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효진 기자의 사모 몰랐수다] 흥·끼 발산하며 쉼·회복을 선물받다
목회자 사모를 위로하고 치유하는 축제 ‘사모리조이스’는 2007년 시작됐다. ‘한국교회 사모 중 67%가 우울증에 걸렸다’(2006)는 언론 보도를 접한 오륜교회 김은호 목사, 정송이 사모가 ‘사모들이 행복해야 목회자와 성도, 교회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사모리조이스는 행사 공고가 뜨면 하루 사이에 접수가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쉼과 회복이 필요한 사모들에게 기쁨과 행복, 추억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3년 만에 재개된 사모리조이스는 ‘당신에게도 봄(春)’이라는 주제로 지난달 17일부터 2박 3일간 오륜교회에서 열렸다. 국내외에서 모인 500명의 사모가 참석한 사모리조이스 현장을 다녀왔다.
감동은 지하철역에서부터 시작됐다. 교회 인근 지하철 역사 내 모든 출입구에는 사모리조이스가 적힌 팻말을 든 성도들이 서 있었다.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달려온 사모들을 교회까지 차량으로 편하게 모시기 위한 배려였다. 비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한 손에는 우산, 다른 손으로는 팻말을 들고 사모님 한 명도 놓치지 않으려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모습은 감동으로 다가왔다.
“사모님 많이 기다렸습니다. 잘 오셨습니다.”
교회 입구에 들어서자 10여명의 성도들이 양옆으로 늘어서서 사모들을 맞이했다. 사모들을 박수로 환대하는 모습을 보며 코끝이 찡해졌다. 늘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헌신하는 자리에 있던 사모들이 이렇게 성도들에게 사랑받고 존중받은 적이 있었던가. 주변을 둘러보니 두 뺨에 흐르는 눈물을 재빠르게 닦아내고 있는 사모의 모습도 보였다.
교회 본당으로 들어서니 안팎으로 꽃장식이 꾸며져 있었다. 꽃과 같은 사모들을 위해 준비한 선물이었다. 예쁘게 장식된 플라워 포토존에 삼삼오오 모여 해맑은 미소로 사진 찍는 사모들의 모습은 마치 10대 소녀들 같았다. ‘웨레스 오카리나 앙상블’의 공연으로 시작된 행사는 뮤지컬 갈라 콘서트, 강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트로트 가수 류지광의 콘서트에서는 사모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큰 목소리로 노래를 따라 부르며 춤을 추며 함성을 질렀다. 마치 아이돌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 사모들이 이렇게 흥이 많을 줄이야. ‘대체 저 많은 흥을 어디에 숨겨놓고 사나?’ 싶어 웃음이 났다. 사모도 사람인데 왜 흥이 없고 끼가 없겠는가. 사모이기에 희생하고 절제하며 성도와 남편을 위해 묵묵히 숨죽이며 살아온 세월이었을 것이다.
사모들끼리만 나눌 수 있는 대화의 시간도 가졌다. 암 진단을 받고 수술과 항암치료 과정을 겪으면서도 성도들에게 미안하고 죄인 된 심정으로 살아간다는 사모의 사연, 사고로 자녀를 잃고도 슬픔을 억누르고 꿋꿋이 지켜내야 했던 사모의 자리, 맨날 성도 편만 드는 남편, 속 썩이는 성도를 가슴치고 통곡하며 품어낸 이야기 등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사연에 함께 공감하고 위로하며 서로를 격려했다. “나만 힘든 줄 알았더니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어느 사모님의 한마디가 잊히지 않는다.
200명의 봉사자는 사모리조이스를 더욱 빛나게 했다. 지난 1월부터 매주 기도로 준비해온 이들은 안내부터 조리, 차량 봉사, 간식, 의전 등 각 분야에서 섬기며 사모들이 오직 쉼과 회복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섬겼다. “사모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우리에게도 큰 기쁨입니다”라는 봉사자의 말은 감동을 안겼다.
사모리조이스는 서로를 바라보며 치유되고 위로를 얻은 행복의 잔치였다. 자유롭게 눈치보지 않고 맘껏 웃고 즐기며 마음의 짐을 내려놓는 이 시간만큼은 사모들이 주인공이었다. 사모가 행복하고 든든하게 서야 교회가, 성도가 행복하다.
사모리조이스를 통해 사모들이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큰 은혜인지 다시 한번 깨닫는 시간이 됐길 바라본다. 충전된 몸과 마음으로 다시 맡겨진 사역지로 발걸음을 내디딘 사모들이 주님과 함께 호흡하며 동행하는 삶, 그 어느 곳에서든 기쁨이 있고 행복이 가득하길 축복한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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