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스 더 뮤지컬’은 미투 운동과 함께 성장했어요”
페미니즘 메시지 공연 형태로 전달
“한국 배우 자신의 개성 잘 살려”
영국 헨리 8세의 여섯 왕비의 삶을 소재로 한 ‘식스 더 뮤지컬’(이하 ‘식스’)이 서울 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에서 공연 중이다. 지난 3월 10일 개막한 이 작품은 3주간의 오리지널 내한 공연 이후 한국어 공연(~6월 5일까지)으로 다시 관객과 만나고 있다. 티켓 예매 사이트 인터파크 관객평점 9.8(5월 4일 기준)이 말해주듯 관객 반응이 매우 뜨겁다.
‘식스’의 인기 비결은 여섯 왕비의 이야기를 팝 콘서트 형식으로 재기발랄하게 풀어낸 점이다. 이혼-참수-사망-이혼-참수-생존으로 정리되는 여섯 왕비는 가장 불행했던 사람을 리드보컬로 뽑는 경연을 벌인다. 왕비들은 각자의 불행을 이야기하지만 마치 아이돌 콘서트 같은 춤과 노래로 관객을 즐겁게 만든다.
2017년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초연한 ‘식스’는 2019년 런던 웨스트엔드 정식 데뷔에 이어 2020년 뉴욕 브로드웨이에 진출했다. 그리고 지난해 제75회 토니상 최우수 음악상과 의상상을 거머쥐는 등 핫한 뮤지컬로 각광받고 있다. 게다가 이 작품이 1994년생 동갑인 토비 말로우와 루시 모스가 23살 때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재학중 만든 것도 화제를 더했다. 비영어권에서는 최초로 선보이는 ‘식스’ 한국 공연을 보기 위해 최근 서울에 온 루시 모스(29)를 만나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한국 프로덕션은 더블 캐스팅이라 공연을 두 번 봤습니다. 한국 배우들은 노래도 뛰어나지만, 자신만의 개성을 잘 살렸다고 생각해요. 영국 프로덕션을 그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만의 공연을 만들었다는 느낌입니다.”
모스는 ‘식스’로 브로드웨이에서 여성 연출가 최연소(26세) 데뷔 기록을 세우는 등 콤비인 말로우와 함께 영미 뮤지컬계의 기대주로 떠올랐다. MZ세대인 두 사람이 어떻게 ‘식스’를 만들었는지 창작 과정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2016년 말 케임브리지 대학 뮤지컬 소사이어티가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공연하는 학생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에 토비가 선정됐어요. 그리고 토비가 제게 공동작업을 제안하면서 ‘식스’가 나오게 됐는데요. 저희가 작품을 처음 구상할 때 네 가지를 염두에 뒀어요. 팝음악을 사용할 것, 새로운 형식을 시도할 것, 유명한 소재를 택할 것, 여성이나 논-바이너리(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적인 성별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하는 사람) 캐스트를 활용할 것이었어요.”
모스와 말로우가 매년 3500편 넘는 작품이 쏟아지는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고민한 결과 나온 것이 바로 ‘식스’다. 페미니즘 관점의 역사를 공부한 모스가 헨리 8세의 여섯 왕비의 아이디어를 내는 한편 연출도 맡았다.
“제가 토비와 함께 ‘식스’를 처음 집필한 것은 2017년 초였습니다. 2017년 후반 미투 운동이 나오기 전이었지만, 당시에도 여성 서사에 대한 갈증이 매우 커서 ‘식스’가 주목받았어요. 페미니즘의 메시지를 재밌는 공연 형태로 전달하니까요. 공교롭게도 초연 이후 얼마 안돼 미투 운동이 터지면서 작품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졌습니다. ‘식스’는 미투 운동과 함께 성장했습니다.”
모스는 ‘식스’ 이후에도 말로우와 함께 ‘라따뚜이: 틱톡 뮤지컬’에 이어 현재 작업중인 ‘나는 왜 그렇게 혼자일까(Why Am I So Single)?’까지 4편을 함께 만들어 왔다. 그런데 둘의 작업방식은 독특하다. 기존의 뮤지컬 콤비들이 작곡과 대본, 가사를 각각 맡는 것과 달리 둘은 작곡과 대본, 가사 작업을 모두 함께한다. 그는 “나와 토비는 서로의 아이디어나 질문에 피드백하는 형태로 작업을 진행해 간다”면서 “내가 연출을 하기 때문에 좀 더 질문을 많이 던지고 배우인 토비가 좀 더 많이 답하는 편이다. 하지만 협업 방식도 일정한 것이 아니라 계속 변한다”고 답했다.
현재 영미 뮤지컬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창작자지만 모스의 어린 시절 꿈은 무용수였다. 케임브리지대에서 역사를 공부하며 연출가를 꿈꾸던 그는 무용수 경험 덕분에 친구들의 뮤지컬 작업에 종종 안무로 참여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콤비가 되는 말로우를 만나게 됐다. 그는 “‘식스’가 없었다면 지금 뮤지컬을 하고 있지 않았을 것 같다”면서 “안무를 통해 뮤지컬을 하게 됐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식스’ 초연을 하면서 내가 안무 재능이 없다는 걸 알았다. 이듬해 공연부터 전문 안무가를 초빙했고, 다른 작품들 역시 마찬가지”라고 웃었다.
젊은 나이에 예상치 못한 성공을 거뒀기 때문에 모스는 앞으로의 작업에 대해 더욱 조심스런 편이다. 뮤지컬계에서 다양한 제안이 왔지만 말로우와 협업을 빼면 유일한 작업이 지난해 웨스트엔드에서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 리바이벌 공연을 연출한 것이었다.
“주변의 기대가 큰 만큼 거기서 오는 부담도 심해서 저는 여유를 가지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서 연출 제안이 왔을 때 ‘식스’의 성공이 없었어도 제가 했을 만한 작품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토비와 지금 만들고 있는 ‘나는 왜 그렇게 혼자일까?’ 역시 전작들처럼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작게 선보일 겁니다. 저희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처럼 당장 대규모 작품을 만들 수는 없거든요.”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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