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못한 금리역전·무역적자…원화 폭락, 1400원대까지 각오

하남현 2023. 5. 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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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금리 역전 폭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며 향후 원화값의 방향이 주목받고 있다. 경기 부진 우려에 한국은행은 고물가에 대응해 밟았던 긴축 페달을 미국보다 먼저 뗐는데, 한·미 금리차 확대에 따른 자금 유출과 원화 가치 하락세가 심화할 경우 한은이 다시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야 할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다만 경기 부진 우려로 한은이 오는 25일에는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4일 오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참석한 가운데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컨퍼런스 콜로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이는 1.5~1.75%포인트로 벌어졌다. 지난 3일(현지시간)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5~5.25%로 올리면서다. 한국의 기준금리는 연 3.5%다. 한국은행은 최근 2번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한 반면 미국은 금리 인상을 멈추지 않으며 금리 역전 폭이 커지고 있다.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한·미 금리 역전차에 외국인 자금 유출 및 원화 가치 하락 우려가 재점화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4일 미국의 금리 인상과 관련해 “내외 금리차가 확대된 상황에서 금융·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가능성과 함께 시장 교란 행위 및 쏠림 현상 등에 대한 변동성 확대 우려가 상존한다”고 진단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미 원화값은 불안한 흐름이다. 지난 2일 달러당 원화 가치는 1342.1원으로 마감하며 종가 기준으로 가장 낮았다. 지난 2월 2일 연고점(1220.3원)과 비교하면 10% 떨어졌다. 통상 달러 가치가 낮아지면 원화값은 오르는데, 원화 가치는 되려 떨어졌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지난달 기준 101.5다. 3월 말(102.14)보다 0.6% 하락했다.

최근 원화 약세 흐름은 무역수지 적자 영향이 크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1~4월 무역적자 누적 규모는 250억2000만 달러에 이른다. 연간 사상 최대 적자 폭을 기록했던 지난해 무역적자 규모(478억 달러)의 절반을 4개월 만에 넘었다. 무역적자는 달러 유출을 의미해 달러당 원화 가치를 끌어내린다.

당분간 수출 부진이 계속될 전망이어서 원화 가치도 약세를 이어갈 거란 전망이 나온다. 우리은행은 최근 ”비관적인 수출 경기 전망 탓에 원화 위험 자산에 대한 수요 부진이 우려된다”며 1차적 심리 저항선인 달러 당 원화 가치 1350원선이 무너질 경우 1400원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원화 가치가 상승세로 돌아설 거란 견해도 있다. 시장에서 Fed의 긴축이 곧 종료될 거란 관측이 우세한 만큼 지난해와 같은 강달러 현상은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 Fed의 기준금리 인상 조치 발표 직후인 지난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당 원화가치는 전날보다 15.4원 오른 1322.8원에 마감했다. (환율은 하락)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책임연구원은 “5월 FOMC 회의에서 예상대로 기준금리 추가 인상 중단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약달러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한국의 3월 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달러 당 원화가치는 1300원대 초반에서 안정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원화 가치 방향에 대한 견해차는 있지만, 오는 25일 열리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동결 조치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데에 시장이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기준금리 격차 자체가 기계적으로 환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수차례 말했다. 그는 지난 3월 “금리 격차 자체가 환율 움직임을 결정한다기보다는 달러 강세가 얼마나 지속할 것인지 등이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경기가 부진한 상황에서 한미 간 금리 차 확대와 환율 문제를 금리 인상으로 대응할 경우 금융부실 확대 및 경기 침체 심화와 같은 부작용이 벌어질 수 있다”라며 “금리를 지나치게 올리기보다는 수출을 늘려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함으로써 자본 유출을 방지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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