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볼레오]제주도에서 포르셰를 탄다는 것

유현석 2023. 5. 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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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출범 75주년 맞아
제주서 겟어웨이 행사 진행
타는 맛의 911 카레라
편하고 재밌는 타이칸

슈퍼카 브랜드 가운데 포르셰의 위상은 독특합니다. 75년 전 본인 스스로 만족할 만한 차를 몰기 위해 포르셰 박사가 취미 삼아 시작한 이 브랜드는 모든 고가 소비재 가운데 가장 비싼 브랜드로 꼽힙니다.(브랜드 파이낸스 2022년 조사)

독일 자동차 공학의 정수이자 고가 브랜드의 대표주자인 동시에, 대중적으로도 성공했습니다. '빅카'로 꼽히는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카이엔이나 세단 파나메라를 통해서죠. '가족과 함께 탈 수 있는 스포츠카'라는 이미지를 가져갔습니다.

다른 스포츠카 브랜드가 희소성을 내세우는 건 의도적인 측면도 있으나, 반대로 극복할 수 없는 제약이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포르셰는 많이 팔면서도 브랜드 값어치를 유지하거나 오히려 높이는, 쉽지 않은 일을 해냈습니다.

포르셰 겟어웨이 제주도 시승행사. 사진제공=포르셰

한국인의 포르셰 사랑은 남다릅니다. 2006년 국내 시장에 진출한 후 매년 성장했습니다. 지난해에는 8963대를 판매하며 역대 최대 판매량을 갈아치웠습니다. 참고로 전 세계에서도 30만9884대를 판매해 최대 실적기록을 새로 쓰기도 했죠.

그런 포르셰가 75주년을 맞이했습니다. 1948년 포르셰 창립자인 페르디난트 포르셰의 아들 페리 포르셰가 포르셰를 자동차 기업으로 독립시키며 본격적인 자동차 회사로 성장했습니다. 볼프강 포르셰 박사를 거쳐 현재는 올리버 블루메가 포르셰 AG 이사회 회장을 맡으면서 이끌고 있습니다.

포르셰는 개척정신으로 설립된 브랜드라고 말합니다. 페리 포르셰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자동차를 꿈꿨다고 합니다. 그는 이런 꿈을 실현하기 위해 본인이 직접 스포츠카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사진제공=포르셰

개척정신으로 만들어진 브랜드 포르셰를 제주도에서 탈 기회를 얻었습니다. 창립 75주년을 기념해 시승 행사를 했습니다. 행사의 이름은 '포르셰 겟어웨이(Porsche Getaway)'. 포르셰로 즐기는 휴가 정도가 될 것 같네요. 제주는 휴양지입니다. 포르셰라는 고성능 차량을 타기에는 알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포르셰를 타고 느긋하게 휴가를 즐긴다고 생각하니 그것도 잘 어울리더라고요.

이번 행사에서 탄 차량은 포르셰 911 카레라 4S 쿠페와 전기차인 타이칸 터보 크로스 투리스모입니다. 타본 소감을 말하자면 911이 이리저리 뛰어놀고 싶어하는 말썽꾸러기라는 느낌이라면 타이칸은 근육질의 사람이 슈트에 몸을 감춰서 얌전해 보이는 인상이었습니다.

911 카레라 4S 쿠페의 모습. 사진=유현석 기자

먼저 탄 차량은 911입니다. 911에 대한 소문은 많이 들었습니다. '포르셰 가운데 무조건 타봐야 한다' '911이야말로 포르셰의 정수다' 등등. 이 차량에 대한 평가는 처음부터 끝까지 호평만 있었습니다. 911은 1963년 첫 공개 이후 8세대에 걸친 변화를 겪었습니다. 이 차량의 성능을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458마력, 최대토크 54.1㎏·m입니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는 데 3.4초(스포츠 크로노 패키지 기준)가 걸립니다.

911 카레라 4S 쿠페의 내부 모습. 사진=유현석 기자

이 무시무시한 차를 타고 와인딩 구간을 갔습니다. 이 구간에는 짧지만, 직선부터 곡선까지 다양한 구간이 있었는데 먼저 소감을 말하면 참으로 재밌습니다. 직선 구간에서 가속 페달을 밟으면 바로 치고 나가는 모습이 너무 좋더라고요. 여기에 곡선 구간에서도 밀리는 부분 없이 빠져나가는데 곡선과 직선 모두 재밌게 탈 수 있습니다. 배기음은 당연히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 충분했습니다.

타이칸 터보 크로스 투리스모의 외관. 사진=유현석 기자

다음으로 타 본 차량은 타이칸 터보 크로스 투리스모입니다. 최대 93.4㎾h 용량의 퍼포먼스 배터리 플러스를 기본 사양으로 탑재해 평상시 625마력의 힘을 냅니다. 오버부스트를 작동시키면 최대 680마력까지 쥐어짭니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걸리는 시간은 단 3.3초. 911과 마찬가지로 엄청나게 무시무시한 성능을 보유하고 있죠.

타이칸 터보 크로스 투리스모의 실내. 사진=유현석 기자

타이칸은 여러모로 마음에 드는 차량이었습니다. 먼저 주행할 때 부드럽다는 것이 좋았습니다. 일반 세단을 타는 느낌이었죠. 곡선이나 직선 주행에서 긴장하면서 타는 것이 아닌 편하게 운전한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특히 회생제동의 경우 특유의 울컥거리는 느낌이 없다는 것도 좋았죠. 그렇다고 해서 운전의 재미가 없느냐? 그건 아닙니다. 속도를 높일 때면 페달을 밟는 동시에 속도가 빠르게 치고 올라갑니다. 인위적으로 내는 소리도 인상적입니다. '일렉트릭 스포츠 사운드'를 켜면 우주 비행선 소리가 납니다. '미래차는 이런 것이다'는 것을 보여주더라고요.

서귀포=유현석 기자 guspo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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