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참혹한 배신…10년간 아동 교통사고, 5월 가장 많다
#. 지난 2020년 5월 21일 낮 12시 15분쯤 전북 전주시 덕진구의 한 스쿨존(어린이보호구역)에서 도로변에 서 있던 2세 아이가 불법 유턴을 하던 SUV 차량에 치여 숨졌다. 가해 운전자는 50대 남성이었다.
#. 같은 해 5월 22일 밤 9시쯤 전남 여수시 경호동 도로에선 6살 아동이 길을 건너다 승합차에 치어 목숨을 잃었다. 가해 차량의 운전자는 길을 지나던 아동을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 2019년 5월 17일 오후 5시쯤 서울 강서구의 한 주택가 골목에선 4살 아동이 SUV 차량에 치여 숨졌다. 당시 사고 아동이 골목을 가로질러 반대편으로 뛰어가다 차 앞부분에 받혀 쓰러졌지만, 운전자가 이를 모르고 진행한 탓에 바퀴에 밟힌 것으로 밝혀졌다.
'가정의 달'이자 '어린이 달'인 5월에 역설적이게도 어린이(만 12세 이하) 교통사고가 가장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보행 중 교통사고를 당한 어린이의 41%는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다.
6일 도로교통공단이 최근 10년간(2013~2022년) 어린이 교통사고를 분석한 데 따르면 모두 10만 5768건이 발생해 451명이 목숨을 잃었다. 부상자는 13만 1538명이었다.
월별로 보면 개학 철인 3월부터 사고 건수가 크게 늘어나기 시작해 5월에 1만 1358건으로 최다를 기록했다. 전체 어린이 교통사고의 11%가량이 5월에 발생한 것이다. 어린이 교통사고가 가장 적은 2월(6241건)보다 2배 가까운 수치다.
이는 날씨가 화창한 봄철을 맞아 외부 활동이 늘어나는 데다 가정의 달 영향으로 가족 단위 나들이 등 차량 통행이 증가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6월이 1만 392건으로 두 번째였다.
국내의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는 계속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지만 '보행 중 교통사고'만 따져보면 사망자가 10만명당 0.27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0.19명)보다 여전히 높다.
최근 10년간 보행 중 교통사고를 당한 어린이 사상자는 모두 3만 8557명이었으며, 이 중 277명이 숨졌다. 연령별로는 초등학교 저학년(1~3학년)이 전체의 41%가량(1만 5767명)을 차지했다. 이어서 고학년(4~6학년)과 취학 전 아동이 각각 26%와 24%였다.
보행 중 어린이 교통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간대는 하교 시간대인 오후 2시~오후 6시가 전체의 48.9%로 최다였다. 세부적으로는 오후 4시~오후 6시가 27.7%였고, 오후 2시~오후 4시가 21.2%였다. 학원 등 방과 후 이동이 많은 오후 6시~오후 8시 사이도 18.3%나 됐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보행 중 어린이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선 특히 학교가 끝나는 시간대 초등학교 저학년의 보행 안전에 대한 교육과 관심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차량으로 이동할 때는 안전벨트 착용 여부 등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같은 기간 스쿨존 내 어린이 교통사고는 모두 4002건이 발생해 51명이 숨지고 4095명이 다쳤다. 공단의 이주민 이사장은 “어린이는 모방심리가 강하기 때문에 어른들이 무단횡단 등 법규위반 행위를 하지 않아야 하고, 스쿨존·학원가처럼 어린이 통행이 잦은 곳에선 안전운전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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