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영어는 만점, 미 의원들 태도도 만점 [정기수 칼럼]

데스크 2023. 5. 6.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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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처럼 진영 대결하지만, 우리처럼 무례하지 않아
회의장 꽉 메우고 진심으로 기립 박수
한국 국회, 젤렌스키 화상 연설에 60명 참석
민주당 의원, 영어 연설에 “사대주의자”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월 27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미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필자는 일반적인 한국인 기준으로는 영어를 괜찮게 하는 사람이다.


대통령 윤석열도 영어를 잘할 것으로 이미 알았다. 그의 이력이나 취향에서 어학에 대한 관심, 노력 등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사법고시를 9수(修)한, 고속 출세와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재수 하지 않고 이 나라 최고 학부인 서울대 법대에 들어간 머리로 2학년쯤부터 고시 공부만 하여서 3~4학년 때 합격, 일찍이 검사나 판사 생활을 시작하지 않았다. 대신 잡학(雜學), 잡기(雜技)에 열중했다.


사람들과 어울리길 좋아하고 법서(法書) 이외의 문학, 사회과학, 예술 분야 책들을 섭렵하면서 여러 기능도 배우고 익혔다. 그 하나가 이번 방미 중 국빈 만찬장에서 부른 돈 맥클린의 <아메리칸 파이>다.


윤석열의 미 의회 영어 연설(영어 회화와 영어 스피치 전문가 오성식은 만점 평가, 국민 평균은 95점 정도 줬다고 본다) 성공은 별로 놀랍지 않았다. 그보다 더 눈길을 끌고, 감동을 주고, 우리와 비교하게 한 것은 그의 자국 언어 연설을 듣는 미국 의회 의원들과 그 회의장이었다.


윤석열이 연설(이때 영어는 Speech가 아니고 Address라고 한다)을 한 장소는 미 의회(The Capitol Hill)의 상·하원 합동 회의장이었다. 의원 총수는 상원 100명(50개 주당 2명), 하원 435명 해서 535명이다. 인구가 6배 이상 많은 나라의 양원 의원 수가 우리(300명)의 2배도 안 된다.


그런데, 535명이 모일 수 있는 회의장 규모가 아주 작다. 의장석과 연설자 사이도 매우 좁다. 의원들 간 좌석 간격도 우리와 비교가 안 될 만큼 촘촘하다.


우리는 어떤가? 본회의장은 공산주의 국가처럼 으리으리하다. 천장은 하늘 높고 의원들 자리도 재벌 회장님 회전의자같이 크고 넓다.


지금 여의도 국회의사당은 박정희 시절인 1970년대에 지어진 것이다. 국회의원들 비위를 맞춰 주려고 그랬었는지 지나치게 화려하고 웅장하게 꾸미고 배치했다. 대단히 권위주의적인 건물 내외부다.


사진으로 본 미 의회 회의장은 우리 국회의 의원총회장 같은 모습이었다. 우리 의원총회장은 규모가 커서 이걸 본회의장으로 사용하고 본회의장은 공연장으로 활용하라는, 비판적인 목소리들도 있다.


장소도 장소지만, 참석한 미국 의원들의 예의가 무례한 대한민국 국회의원들과 대조돼 그들이 다시 보였다. 그들도 우리처럼 진영 대결이 극심하다. 대선에서 패배한 물러가는 대통령이 의회에 난입한 불복 지지자들을 선동, 민주주의 모범 국가가 아니라 민주주의 파괴 국가란 오명까지 받고 있었다.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월 27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미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부통령인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장(왼쪽),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으로부터 기립박수를 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그러나 이번 윤석열의 의회 연설을 듣는 태도가 ‘썩어도 준치’라는 걸 그들은 우리에게 증명했다. 품격과 예의로 그것을 보여 주었다. 한국 국회의원 중 몇 명이 필자와 같은 생각을 했을까?


그들은 윤석열의 43분 연설 도중 모두 56번, 이 가운데 23번(어떤 집계는 26번)은 일어서서 박수를 치고 환호성도 질렀다. 기립 박수는 내·외국 정상 연설 때 의례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말하지 말라. TV 화면에 비치는 그들의 표정을 보면 진심인지 형식적 예의 차리기인지 알 수 있다.


윤석열이 6·25 때 희생된 미국의 군인(영웅)들을 호명했다고 해서만 감사의 박수를 보낸 것이 아니다. 다른 내용에 대해서도 그것을 듣고 공감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중계됐다. 가령 다음과 같은 연설 대목이다.

“지금 우리 민주주의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세계 곳곳에서 허위 선동과 거짓 정보가 진실과 여론을 왜곡하여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 이들 전체주의 세력은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인 양 정체를 숨기고 위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위장과 은폐에 속아서는 안 된다.”

의원들은 연설이 끝난 뒤 연설문 복사본을 들고 거기에 윤석열의 친필 사인을 받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기도 했다. 마지못해 참석해 연설을 들은 사람들이 이렇게 하는가?.


우리 국회는 지난해 4월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렌스키가 본회의장도 아닌 국회 도서관 강당에서 화상 연설을 했을 때 300명 중 60명만이 참석했다. 기립 박수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민주당 의원 170명 전원이 러시아 편이라고 해도 이건 대한민국 국격을 스스로 초라하게 만든, 큰 무례를 저지른 일이었다.


많은 국민에게서 호평을 받는 윤석열의 영어 연설 또한 어떻게든 깎아내리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바로 국회 안에 있다. 민주당 대표 이재명의 핵심 측근이라는, 문진석이 그런 의원이다.


“한국 대통령이 우리말로 연설을 했어야 한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대주의자다. 프롬프터 보고 (연설을) 읽은 것에 불과하다. (미국 의회 현장 반응이 좋았던 것도) 미국에 도움 되는 말을 해서 그들이 박수 치고 좋아한 것이다.”


이것이 민주당의 현재 수준이고 협량(狹量)이다. 이들은 1998년 김대중도 이승만-노태우에 이어 한국 대통령 중 3번째로 미국 의회에서 영어 연설을 한 사실을 모르나 보다. 김대중도 사대주의자인가?


하긴 전당대회에서 돈 봉투나 돌리고, 국회에서는 저질 발언, 막말을 일삼으며 당 대표 방탄 소급 입법이라는, 후안무치의 극을 달리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기대하겠냐마는....

글/ 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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