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 거쳐 전당대회…친정 체제의 명과 암 [尹, 새로운 국민의 나라 ④]

김희정 2023. 5. 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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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축출부터 김기현 당선까지
'윤핵관' 통해 당 권력 손에 쥔 尹
'당은 안정' '민심 불안정' 딜레마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8월 25일 충남 천안시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2022 국회의원 연찬회 만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한 날은 지난 2021년 7월 30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된 날은 같은 해 11월 5일이다. 윤 대통령이 입당 후 2022년 3월 대통령 당선까지 걸린 시간은 약 7개월에 불과하다.


윤 대통령은 본래 정치인을 꿈꿨던 사람이 아니었다. '검찰총장 윤석열'이 문재인정부에 각을 세우면 세울수록 민심(民心)이 '대권주자 윤석열'을 원했다. 민심에 의해 당에 기반이 전무한 '외부인' 상태로 국민의힘에 입당한 윤 대통령은 빠르게 당을 장악할 방법을 찾아야 했고, 그 과정에서 등장한 것이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관계자)'이다.


윤 대통령의 소통창구를 소수의 윤핵관이 차지하면서 '윤심(윤 대통령 의중)'이 명확해지는 효과가 나타났다. 윤 대통령은 '핵관정치'를 통해 당 권력을 손에 쥐었다고도 볼 수 있다. 당에는 윤핵관을 넘어 '친윤(親尹)'계 의원들이 넘쳐났다. 지난해 12월에는 당 소속의원 115명 중 71명이 참여한 친윤계 의원 공부모임인 '국민공감'이 출범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 혹은 친윤계의 눈엣가시는 이준석 전 대표였다. 이 전 대표는 대선 과정에서 두 번의 '가출' 사태를 일으켰고, 그때마다 '대선주자 윤석열'의 지지율은 흔들렸다.


'정권교체'라는 대의에 따라 윤 대통령은 이 전 대표와 갈등을 여러 번 봉합하고 간신히 대통령에 당선됐으나, 윤 대통령이 지난해 7월 당시 권성동 원내대표와 나눈 문자메시지 대화에 의하면 이 전 대표는 '내부총질이나 하는 당대표'였다.


지난해 7월부터 친윤계 의원들이 주도하는 '이준석 축출 작업'이 시작됐고, 두 번의 당 비상대책위원회를 거쳐, 친윤계 의원들이 주도하는 '김기현 당대표 만들기'가 올해 3월 완성됐다.


5박7일간 국빈 방미 일정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영부인 김건희 여사가 30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환영 나온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은 △이준석 대표 당원권 정지 △권성동 원내대표 겸 당대표 직무대행 사퇴 △최고위원 릴레이 사퇴 △주호영 1기 비대위 △이준석 가처분 신청과 주호영 1기 비대위 붕괴 △정진석 2기 비대위 등 지난해 내내 혼란한 상황을 겪었다.


지난해 9월부터 친윤계 '맏형' 정진석 비대위원장이 당을 진두지휘하면서 윤 대통령이 주장하는 '당정일체' 모습이 비로소 나타나기 시작했다. 대통령을 향해 비판하는 사람들이 없어졌으니 당은 안정됐지만, 친윤계가 득세하고 당에 다양한 목소리가 사라졌다는 비판도 나왔다.


정진석 비대위 체제는 이준석 전 대표 후임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 준비를 위한 과도기 체제로 요약할 수 있다. 차기 당대표는 2024년 총선 공천권이라는 막대한 권력을 손에 갖게 된다. '진흙탕 전당대회'라는 예견된 수순과 함께 우여곡절 끝 '3·8 전당대회'가 치러지기로 결정됐다.


정진석 비대위는 전대 경선 룰을 사상 초유의 '당원 100% 투표'와 '결선 투표제 도입'으로 변경했다. '유승민·안철수' 등 당심보다 민심에 강한 당대표 후보군에게는 불리할 것이라는 뒷말이 나왔다.


3·8 전당대회에서 장제원 의원을 필두로 한 친윤계는 김기현 당대표를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김 대표는 '윤심' 후보로 당대표에 당선됐다. 전국선거를 치러본 경험이 없는 김 대표는 '인지도'가 낮다는 약점이 있었다. 장제원 의원과의 '김장 연대'로 초반 승기를 잡았다.


이 과정에서 전당대회 출마를 준비하고 있었던 권성동 의원이 출마를 접었다. 투톱 '권성동·장제원' 불화설 등 윤핵관 분화가 구체화한 시기이기도 하다. 또한 김 대표를 당대표로 만드는 과정에서 용산 대통령실까지 나서 '안철수·나경원 축출' 작업이 이뤄지기도 했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의 전당대회 불출마를 종용하는 친윤계가 주도한 '초선 연판장'은 당내에서 오랫동안 회자됐다.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한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과 장제원,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 등이 지난 1월 5일 오후 서울 송파구민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송파을 신년인사회에서 구호를 외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윤심 후보인 김 대표가 당대표에 당선되면서, 윤 대통령은 완벽히 당을 장악하게 됐다. 최고위원 5명도 모두 친윤계에 가까운 이들이 당선됐다. 여기에 내년 총선 공천 실무를 담당하는 사무총장에도 '윤핵관' 이철규 의원이 임명되는 등 주요 당직을 모두 친윤계가 차지했다. 원내대표까지 '윤석열 대선캠프 상황실장'을 맡은 친윤 윤재옥 의원으로 당선됐다.


오는 5월 10일 취임 1주년을 앞둔 윤 대통령은 '당정일체'를 완성했다. 지난 2일 용산 야외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윤 대통령은 "남은 4년 당과 정부가 함께 힘을 모아나가자"며 원팀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준석→안철수→나경원' 축출 등 친윤계가 당을 장악하면 장악할수록,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대한 국민 여론은 악화하는 경향을 보인다. 당은 안정됐지만, 민심은 불안정한 딜레마 상태를 보이고 있다. 윤심을 바탕으로 당대표에 어렵게 당선된 김 대표 역시, 지도부를 완벽하게 이끌지 못하며 리더십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내년 4월 총선 승리를 진정한 정권교체 기회로 보고 있다. 여소야대 속에서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의 '허락' 없이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식물 상태에 놓여있다. 만약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에서 패배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당장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지지율을 높여야 한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아야 당정일체는 최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현재 30% 초중반에 갇혀 있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을 최소 40% 초반까지 올려야 윤 대통령 얼굴로 내년 총선을 치를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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