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행인 잡던 '카메라 걸'…재키 케네디 결혼 전 깜짝 비밀
"더 어려운 일을 하고 싶어요. 기자 일을 시켜 주세요."
1951년 미국 워싱턴DC의 한 신문사 편집국. 안내 업무를 맡은 리셉셔니스트로 취업한 한 20대 초반 여성이 편집국 임원에게 이런 요구를 했다. 그 주인공은 재클린 케네디. 그의 결혼 이전 10~20대에 초점을 맞춘 평전『카메라 걸』에 나오는 내용이다. 주간지 뉴요커(the New Yorker)가 지난 1일 최신호에서 소개한 바에 따르면 결혼 전엔 케네디가 아닌 부비에라는 성을 썼던 재클린은 자신만의 커리어를 꿈꿨던 당찬 여성이었다. 주식으로 큰 돈을 번 아버지와 사교계에서 유명했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재클린은 어린 시절부터 당시의 요조 숙녀 코스를 충실히 밟았다.
그러나 『카메라 걸』을 쓴 퍼스트레이디 전문 역사학자, 칼 스페라짜 앤서니에 따르면 재클린은 또래 여성들이 으레 듣기 마련이었던 불문학 같은 과목보다는 국제관계학이며 정치, 언론학 등에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바사 컬리지를 다니던 재클린이 학교의 해외 프로그램에 지원한 것도 당시로선 이례적이었다. 뉴요커와 평전에 따르면 재클린이 당시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엔 이런 대목이 있다. "어제 네 과목에 소 논문을 제출했어요. 국제관계학 논문에서 저는 주류 학계와는 조금 다른 시각을 취해봤는데, 교수님이 어떻게 보실지 궁금해요."
재클린은 결혼 대신 다른 일을 꿈꿨다. 부모님 몰래 패션지 보그 에디터 직에 지원한 게 대표적. 평전에 따르면 재클린은 "저는 20세 최고의 문화 에디터가 될 수 있으리라 자신합니다"라고 지원서에 썼다고 한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재클린은 인턴 에디터가 됐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곧 그만두고 말았다고 한다.
그러나 재클린 역시 쉽사리 뜻을 굽히진 않았다. 결국 부모님을 설득해 에디터나 기자와 같은 본격적 일 대신, 워싱턴 타임스-헤럴드에 리셉셔니스트로 일자리를 구한다. 지금 표현으론 일종의 낙하산이지만 재클린이 맞선이나 파티 대신 일을 원하는 마음이 그만큼 컸다는 의미도 된다.
편집국 역시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당시 에디터들은 그에게 '카메라 걸'이라는 임무를 주는데, 거리에서 행인들에게 깜짝 인터뷰를 진행하는 일이었다. 기자적인 큰 전문성을 요하진 않지만 사람을 만나서 두려워하지 않고 재치있는 질문을 해야 하는 일이었는데, 재클린은 큰 재능을 보였다고 한다. 평전과 뉴요커에 따르면 편집국에서 재클린은 조금씩 더 중요한 일을 맡았는데, 당시 유력 정치인이었던 리처드 닉슨의 6살난 딸 트리시아를 인터뷰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닉슨과 인연이 이래저래 깊은 셈이다. 재클린과 2년 후 결혼하는 존 F 케네디와 닉슨은 백악관을 두고 경쟁했다.
재클린이 또 열을 올렸던 취재원이 있으니, 엘리자베스 공주였다. 이후 엘리자베스 2세가 된 영국의 어린 공주가 워싱턴을 찾았을 때, 재클린은 인터뷰를 따기 위해 고군분투했다고 한다. 결과는 실패. 그러나 당시의 노력으로 "실제로 기자에 뜻이 있어 보인다"는 평판을 얻었다고 뉴요커는 전했다.
그러나 재클린은 당시 22세로, 결혼을 빨리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압박에 시달렸다. 결국 그는 한 사교파티에서 만난 존 F 케네디와 결혼했고, 학업과 일에 대한 꿈을 접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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