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지대, 정치 격변의 진원지되나 [민경우의 운동권 이야기]

데스크 2023. 5. 6.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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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진영화 점점 더 고착화
강한 민주당 지지층, 신당론 부정적
강한 국힘 지지층, 신당에 매우 부정적
변화 구해야 할 집단은 대통령과 국힘
김종인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1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 포럼'(성찰과 모색) 준비모임이 주최한 '한국 정치, 문제와 제언' 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내년 총선을 1년 정도 앞두고 정치 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특징적인 것은 여야의 진영화가 점점 더 고착화되고 어느 정당에도 귀속되지 않는 제3지대·무당파층이 커지고 있는 점이다.


민주당은 40대와 광주·전남을 중핵으로 강한 윤석열 비토층 45%가 견고히 유지되고 있고 국힘 또한 전당대회를 계기로 중도·청년층에 대한 이념적 거세를 통해 보수화가 강화되었다.


지난달 27일 데일리안의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 38.6%, 더불어민주당 지지 36.0%인 반면 어느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 무당파층이 14.7%에서 19.3%로 확대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여야 중간지대에 알 수 없는 힘들이 꾸준히 축적되고 있는 형국이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119/0002706998?sid=100,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이 글에서는 3지대론을 지지하는 관점에 서서 그와 연관된 정세를 분석해 보고자 한다.


위 데일리안 여론조사에 따르면 제3지대론 창당 시 이를 지지하겠다는 여론이 30.0%, 지지하지 않겠다는 여론이 51.3%이다. 여야 지지층의 진영화, 제3지대에 대한 세력화 작업이 이제 시작임을 고려하면 상당한 여론 분포이다.


연령별로 보면 ‘제3지대 신당’ 지지 의향은 20대 이하에서 39.9%에 달해 “기존 정당이 낫다”(40.9%)와 거의 차이가 없는 수치를 보였다. 30대에서는 34.0%, 60대 이상에서는 29.3%, 50대에서는 26.5%였다. 민주당 핵심 지지 기반 40대에서 ‘제3지대 신당’ 지지 의향이 22.9%로 가장 낮았다.


흥미 있는 것은 대통령에 대한 평가에서 ‘잘못하는 편’이라고 응답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소극적인 반대층의 38.1%가 제3지대 신당을 지지하는 반면 ‘매우 잘하고 있다’라고 응답한 사람들 중에서 7.5%, 매우 잘못하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들 중에서 ‘제3지대 신당에 찬성’한 사람은 21.9%이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강한 민주당 지지층, 연령별로 본다면 40~50대에서는 제3지대 신당론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이는 반윤석열 대오를 분열시킬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반면 민주당에 대한 온건지지층(대통령이 잘못하고 있다고 응답한 층)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반대 입장을 갖고 민주당을 느슨하게 지지하면서도 민주당의 최근 형태에 대해 나름의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태도가 제3지대 정당에 대한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입장으로 나타나고 있다.


민주당 지지층의 특징은 40~50대를 중핵으로 한 여론 주도층이 강한 친민주당 여론을 형성하고 있는 점이다. 이들은 제3지대 신당에 대해 매우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필자는 민주당의 분당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일부 견해가 존재함에도 민주당의 이완·분열은 쉽지 않다고 본다.


둘째. 강한 국힘 지지층 또한 제3지대 신당에 대해 매우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 대통령이 매우 잘하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들 중에 3지대 신당에 우호적인 사람은 7.5%에 불과하다. 여기서 주목할만한 것은 찬반 아니라 찬반 여론의 분포이다. 대다수 여론이 20% 내외에서 찬성이 형성된 반면 열성 보수층은 7.5%라는 이례적인 분포를 보이고 있다. 이는 국힘 열성 지지층이 전체 여론과 동떨어진 심리상태에 있음을 의미한다.


직접적인 계기는 국힘의 전당대회였던 것으로 보인다. 국힘 전당대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와 보수정통론을 주장하는 김기현 후보가 당선되었다. 이는 유연성과 변화를 상징하는 중도·실용주의 대신 수구 경직화를 강조하는 세력과 대통령에 대한 맹목적인 친위세력이 승리했음을 상징한다.


이는 현재 국힘의 처지를 고려하면 기이한 상황이다. 현재 전체적인 여론 지형은 대체로 대통령·국민의힘 35%-민주당 45% 정도이다. 이대로 가면 민주당이 이긴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누구보다 변화를 구해야 할 집단은 대통령과 국힘이다. 그런 상황에서 국힘 전당대회를 계기로 변화와 유동화를 반대하는 세력과 경향이 당권을 장악한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가 3지대 신당에 대한 극히 부정적인 여론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부정적이라기보다는 아예 관심이 없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의 국힘은 상황을 분석하고 해석하는 것조차 힘겨워하는 듯하다.


국힘 주류의 경직화가 심화됨에 따라 변화의 가능성은 국힘의 온건 지지층 또는 국힘 밖에서 모색될 수 있다. 앞서 지적한 20대가 결정적이다. 20대는 기존 정당 지지와 제3지대 성장 지지가 비슷한 정도로 탈기성 움직임이 강하다. 기존의 40~50대 민주당, 60대 이상 국힘 대결 구도에서 20~30대가 말을 해야 할 상황이 되고 있다.


또 다른 한편 주목할만한 것은 대구·경북의 움직임이다. 국민의힘 핵심 지지 기반인 대구·경북에서 ‘제3지대 신당’ 지지 의향이 42.2%(“기존 정당이 낫다”, 43.1%)인데 서울의 34.4%에 비해서도 높은 편이다. 2016년 안철수의 국민의당이 광주에서 뿌리를 내린 것처럼 2024년 새로운 변화가 대구·경북에서 일어날 수 있다.


현시점에서 제3지대 신당의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러나 정치 이벤트를 평가함에 있어 중요한 것은 현시점의 가능성보다는 객관 정세의 변화 방향이다.


필자는 다음의 두 가지 점에서 제3지대 신당의 가능성을 현시점의 평가보다 높게 본다.


첫째. 여야 진영화가 점점 가속화되고 있다. 기존 정당이 어느 정도만 해도 굳이 제3지대 신당을 만들어야 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반면 여야 진영화가 심화되면 제3지대 신당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여야 정당의 수구화는 위험한 수준을 넘어섰고 총선이 가까워짐에 따라 더욱 심화될 것이다. 따라서 제3지대 신당도 여야 진영화·수구화를 배경으로 더욱 성장할 것이다.


둘째. 총선과 이후 전망이다. 한국 정치는 대선·총선과 같은 정치 이벤트를 계기로 한 시대가 종식되고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형국이었다. 지난 대선은 이런 관행을 깨버렸다. 대선 이후의 정세는 대선 이전의 갈등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아마도 23년 총선 또한 한 시대를 마감하는 의미보다는 갈등이 증폭·확대되는 경로를 택할 수 있다. 제3지대 신당은 총선을 겨냥한 단기 이벤트가 아니라 그보다 장기적인 정치혁신 프로젝트일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부터는 희망이다. 지금 거대 여야정당이 제정신이라고 할 수 있는가? 국힘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목사 하나가 상황을 유린하고 있음에도 어쩌지 못하고 있고 민주당은 민주당의 대권주자를 만들어낸 주요 인물들이 부정·비리에 깊이 연루되어 있다.


제3지대 신당의 가능성을 살피기 위해서는 지금 세력이 어떻게 분포되어 있는가보다 대세가 어디로 흐르는가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특히 기존 정당이 폐해가 극에 이르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부패한 수구 양당에 편승하기보다는 역사의 새로운 길에서 세상을 크게 보고 담대하게 운신의 방향을 정할 일이다.

글/ 민경우 시민단체 대안연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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