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보호소 일회성 후원은 그만… 3년 안에 자립 가능합니다” [개st인터뷰]

이성훈 2023. 5. 6.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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팅커벨프로젝트 황동열 대표 인터뷰
개st인터뷰는 유기, 학대 등 위기 상황의 동물을 돕는 각계 전문가를 만나는 기획입니다. 동물 구조대, 동물사건 변호사, 수의사, 행동전문가 등이 전하는 생생한 현장 이야기를 전합니다.

동물구조단체 팅커벨프로젝트 황동열 대표가 서울 강서구 팅커벨 입양센터에서 유기동물을 안고 있다. 팅커벨은 운영난에 처한 전국 30개 사설보호소를 선정해 후원과 코칭을 병행하는 ‘재정자립형 민간쉼터 컨설팅’ 사업을 하고 있다. 투명한 후원금 운영 등 주어진 과제를 이행하는 사설보호소에 연간 최소 500㎏의 후원사료와 운영비 일부를 후원하는 방식이다. 최민석 기자

전국 130여개 사설 유기동물보호소들 중 상당수가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설보호소는 만성적인 개체수 포화에 시달리는 공공보호소에 입소하지 못한 유기동물을 분담하는 등 공익적인 기능을 하지만 인력 및 운영비 부족에 허덕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70대를 앞둔 노인 홀로 동물 100마리를 관리하고, 100만원도 안 되는 월간 후원금에 개인 생활비를 털어 사료 값을 메우는 것이 흔한 사설보호소 풍경이다. 만약 보호소장이 건강이상으로 인해 보호소를 관리할 수 없게 되면 입소한 동물들이 지방정부의 관리 하에 대규모 안락사 대상으로 지정되는 등 큰 사회적 파장이 우려된다.

비참한 현실은 통계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일부 공개한 ‘2022년 민간동물보호시설 운영실태조사’에 따르면 사설보호소 10곳 가운데 4곳은 보호소장 홀로 관리한다. 운영비의 52%는 후원금으로 감당하지만 부족한 액수는 개인 채무로 충당한다. 기업, 대형동물단체 차원에서 사설보호소에 구호용 사료 혹은 후원금을 전달하는 사례는 있지만, 부실한 운영구조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일회성 미담에 그친다.

운영기반이 탄탄한 사설보호소를 만들 수는 없을까. 동물구조단체 팅커벨프로젝트(팅커벨)는 운영난에 처한 전국 30개 사설보호소를 선정해 후원과 코칭을 병행하는 ‘재정자립형 민간쉼터 컨설팅’ 사업을 개시했다. 투명한 후원금 운영, 번식 예방을 위한 중성화 수술 의무화, 입양홍보 활성화 등 주어진 과제를 이행하는 사설보호소에 대해 팅커벨이 연간 최소 500㎏의 후원사료와 운영비 일부를 후원하는 방식이다.

국민일보는 지난 20일 팅커벨 황동열 대표와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황 대표는 “위기의 사설보호소에 긴급 후원을 하는 것도 좋지만, 나아가 건전한 재무구조를 갖추도록 일정한 매뉴얼에 따른 구조조정도 병행해야 한다”며 “변하지 않으면 무너진다는 절박감이 있기에 70대의 보호소장도 적극적으로 과제를 수행하는 등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하 인터뷰 전문.

-사설보호소 지원에 뛰어든 이유는.

“사설보호소에서 돌보는 아이(유기동물)를 남의 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보호소에서 받아주지 않았다면 팅커벨이든 다른 동물보호단체든 돌봐야 했을 것이다. 보호소장들이 혼자 끙끙 앓지 않도록 도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제가 만난 보호소장들은 자포자기 심정으로 유기동물들을 끌어안고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비록 모든 어려움을 다 해결해주지는 못하지만 당신은 혼자가 아니고 도와줄 수 있는 든든한 동지가 있다는 연대감을 전하고 싶다.

보다 근본적인 질문도 던지고 싶다. 과연 사설보호소가 보호하는 유기동물은 소수 개인이 감당할 사적인 존재일까 아니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지원이 필요한 공적인 존재일까. 우리나라가 동물복지 그리고 나라의 품격을 갖추려면 버려진 동물에 대해서 최소한의 지원은 해줘야 한다고 본다. 사설 보호소들도 엄연히 공익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 않나. 따라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사설 보호소를 지원할 방안을 마련하면 좋겠다.”

-전국의 사설보호소 수십 곳을 답사했다고 들었는데, 대략적인 상황은.

사진은 팅커벨이 답사한 전국 30개 사설보호소 중 일부 모습. 팅커벨프로젝트 제공


“지난 2개월간 전남 여수, 부산 기장과 경남 거제, 제주도 등 전국의 사설보호소 30곳을 답사했다. 입소한 동물은 개 1657마리, 고양이 1287마리까지 도합 2900여마리로 보호소 한 곳당 평균 100마리를 돌보는 셈이다. 하지만 제가 답사한 보호소 70%는 보호소장(운영자) 홀로 그 많은 동물을 돌보고 있다. 보호소장들은 하나같이 ‘내가 살아있을 때는 이 아이들을 어떻게든 챙기는데, 만약 내가 죽거나 병원에 입원하면 이 아이들이 어떻게 되는 걸까’ 이 걱정에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보호소장이 쓰러지기라도 하면 입소한 동물들은 지역사회에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다. 시군구청 소유로 넘어가 집단 안락사를 당하는 비극이 벌어질 것이다. 5년, 10년 뒤를 대비하려면 낙후한 사설보호소도 운영체계를 갖추고 신뢰도를 끌어올려 더 많은 후원을 이끌어내야 한다.”

-후원금 부족으로 운영난에 시달리는 사설보호소가 많다고 들었다.

“동물들을 굶기지 않고 보호소를 운영하려면 한 마리당 월 10만원의 후원금이 소요된다. 그러니까 100마리를 돌보려면 월 1000만원은 필요한데, 실제 들어오는 후원금은 100만원도 안되는 보호소가 80%나 됐다. 그렇다고 아이(유기동물)들을 굶길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사료의 질을 저품질로 낮추는 수밖에 없다. 사료의 질을 낮추면 아이들 건강이 금세 나빠진다. 영양이 부족하고 면역력이 떨어져서 피부 혹은 호흡기 질환에 걸린다. 결과적으로 후원금 부족이 ‘저품질 사료 급여→동물 건강 악화→동물병원비 지출→재정 악화’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부족한 운영비를 메우느라 주변에서 돈을 빌리고 수천만원의 개인 채무를 떠안는 보호소장도 있었다. 이 가엾은 동물들이 사료라도 배불리 먹을 수 있도록 튼튼한 운영구조를 만들어줘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사설 보호소에서 확인되는 가장 흔한 문제점은.

“후원금을 보호소장 개인 통장으로 받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되면 후원금과 개인생활비 내역이 뒤섞여 투명하게 공개할 수 없다. 악의에서 비롯한 것은 아니고, 회계처리의 중요성을 모르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공공성을 갖추려면 우선 모금통장을 따로 개설해야 한다. 세무서에 비영리단체로 등록한 뒤 단체 명의의 통장을 지급받고 그쪽으로 모든 후원금을 관리해야 한다. 재정공공성을 갖춘 다음으로는 보호소 운영을 공익화해야 한다. 구조한 동물의 중성화, 건강관리를 비롯해 월5회 이상 입양홍보를 해서 입양 및 구조의 선순환을 이뤄야 한다. 공공성을 갖추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보호소를 응원하고 후원하는 사람이 늘어나 더 많은 후원금이 모일 것이다.”

-팅커벨이 운영하는 ‘재정자립형 민간쉼터(사설보호소) 컨설팅’의 내용은.

“당장 급한 것은 배고픈 동물들에게 후원사료를 전달하는 일이다. 위기에 처한 6개 민간 쉼터에 도합 3.3t의 사료를 긴급 지원해드렸고, 전기 및 가스요금 연체로 공급 중단될 위기에 놓인 쉼터는 팅커벨 회원들과 수백만 원을 모금해 후원을 해드렸다. 그외 컨설팅을 따라오는 쉼터에는 연간 최소 500㎏의 사료를 지원해드린다. 이러한 지원이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식으로 소모돼선 곤란하므로, 후원을 받으려면 2~3년간 팅커벨이 제공하는 재정건전화 컨설팅을 따라야 한다.

컨설팅 내용은 이렇다. 민간쉼터는 후원금을 투명하게 운영하기 위한 재무구조를 갖춰야 한다. 우선 세무서에 신고해 비영리임의단체로 승인받는다. 그러면 단체 명의로 통장 발급을 받아 후원자에게 CMS(자동이체)로 매달 정기 후원금을 이체 받는 등 안정적인 후원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후원자들에게 후원금의 사용내역도 공개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임의단체로 등록하는 방법은 간단한데, 보호소장을 포함한 2인 이상이 단체 규약, 총회 회의록 등 간단한 서류를 만들어 동네 세무서에 제출하기만 하면 된다. 성취감을 주기 위해 소정의 상품도 준비했다. 임의단체 등록에 성공한 쉼터에는 격려하는 의미로 디자인 회사의 도움을 받아 단체 로고 및 명함을 제작해드린다.”

-쉼터 소장들이 코칭에 잘 따라오는지 궁금한데.

“애써 후원한 사료나 지원금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사라지면 곤란하다. 팅커벨의 후원을 받기 위한 자격 요건을 운영세칙에 자세히 표기했다. 만약 단체 명의의 후원금 통장을 개설하지 않거나, 동물 입양홍보 등을 활발하게 하지 않으면 팅커벨의 사료 및 운영비 지원을 받을 수 없다. 굳이 강제성을 부여하지 않아도, 이미 쉼터 소장들도 변화의 필요성을 충분히 느끼고 있다. 다만 60대 넘는 비교적 고령의 소장들은 젊은 봉사자 도움이 필요하다. 지역 봉사자를 모집해 쉼터를 자주 방문하고 소장을 곁에서 돕도록 연결해드렸다. 컨설팅 2개월만에 10개 쉼터가 벌써 단체 통장을 만들었다. 저 역시 너무 기뻤고, 단체통장을 개설한 쉼터마다 개인 사비로 10만원씩 축하 후원금을 넣어드렸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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