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은 ‘주신 선물’… 열린 가정회의 통해 지출 순위·비율 정하길

최기영 2023. 5. 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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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경제 세우는 성경적 재정 관리 이렇게

가정은 하나님이 허락하신 축복의 울타리다. 하지만 가족 구성원들이 일상에서 겪는 수많은 현실적 문제들은 그 울타리를 흔들리게 만들기도 한다. 특히 결혼 준비, 육아, 교육, 투자, 노후 대비 등을 위한 재정 문제 해결은 크리스천 가정도 쉽게 실마리를 찾기 어려운 영역이다.

김의수 돈걱정없는우리집지원센터장이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최근 상담했던 사례를 소개하며 신앙적으로 건강한 가정 재무 시스템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국민일보는 가정의달 5월을 맞아 가족 구성원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경제적 고민을 들어보고 신앙적이며 현실적인 조언을 듣고자 재무 상담 전문가를 만났다. ㈜키움에셋플래너 돈걱정없는우리집지원센터를 이끄는 김의수 센터장을 만나 가정에 얽힌 ‘돈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 센터장은 미국 워싱턴대 경영대학원(MBA)을 수료하고 현대자동차 기획실에서 근무했다. KBS ‘아침마당’, MBC ‘경제매거진M’ 등 다양한 TV 프로그램에서 재무 상담을 진행해왔으며, 10여권의 저서를 통해 크리스천의 재정적 가치관 정립에 도움을 주고 있다.

-최근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상담 영역은 무엇인가.

“코로나 팬데믹이 가정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그야말로 거대했다. 그중 하나가 주식 및 코인 투자 손실에 대한 것이다. 과거 고도의 전문 영역이라고 여겼던 주식 투자가 공모주 열풍, 주가 급등과 맞물리며 빠르게 대중화됐다. 개인과 가정의 재정 운용에서 투자의 비중이 늘고, 빚을 내면서까지 투자에 빠지면서 위기를 초래했다. 부동산 대출이자 부담도 빼놓을 수 없다. ‘내 집 소유에 대한 갈망’ ‘전세 제도’ 등 한국인 특유의 부동산 문화가 결합하면서 불어난 이자 부담이 결혼 양육 이사 등 가정 전반에 영향을 끼쳤다.”

-예비부부와 신혼부부는 어떤 관점으로 재정 관리를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상담을 해보면 결혼 준비 과정에서 후회로 남는 부분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스드메’(스튜디오 촬영, 드레스, 메이크업)와 예식 관련 비용, 신혼여행에서의 과다 지출이고, 다른 하나는 신혼집 마련을 위한 무리한 대출이다. 결혼은 연애와 다르다. 기념일에 선물 사주는 정도의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 비용)로 넘어갈 수준의 예산이 아니다. 거기에 주변인들의 결혼 과정, SNS에서 접하는 타인 결혼식과의 비교, ‘평생에 한 번뿐인데’라는 가정이 더해지면 감당하기 어려운 지출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따라서 예비부부가 함께 행복을 위한 합리적인 예산안을 고민해야 한다.

크리스천 부부라면 신앙 안에서 새로 둥지를 트는 가정으로서 감사와 행복이 빠져선 안 된다. 신혼집의 경우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 마련했을 때 월 대출 이자 부담이 부부 합산 소득의 10~15%를 넘지 않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 모든 과정 가운데 서로의 재무 상태를 솔직하게 오픈하고 재정을 하나로 통합하는 게 필요하다. 연애 시절 데이트 통장 운용하듯 별도로 자산을 관리하는 것은 곤란하다. 수고스럽더라도 결혼 전 개별적으로 자동이체하던 내역까지 통합해 조율하는 게 지혜롭다.”

-자녀 양육과 함께 가정의 재무 환경은 큰 변화를 맞는다. 자녀 교육비, 투자와 주거비, 이사 문제 등 다양한 변수가 발생한다.

“여전히 자녀 교육과 이사, 인테리어 등은 엄마가 주도한다. 일상적 관심도의 차이다. 집에 머물며 자녀를 돌보는 역할을 주로 엄마가 더 많이 한다는 뜻이다. 아빠는? 차에 관심이 많다(웃음). 주변을 둘러보자. 부부 합산 소득을 감안했을 때 교육비 지출이 한계치를 넘어섰는데 아내가 남편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면 남편은 너무 쉽게 “학원 하나 끊어”라고 말한다. 이래서는 갈등의 골만 깊어진다.

연봉이 높아질수록 좋은 교육을 희망하고 경쟁하듯 교육 환경이 좋은 지역으로 이사한다. 당연히 거주 비용이 비싸지고 또 고민이 생긴다. 200만원 버는 사람이 300만원 벌면 행복해질 것 같지 않지만 대개 그러지 못하는 이유다. 소득은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다. 그 선물을 어떻게 지혜롭게 활용할지 가정 안에서 함께 계획을 세우는 훈련이 필수적이다. 가정예배만큼 중요한 게 가정 회의다. 가정 내에서 열린 마음으로 논의하는 과정 없이 한쪽만의 주도로 집행이 이뤄지면 교육 주거 문화 등에 대한 우선순위가 뒤바뀌고 불행은 가까워진다. 이 같은 회의 구조가 정착되면 우선순위에 맞게 지출 항목에 대한 구성 비율을 원활하게 조율할 수 있다.”

그래픽=신민식


-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날 등 지출이 불가피한 가정 관련 행사들이 많다.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어떤 직군에서 일하든 명절(설 추석)이나 연말(성과급) 외에는 5월 기본봉 외 추가 소득을 보장하는 곳은 많지 않다. 이런 시기를 위해 ‘통장 쪼개기’의 일환으로 통장 중 하나를 가정 행사 지출을 위해 준비할 수 있다. 양가 명절비, 주요 기념일, 가정의 달 준비 명목으로 연간 예산을 세운 뒤 이를 12개월로 나눠 매월 급여에서 이 통장으로 자동이체를 시키는 것이다. 가정 경조사에 따라 변수가 발생할 때는 예비비 통장에서 일부를 대체한다. 이렇게 준비하면 조금이나마 불안을 상쇄할 수 있다. 특히 가정의 달에는 감사의 마음을 전할 때 비용의 크고 작음에 매몰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돈 없다고 주눅 들지 말자. 돈보다 시간과 정성을 들여보자. 아이에게는 부모와 신나게 함께 노는 시간, 부모님에겐 전화 한 통, 기도하는 마음이 담긴 감사 편지 한 장에 더 큰 감동이 있다.”

-중장년 부부의 노후 대책 마련도 중요한 관심사다.

“노동력의 감소세가 두드러지는 50대부터는 자녀의 대학 등록금, 결혼 자금 지원 영역에 대한 부부간 논의가 필수적이다. 여기서 어느 정도의 지출이 이뤄질지가 노후 자금 운용 계획을 수립하는 바로미터다. 70대 이상 부부 상담에서 힘들게 노후를 보내게 되는 고객 10명 중 6명이 과도한 교육비와 결혼 자금 지출을 원인으로 꼽는다. 여전히 ‘나 쓸 건 아껴도 아이 쓸 건 안 아낀다’는 인식이 남아 있다. 이 때문에 자녀와 함께 지원 가능한 범위를 논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은퇴 후 연금소득으로만 노후를 살아갈 생각을 버리는 것도 중요하다. 5년 정도는 퇴직 후 일자리를 놓고 준비하되 몸담았던 전문 영역을 살리는 게 가장 좋다. 그게 여의치 않더라도 국비 지원이 가능한 교육 프로그램이 많다. 과도한 노동력이 투입되지 않으면서도 월 100만원 전후의 고정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직무에 도전해 보는 게 좋다.”

-크리스천 가정은 재정 위기에 대비해 어떤 울타리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할까.

“삶은 늘 결핍 투성이다. 신자유주의 안에서 지극히 개인화된 문제가 갈등으로 터져 나온다. 하지만 하나님께선 세상이 주는 부족함에 얽매이지 않도록 말씀을 주셨다. 재무관리는 부를 좇는 기술이 아니라 ‘가정의 행복’을 담는 것이다. 금융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으로 재정 문제에 대비하는 건 한계가 있다. 위기를 딛고 이겨내는 힘은 ‘하나님과의 관계’와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바른 정립으로부터 나온다. 교회가 돈 이야기를 터부시하지 않고 성도의 가정이 재정 위기를 잘 대처할 수 있도록 울타리를 만들어주는 것도 과제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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