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피플] 독립 구단행→극적 계약→5선발 탈환...정찬헌의 '오뚝이 인생'

안희수 2023. 5. 6.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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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헌이 1군 복귀전에서 6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고척돔 개장 최초 어린이날 매진. 이런 날 홈팀 키움 히어로즈는 패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수확은 있다. 5선발을 찾았다. 

키움은 지난 5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고척돔)에서 열린 2023 KBO리그 SSG 랜더스와의 주말 3연전 1차전이자 어린이날 매치업에서 1-3으로 석패했다. 상대 선발 투수 오원석에게 7이닝 동안 5안타 1득점에 그쳤다. 노경은과 서진용은 공략하지 못했다. 이정후가 역대 최소 경기(824경기)와 최연소(24년 8개월 15일) 개인 통산 1100안타 신기록을 세웠지만, 빛이 바랬다. 

패전에도 빛난 선수가 있다. 선발 투수로 나선 정찬헌이다. 6이닝 동안 2피안타 3탈삼진을 기록하며 1점만 내줬다. 4회 초 2사 뒤 최정과 기예르모 에레디아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1점을 내준 게 유일한 티였다. 

시속 135~139㎞/h 투심 패스트볼과 포크볼·커브·슬라이더를 적절히 섞어 승부하는 현란한 변주가 돋보였다. 19타자 중 땅볼로 아웃카운트 9개를 잡아낼 만큼 히팅 포인트를 크게 흔들었다.

정찬헌은 우여곡절 끝에 다시 1군 마운드에 섰다. 2008년 LG 트윈스에서 데뷔, 지난해까지 통산 389경기에 나선 베테랑이지만,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은 지난겨울 행선지를 찾지 못해 힘든 시간을 보냈다. 실전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독립 리그 야구단(성남 맥파이스)에 합류하기도 했다. 

정찬헌은 개막 직전 키움과 극적으로 FA 계약하며 잔류했다. 구단은 선수 측이 바란 대우보다 더 후한 가치(기간 2년·총액 8억 6000만원)을 부여했다. 계약한 정찬헌은 “스프링캠프도 못 가고 혼자 운동하면서 ‘내가 야구를 정말 사랑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가짐을 더 단단하게 하는 계기가 된 시간”이라고 전했다. 

정찬헌은 이후 재활군에서 몸을 만들며 1군 복귀를 준비했다. 키움은 안우진·에릭 요키시·아리엘 후라도·최원태로 이어지는 1~4선발은 비교적 탄탄했지만, 5선발이 구멍이었다. 개막 로테이션에 기회를 얻은 장재영은 약점인 제구력을 잡지 못해 부진하며 2군행 통보를 받았고, 선발 경험이 많은 좌완 이승호도 4월 23일 SSG전에서 대체 선발로 나섰지만, 몸 상태 문제를 드러냈다. 

정찬헌은 4월 29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2023시즌 첫 등판 기회를 얻었다. 5선발 자리에 들어간 것. 예정된 수순이었다. 

하지만 비로 첫 등판이 밀렸다. 30일 경기는 에이스 안우진이 등판 간격을 지켜 나서게 됐다.; 

다시 닷새가 지났다. 긴 기다림 끝에 다시 선 1군 마운드. 마침 어린이날이었다. 정찬헌은 풍부한 경험에서 나오는 현란한 수 싸움으로 상대 타선을 제압했다. SSG 선발 오원석에 밀리지 않았다. 

키움은 전날(4일) SSG전에서 4선발 최원태가 10실점하며 무너졌다. 5선발까지 공석이 되면 순위 경쟁에서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정찬헌의 호투는 단비였다. 시련을 겪고 다시 기회를 얻은 정찬헌이 키움 선발진에 보탬이 될 지 관심이 모인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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