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할리우드 작가들의 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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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라 에프론은 뉴스위크에서 여성이란 이유로 기자직을 주지 않자 편지배달부로 취직해 1960년대 미국 언론계 유리천장을 깨뜨린 저널리스트였다.
"만약 인공지능(AI)에 노라 에프론의 글을 전부 학습시켜 노라 에프론 스타일의 대본을 써내게 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노라 에프론이 상징하는 독창적 글쓰기가 생계수단인 작가들이 그것을 모방할 수 있는 생성형 AI의 등장에 위협을 느낀 것이다.
①작가는 사람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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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라 에프론은 뉴스위크에서 여성이란 이유로 기자직을 주지 않자 편지배달부로 취직해 1960년대 미국 언론계 유리천장을 깨뜨린 저널리스트였다. 위트로 버무린 글에 급소를 찌르듯 결정적 한 구절을 집어넣는 에세이로 이름을 날렸다. 할리우드로 활동무대를 옮기면서 그의 독특한 글쓰기는 매력적인 시나리오와 톡톡 튀는 대사를 쏟아냈고,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유브 갓 메일’ 등 히트작이 만들어졌다.
10년 전 세상을 떠난 이 로맨틱 코미디의 대모가 지난 1일 시작된 미국 영화·방송 작가 총파업의 키워드가 됐다. 작가들은 물었다. “만약 인공지능(AI)에 노라 에프론의 글을 전부 학습시켜 노라 에프론 스타일의 대본을 써내게 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노라 에프론이 상징하는 독창적 글쓰기가 생계수단인 작가들이 그것을 모방할 수 있는 생성형 AI의 등장에 위협을 느낀 것이다. 그들은 이를 정식 협상 의제로 삼았고, 계약서에 두 가지를 명시하자고 제작사 협회에 요구했다.
①작가는 사람이어야 한다. 초고부터 최종 원고까지 모든 단계의 대본을 사람이 쓴 작품만 제작사가 저작권을 행사할 수 있다. ②원작도 사람이 만든 것만 활용한다. AI가 소설이나 시놉시스 형태로 생성한 이야기는 작품의 재료가 될 수 없다. ①은 AI가 작가의 역할을 대체하는 상황을, ②는 작가가 AI의 창작물을 가공하는 저임금 기능직으로 전락하는 상황을 막기 위한 조항이다.
작가조합과 제작사 협회는 3년마다 계약을 갱신한다. 작가들은 “AI 발달 속도를 봤을 때 3년 뒤엔 이런 말조차 꺼내지 못할 수 있어 이번에 반드시 관철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이미 컴퓨터그래픽 등 많은 분야에서 AI를 활용 중인 제작사들은 쉽게 들어주지 않을 태세다. 15년 만에 벌어지는 ‘할리우드 파업’은 일자리를 둘러싼 인간과 AI의 힘겨루기가 현실로 나타난 대표적 사례가 됐다. 창의성이 요구되는 일자리는 그래도 안전하리라던 예상이 보기 좋게 깨졌다.
태원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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