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이슬람 사원' 갈등 중심에 경북대?…'K-문화전쟁'의 이면

최민지, 장윤서, 김하나 2023. 5. 6. 05: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년 넘게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대구광역시 대현동 이슬람 사원(모스크) 건립 논란이 교육계로 번졌다. 주민과 지자체(대구 북구청)가 “사원을 경북대에 짓게 해달라”는 취지의 탄원서를 교육부에 내면서다. 그러나, 교육부는 최근 “지방자치단체에서 해결할 일”이라고 사실상 불가 입장을 밝혔다. 앞서 법원에서도 “모스크 건립은 합법”이라는 취지의 판결을 했지만, 주민의 반발을 잠재우지 못했다. 도대체, 지방의 한 지자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기게 한국의 시스템이 해결하지 못하는 것일까.
지난 2월 오후 대구 북구 대현동 경북대학교 서문 인근 골목가에서 돼지고기 수육과 소고기국밥을 받은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이날 돼지고기 잔치는 이슬람 사원 건립을 반대하는 대현동 주민 중 일부가 주최했다. 중앙포토


지자체 “경북대에 모스크 지어야” vs 교육부 “지자체가 해결해야”


지난달 28일 배광식 대구시 북구청장은 장상윤 교육부 차관과 면담을 했다. 지역구의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대구북구 갑)이 자리를 마련했다. 북구청은 “국립대인 경북대 부지 일부를 대현동 사원의 이전지로 쓸 수 있게 협조해달라”고 요구했다. “사원을 이용할 신도들이 대부분 경북대 유학생”이라는 이유였다. 전날 경북대 측이 “종교의 형평성과 구성원의 반대” 등을 이유로 주민과 지자체의 요구를 거절하자 국립대 관리·감독 기관인 교육부를 찾은 것이다.
지난 1월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사원 공사현장에서 이슬람사원 건립을 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그 아래로 일부 주민이 전시해둔 돼지머리와 족발이 보인다. 중앙포토

현재 절반쯤 건축이 진행된 모스크 논란은 북구청이 건축을 허가한 2020년 9월 시작됐다. 사원의 건축주는 7명의 무슬림이다. 2010년 이후 대현동에 경북대에 모슬림 유학생들이 많아지면서 기존의 무슬림 노동자들과 함께 이용할 이슬람 사원의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에 대현동 주민들은 재산권 침해와 소음 등을 이유로 민원을 제기했고 북구는 공사를 중단시켰다. 그러자 건축주 측은 공사 정지 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지난해 9월 대법원은 건축주의 손을 들어줬다. 공사가 재개되자 주민들 반대는 더욱 거세졌다.


무슬림 앞에 돼지머리 내걸기도


최근까지 주민들은 이슬람 문화권에서 식용이나 접촉을 금하는 돼지 머리를 성전 앞에 놔두거나 삼겹살 파티를 하는 등의 퍼포먼스를 했다. 성전 공사장 앞에 설치한 돼지머리는 파리가 끓고 악취가 날 때까지 치워지지 않았다. 한국의 한 지자체 안에서, 다른 국정과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문화적으로 충돌하는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외국인 노동자와 유학생들이 는 것과 궤를 같이하는 이번 갈등을 일부 전문가들은 ‘문화 충돌’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대현동 인근인 경북대에 재학 중인 무슬림 유학생은 150여 명. 모스크는 경북대 서문 부근에 지어지고 있다. 북구청과 주민들이 대학에 갈등 해결의 책임을 묻는 이유다. 최근 10여년 간 경북대가 적극적으로 유학생을 유치했고 무슬림 인구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북구청 관계자는 “건축주와 유학생들은 (매일 정해진 시간에 기도를 해야하는 이슬람 율법에 따라) 도보 5분 거리에 수시로 기도할 수 있는 자신들만의 공간이 필요해 모금을 하고 사원을 지어왔다”며 “주민들 건의에 따라 다른 대체 부지를 몇 곳 제안해봤지만, 건축주 측이 제시한 조건에는 들어맞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방의 ‘문화 충돌’…유학생 유치의 이면


경북대는 지난 10년 간 해외 유학박람회에 참여하는 등 유학생 유치에 앞장섰다. 이 같은 노력을 인정받아 2014년엔 교육부와 법무부의 ‘외국인 유학생 유치·관리역량 인증’을 받은 대학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한국어 과정이 개설된 고교의 우수 학생들을 초청하는 교육부 ‘해외 학생 초청 연수사업’에도 수년 간 선정됐다. 한 대학가 관계자는 “최근 수도권 대학에 경쟁력이 뒤처지며 신입생 모집난을 겪어온 지방대들은 유럽이나 중국보다는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등으로 시선을 넓혀 유학생을 유치해왔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은 교육부 산하기관이 아닌 만큼 정부가 나서서 부지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결정할 수 없다”면서 “애초에 법적으로도 교지 내 종교시설 건축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지자체와 주민들의 요구가 무리라는 의미다. 학교에 지어질 건축물을 규정하고 있는 ‘도시·군계획시설의 결정·구조 및 설치기준에 관한 규칙’ 등 관련 법령에 따라 대학엔 종교시설이 들어설 수 없다는 설명이다. 홍원화 경북대 총장은 “대학에 교회나 불당이 들어선 사례를 봤느냐”며 “ 형평성을 고려할 때 어떤 종교 시설도 학교에 들어올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학내에서 운영되는 8~9개의 종교 동아리처럼 건물 내 일정 공간을 내주고 거기에서 기도를 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법원 판단 끝났지만…주민들 “아직도 밤 11시에 소음이”


지난해 9월30일 오전 대구 북구청 앞에서 '대현동 이슬람 사원 건축허가 반대 비상대책위원회'가 준비한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무슬림들과 건축주 측은 성전 건축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창호 대구경북차별금지법제정연대 집행위원장은 “이미 거의 다 지어진 사원을 놔두고 경북대로 이전하겠다는 것은 학생들 뜻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희수 한양대 명예교수는 “기독교처럼 주일 한 번만 예배를 드리는 것이라면 위치가 멀어도 상관없겠지만, 이슬람교는 하루에 다섯 번씩 예배를 보기 때문에 접근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대구 북쪽보다 남쪽의 부동산 가격이 높기 때문에 돈이 없는 학생들이 현재 성전 위치를 선호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오전 대구 북구 경북대 서문 앞에서 '대현동 이슬람사원 건립 반대 비대위'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양측의 충돌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김정애 이슬람사원 반대비상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은 “현재도 무슬림들은 공사지 옆에 딸린 작은 공간에서 기도를 드리고 있는데, 우리가 소음 공해 등을 문제로 3년째 항의를 하고 있음에도 인근 주택에서 지난 1월 밤 11시가 넘는 시각에 두 번이나 경찰에 민원을 넣는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문제 삼는 건 이곳에서 산 지 30년이 된 원주민들이, 갑자기 나타난 무슬림의 문화에 무조건 적응해야 한다는 그들의 태도”라고 지적했다. 집값 하락을 우려하는 집단 이기주의라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김 부위원장은 “우리의 민원은 생존권과 관련한 것일뿐 집값과는 전혀 관계없다”고 했다.

“한국 외교 인프라 될 사람들인데…”


지난해 12월 대구 북구 대현동 경북대 서문 앞에서 인근 주택가 이슬람사원 건축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주최한 기자회견 도중 경북대 학생들이 '대현동 연말큰잔치를 규탄한다'는 내용의 대자보를 붙이려다 이를 반대하는 주민들과 설전을 벌이고 있다. 뉴스1
전문가들은 ‘제2의 대현동 사태’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수정 서강대 유로메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정부는 현재 유학생을 종교별로 분류하지 않고 있어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다”면서도 “지난해 국내 유학생 16만6892명 중 이슬람 국가인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유학생이 3위(8608명, 5.2%)를 차지한 점 등을 보면 당연히 대현동에서 일어난 문화충돌이 재현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갈등이 외교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양금희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이미 많은 이슬람 국가들이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입 국가가 됐다. 그런데, 대현동 사태가 이슬람 문화권에 알려지면 또 다른 외교적 문제로 확전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희수 교수는 “경북대에서 공부하는 무슬림 유학생들은 고국으로 돌아가 사회 지도층, 나아가 잠재적인 한국의 외교적 인프라가 될 자원들”이라며 “이들의 눈에 이미 법적으로 허가를 다 받아서 공사하고 있는 건물에 돼지머리나 쓰레기를 투척하는 한국인들이 어떻게 비칠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정 책임연구원은 “영국 등 이미 다양한 문화가 뒤섞이며 충돌을 겪은 나라는 종교시설 건축 신고가 들어오는 즉시 주민들과의 TF가 만들어진다”며 “우리도 향후 비슷한 사태가 일어났을 때 갈등을 조정할 TF나 이민청 등의 기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민지·장윤서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