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소지에 놀랐다…"XX 먹어" 다산콜센터 울린 그놈 철창신세

문희철, 김준희 2023. 5. 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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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1339 콜센터에서 상담원들이 상담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콜센터 상담사에게 상습적으로 욕설한 악성 민원인이 실형을 살게 됐다. 물리적 위해가 아닌 언어폭력만으로 집행유예 없는 징역형이 선고된 것은 이례적이다.

광주고법 전주부는 지난달 7일 업무방해죄 등으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8개월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A 씨가 서울시청 행정콜센터 120으로 전화해 상습적으로 욕설·폭언하고 상담사에게 정신적 고통을 줬다”며 A 씨 항소를 기각했다.

악성 민원인 상습 폭언…法, 실형 판결

120다산콜센터 연도별 악성민원인 법적조치 대응 현황. 그래픽 박경민 기자

판결문에 따르면 A 씨는 2019년 9월부터 2020년 7월까지 120다산콜센터에 수시로 전화해 상담사에게 구체적인 문의를 하지 않으면서 면박을 줬다.

예를 들어 상담사가 ‘문의하신 내용은 확인이 어렵다’는 취지로 설명하자 “한국말 못 알아 먹냐”거나 “초등학교(‘초등학생’을 의미) 같은 얘기 그만하라”고 고성을 질렀다.

또 금천구청 감사과를 연결해달라는 요구에 상담사가 ‘감사과에도 담당자가 여럿이라. 자세한 업무 내용을 말해달라’고 응대하자 그는 “왜 월권행위를 하느냐?”며 “니네 아버지 X이나 먹으라”며 “XX아”, “X새” 등 각종 폭언을 이어갔다.

과도한 언어폭력에 참다못한 상담사는 경고 문구를 자동 송출했다. 120다산콜센터는 악성 민원이 발생하면 ‘성희롱, 폭언, 욕설 등의 말씀을 할 경우 관련법에 의해 법적 조치 될 수 있음을 알려 드립니다’라고 알린다.

그러자 A 씨는 “당신이 X떡같이 해놓고 X팔 법대로 보호받아?”라며 “능력 없으면 집에 가서 다시 배우고 와. 능력 없는 게 자랑이야”라고 말했다.

피해자가 자제를 요청해도 “X지랄 떨어 놓고”라거나 “죽어”라고 말하고, “니 아빠XX같은 얘기”, “니 엄마 X이나 먹어” “씨XX놈아” 등 피해자 가족의 성기를 지칭하는 욕설로 피해자가 다른 상담 업무를 할 수 없도록 방해했다. 이에 다산콜센터는 형법상 폭행·협박·업무방해·정보통신망법 위반 등으로 A 씨를 고소했다.

물리적 폭력 없었지만, 징역 8개월 선고

120다산콜센터에서 상담전화를 받고 있는 상담사들. [사진 다산콜센터]

A씨는 2018년에도 또 다른 콜센터 상담원에게 욕설하다가 업무방해죄로 징역형 집행을 유예받았다. 이외에도 별개 범죄로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다.

재판부는 “집행유예 기간은 지났지만, 법정에서 직접 재생한 녹취록 발언 수위·내용을 고려할 때 상담사가 정신적으로 큰 고통을 받았을 것”이라며 “피해자 누구도 피고인을 용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법원은 A씨가 노모를 부양하고 있고 개별 통화시간 자체는 장시간이 아니었다는 점을 고려해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A 씨 주민등록상 주소가 서울이 아닌 것도 눈길을 끌었다. 다산콜센터 관계자는 “다산콜센터는 서울시 행정 관련 업무를 질의하는 곳인데, A 씨는 서울시 행정은 문의하지 않았다”며 “불법 주정차 단속 과태료에 대해서 문의한 적이 있지만, 장소가 서울인지 아닌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동대문구 120다산콜재단을 방문해 직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뉴스1]

서울시 관계자도 “우리는 동대문경찰서에 고소했고, 재판을 받기 전까지 관할법원이 광주고법 전주부라는 사실도 몰랐다”며 “행정기관으로부터 고소당하면 가끔 재판을 지연하려고 주소를 옮기는 사람이 있다”며 “다만 A씨가 이와 유사한 사례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120다산콜재단은 언어폭력 강도가 심하거나 반복하면 법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31명을 고발했고 13명이 벌금형 이상을 선고받았다. 나머지는 수사 중이거나 재판을 진행 중이다.

이이재 120다산콜재단 이사장은 “시민의식이 결여된 일부 몰지각한 고객의 서비스업 ‘갑질’ 행태에 경종을 울리는 판결”이라며 “고객 응대 근로자를 인격적으로 대우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확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희철 기자, 전주 = 김준희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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