로 진행되며 폴인 홈페이지에서 신청하세요.
지금 폴인에서 확인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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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오 에디터 kim.ji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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