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견 강국, 왜 한국은 되지 못하죠? [투게더]
해외에선 민간 후원금으로 양성기관 재정 유지
무엇보다 핵심은 시민 인식 강화
‘멍멍’ 수십 마리 강아지가 모인 여의도 한강공원. 소형견부터 대형견까지 강아지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주인 옆에 앉아있다.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2023 서울 반려견 순찰대’ 발대식이 열렸다. 순찰대원으로 임명된 반려견들은 보호자와 동네를 순찰한다.
강아지와 함께하는 행사가 잇따른다. 현대인들은 강아지를 삶의 동반자로 선택하고 희로애락을 함께한다. 반면 선택이 아닌 필요에 의해 강아지를 찾는 사람들이 있다. 신체 활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에게 안내견들은 꼭 필요한 존재다.
매년 4월 마지막 주 수요일은 ‘세계 안내견의 날’이다. 영국 세계안내견협회(IGDF)가 1989년 안내견 환경 개선을 위해 지정했다. 그러나 여전히 사회가 해결할 숙제가 있다. 소수 기업이 주도하는 안내견 양성. 그리고 안내견 인식 부족은 해결이 필요하다.
국내 안내견 양성기관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재정 지원 또한 충분치 않다.
현재 국내 안내견 양성소는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와 ‘한국장애인도우미견협회’로 두 곳뿐이다. 활동 중인 안내견 수는 약 100여 마리. 국내 장애인 260만 명에 비하면 매우 적다.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는 삼성의 사회공헌 자금을 전액 지원받는다. 한국장애인도우미견협회의 재정 상황은 열악하다. 협회는 올해 경기도와 보건복지부에서 각각 1억5000만원씩 재정 지원을 받는다. 안내견 한 마리를 양성하는데 1억원 정도가 든다고 하니, 지원금은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한국장애인도우미견협회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올해 지원받은 3억원이 지금껏 가장 많이 지원받은 액수다. 지방자치단체나 보건복지부로부터 지원을 받았지만 재정적으로 부족한 건 사실이다. 직원 월급도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협회 개발을 위한 인력 동원은 꿈도 못 꾼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그렇다면 해외에선 안내견 양성에 필요한 재정을 어떻게 마련할까.
미국, 독일, 일본과 같은 안내견 강국은 개인과 민간기업 후원이 단체 재정의 주를 이룬다. 60년이 넘는 정통을 자랑하는 미국 시민단체 ‘시각장애인을 위한 눈’(Guiding Eyes for the Blind·GEB)은 안내견 약 1만 마리를 양성했다. 연 수입은 2020년 기준 636만 달러로 한화 약 85억원 정도다. 단체의 주된 수입원은 모금 행사다. 매년 골프대회를 주최해 후원금을 모았다. 후원금은 1977년 개최 이래 700만 달러(한화 약 93억원)가 모였다.
파트너십 체결도 있다. 단체는 2018년부터 겨울마다 미국 코네티컷 주 와라마우그 호수 북극곰 달리기 대회(Lake Waramaug Polar Bear Run)를 통해 기금을 받는다. 지난 2월 경주에선 총 7000달러(한화 약 930만원)를 후원받았다. 일부 단체 직원과 봉사자는 안내견과 함께 경주에 참여해 주최 측과 끈끈한 파트너십을 자랑했다.
모금은 소셜미디어를 통해서도 진행된다. 지난 26일 단체는 세계 안내견의 날 맞이 금액 모금 게시물을 게시했다. 협회를 통해 안내견을 분양받은 시각장애인의 후기가 담겼다. 그는 “안내견은 큰 교차로와 밤길을 무서워하던 제게 독립적인 삶을 선물해줬다”며 안내견과 단체에 감사를 표했다. 후기 뒤엔 후원 장려 메시지가 잇따른다.
일각에선 법적 처벌 강화와 안내견 홍보 활동 일상화를 통한 인식 강화를 강조한다.
지난해 시각장애인과 안내견 출입을 금지한 식당이 화두에 올랐다. 손님에게 알레르기를 유발한다는 이유에서였다. 현 KBS 시각장애인 앵커 허우령씨 역시 국내 유명 프랜차이즈 식당에서 출입 거부당한 경험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밝혔다. 장애인복지법에 따르면 보조견을 동반한 장애인이 대중교통·공공장소·식당 등의 출입을 거부해선 안 된다. 이를 어겼을 시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미국엔 높은 처벌 금액으로 이목을 끈 사건이 있다. 지난 21년 3월 안내견과 함께 우버 차량에 타려다 14차례 승차 거부당한 장애인이 우버로부터 110만 달러(한화 약 12억원)를 보상받았다. 국내에도 처벌 강화 시도가 있었다. 같은 해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은 현행법상 과태료 처분이 아닌 벌금형으로 처벌 수위를 상향한 개정안을 발표했지만 발의되지 않았다. 안내견 관련 인식 개선을 위한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해 보인다.
일본은 실생활에 안내견 인식 개선 의지가 녹아있다. 지하철역 앞엔 안내견들과 안내견 사용자들이 함께 안내견 홍보와 모금 활동을 진행한다. 호텔·백화점·반려동물 매장 계산대에선 안내견 모금함을 쉽게 볼 수 있다.
국내 안내견 양성 환경이 열악한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안내견과 장애인을 위한 노력은 현재 진행형이다. 기업은 안내견 관련 교육 환경 조성에 힘쓴다. 삼성화재는 2009년부터 장애 인식 개선 드라마 시리즈를 교육현장에 배포하고 있다. 시민들은 과거보다 안내견 기본 에티켓을 충분히 숙지한다. 안내견이 익숙지 않아 처음엔 들여보내 주지 않던 식당 업주도 설명을 들으면 아차 싶어 들여보내 주는 세상이다. 안내견 한 마리엔 수많은 사람의 노력과 이해가 묻어있다. 안내견 불모지에서 안내견 강국으로 거듭나는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고해람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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