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첩자 말도 돈다"…라덕연 vs 키움 주가폭락 '네 탓 공방'

허정원, 김홍범, 염지현 2023. 5. 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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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와 관련, 문제의 8개 종목 하한가를 유발한 ‘반대매매’의 원인을 두고 라덕연 R 투자자문사 대표와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 측이 ‘네 탓 공방’이 2라운드를 맞고 있다. 일임매매업 허가를 받지 않은 채 다단계 방식으로 끌어모은 투자자들에게서 신분증을 받아 차명 개통한 휴대전화로 8개 종목의 시세를 관리했던 라씨는 주가폭락 2거래일 전 다우데이타 지분 140만주를 처분해 차익을 실현했던 김 회장을 폭락 사태의 주범이라고 물고 늘어지고 있다.


라덕연, “키움 반대매매 유발한 정황”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 폭락 사태와 관련 검찰에 입건된 R투자컨설팅업체 라덕연 대표가 지난 1일 서울시내에서 언론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라씨는 5일에도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차액결제거래(CFD) 반대매매 요건이 아닌데 키움 증권이 증거금률을 임의로 조정해서 반대매매를 유발한 정황을 찾았다”고 주장했다. 라 대표가 제공한 주식거래 화면에는 폭락사태가 시작된 지난달 24일 키움증권이 20~40% 수준이던 다올투자증권·삼천리·선광·대성홀딩스·하림지주·세방 등 종목의 증거금률을 모두 100%로 올린 것으로 돼 있다. 증거금이란 주식을 살 때 필요한 일종의 보증금 성격의 현금 비중을 뜻한다.

라 대표는 투자자들의 돈으로 레버리지를 일으켜 투자액이 원금의 2.5배에 달하는 CFD거래를 주로 했는데, 증권사 측이 통보도 없이 증거금률을 갑자기 높여 미처 증거금을 채우지 못했고 이 때문에 반대매매가 일어났다고 주장한다. 증권사의 돈을 빌리거나 신용대출 등으로 주식을 먼저 매입하는 ‘미수거래’를 할 경우 투자자가 빌린 돈을 약정한 기간 내에 변제하지 못하면 증권사가 고객의 의사와 상관없이 주식을 매도(반대매매)하는데, 이번 대규모 반대매매를 키움증권 측이 의도적으로 일으킨 것이라는 의혹 제기다.


키움, “증거금률 올린 건 폭락 後…선후 바뀌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러나 키움증권 측은 라 대표의 주장에 선후·인과관계가 뒤바뀌었다고 말하고 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4월 24일 증거금율 상향 공지가 되긴 했지만, 실제 적용일은 25일부터”라며 “증거금률 100% 조건도 신규매매에 적용되는 것이지 기존 CFD 계약 시점에 약정된 증거금 등 조건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가폭락이 일어난 지난달 24일 공교롭게도 증거금률 상향 결정이 내려진 데 대해선 “이날 장 시작 직후 하한가 사태가 시작됐고, 관련 부서에서 신속하게 대응하는 차원에서 판단한 것”이라며 “증거금률 상향 결정도 첫날 하한가 사태 이후에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라씨 측은 ‘증거금률 상향→반대매매→주가 폭락’을 사태 원인으로 보고 키움증권을 진원지로 지목했지만, 키움증권 측은 ‘주가 폭락→증거금률 상향 등 위험신호→반대매매’ 순으로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 키움증권 측은 “위탁증거금이 원래의 40% 수준이 될 때까지 주가가 떨어지면 통지와 동시에 실시간 반대매매가 이뤄지는 것 맞다”며 “그러나 4월24일 무렵의 경우 주가폭락에 따라 대량으로 물량이 쏟아지며 반대매매가 일어난 것이지 고의로 유도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른 주요 증권사들의 대응에는 시차가 있었다. KB증권(4월 25일)→삼성증권(4월 26일)→한국투자증권(5월1일)→신한투자증권(5월2일) 등은 차례로 이들 종목의 신규매매에 요구되는 증거금률을 100%로 상향하거나 CFD 신규매매와 가입을 중단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4월 24일 월요일에 발생했던 모증권사 매물 출하로 투자자 공포심리가 커졌고, 이런 결정적인 수급요인이 이후 특정 종목들의 주가에 악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며 “25일부터 변경된 증권사들의 CFD 증거금 100% 변경은 투자 환기 및 투자자 보호 차원의 조치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키움증권이 타사보다 발 빠른 대응으로 추가 피해를 막았다고 볼 여지도 있는 셈이다.


키움 장남-주가조작 일원 친분 의혹…檢, “경위 파악”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키움증권 본사에서 최근 발생한 외국계 증권사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와 관련해 기자회견하고 있다. 김 회장은 20일 다우데이타 지분 140만주 매각을 통해 발생한 605억원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약속하고, 도의적인 사과를 했다. 연합뉴스.

라씨와 키움증권 측의 공방 속에 새로운 의혹도 제기됐다. 주가조작 일당으로 출국 금지된 A씨가 과거 키움증권에서 6년여 근무했고, 김익래 회장의 아들인 김동준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다는 피해자들이 나타나면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투자자들 사이에선 A씨가 키움과 라씨 사이에서 일종의 이중 첩자 노릇을 했다는 얘기도 돌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김 회장이 4월20일 주식을 대량매도한 게 우연의 일치인지 여부도 검찰 수사를 통해 규명되어야 할 과제로 남겨져 있다.

이에 대해 키움증권 측은 “김동준 대표는 A씨를 만난 적이 없고, 같이 사진을 찍었다는 직장인 농구대회에 참석한 바도 없다”고 해명했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과 합동수사팀을 꾸린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압수수색 등을 통해 사태의 원인과 경위를 전반적으로 파악해야 구체적인 책임 소재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회장의 주식 매도 및 키움증권의 조치와 폭락사태의 관련성에 대해서도 “형사법적으로 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단순히 부도덕한 행위에 해당하는지도 사태의 전반적인 진상규명과정에서 드러날 것”이라며 “키움그룹에 대해선 효율성 차원에서 금감원이 먼저 CFD 자료 분석에 들어간 상태”라고 설명했다.

허정원ㆍ염지현ㆍ김홍범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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