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놀? 그게 뭔데! 2023년 봄, 우리가 사랑한 밈 총정리
2023. 5. 6. 00:02
2023년 봄, 우리가 사랑한 밈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오늘의 밈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꼈나.
「 중요한 건 꺾였는데도 그냥 하는 마음 」
2022년 12월 3일.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 범국민적 밈으로 데뷔한 역사적인 순간이다(중꺾마의 시초는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 롤드컵 DRX의 김혁규 선수 인터뷰 답변이었다). 카타르 월드컵 H조 대한민국과 포르투갈 경기에서 2 대 1 극적인 역전승으로 16강 진출을 이뤄냈을 때 2002년생은 2002 한일 월드컵을 못 봐서 어떻게 하냐는 동정 어린 시선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이 밈은 각종 뉴스와 SNS를 타고 ‘아무리 강한 상대를 만나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스포츠맨십, 끝내 승리를 쟁취하는 언더도그의 위풍당당한 상징이 됐다. 그런 중꺾마의 위력이 시들해지려는 순간 또 한 번 기세를 올렸으니, 개그맨 박명수가 유튜브 〈할명수〉에서 내뱉은 한마디에서였다. “중요한 건 꺾였는데도 그냥 하는 마음.”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넘어 행동하자는 ‘Just Do It!’의 정신으로 재정의된 것이다. 결국 중요한 건, 꺾였든 꺾이지 않았든 일단 하는 것. 그것이 죽이 되든 윤기 좔좔 흐르는 밥이 되든 저질러야 밥상에 뭐가 올라오는지 알 수 있는 거니까. 벚꽃이 다 진 뒤 “중요한 건 꺾였는데도 그냥 하는 축제!”를 외치며 열리는 전국의 축제들처럼 세상의 모든 언더도그들이여, 기죽지 말고 그냥 하자!
「 에어팟을 껴야 능률이 올라갑니다 」
별안간 오피스에 등장한 맑은 눈의 광인, 〈SNL 코리아 시즌 3〉 코너 ‘MZ 오피스’ 속 인턴의 이 한마디 파장은 컸다. “회사에서 에어팟을 끼면 어떠냐”, “업무 시간에 끼는 건 안 된다”, “직무에 따라 다르다” 등 에어팟을 끼고 일하는 행위에 대한 갑론을박은 2030의 ‘젊은 꼰대’라는 기성세대 아닌 기성세대란 새 진영을 구축하는 데 이른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공감하며 웃자고 시작한 콘텐츠가 ‘MZ세대는 다 그래?’ 하는 편견을 만들었고, 편견의 당사자가 된 이들은 모두 별나고 사회성 낮은 세대로 치부된 셈이다. 이쯤에서 짚고 넘어가자. 지난해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코로나19 시대 MZ세대의 사회성 발달 연구’는 의외의 결과를 보여준다. 사회성이 낮아 조직 생활에 미숙하다고 평가받는 MZ세대의 사회성 점수가 X세대보다 2배가량 높게 나온 것. 대중적인 흐름과 담론을 씨앗 삼아 캐릭터를 만들고, 그 캐릭터는 밈을 낳는다지만 편견이 쌓아 올린 벽을 깨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에어팟을 끼고 빼는 데 열을 내는 동안 정작 놓치고 있던 건 무엇이었나? 맑은 두 눈으로, 에어팟은 내려놓고 다시 들여다볼 때다.
「 이게 디토지 」
누군가 레트로의 교과서가 무엇인지 묻는다면 고개를 들어 뉴진스의 ‘Ditto’ 뮤직비디오를 보게 하면 되지 않을까? 1990년대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촬영한 다섯 소녀의 뮤직비디오가 쏘아 올린 공은 곡이 발매된 지 3개월이 훌쩍 지난 지금, 젠지 세대에게 레트로 그 자체로 통한다. 한때 릴스와 쇼츠를 점령했던 밈 “홍대 어떻게 가요?”, “뉴진스의 하입 보이요”에 이어 뉴진스의 노래가 밈이 된 건 이번이 두 번째. 이 밈은 신드롬 그 자체가 된 뉴진스의 위치를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지표기도 하다. 어쨌든 ‘Ditto’ 뮤직비디오 속 반희수가 캠코더로 친구들과의 한때를 담은 것처럼, 이제 유튜브엔 옛날 캠코더로 찍은 브이로그가 올라오고 해시태그 #디토 #이게디토지가 함께 달린다. 남자 친구와 투투를 챙기는 1996년생 중학생 일진 ‘황은정’의 일상을 담은 페이크 다큐멘터리 〈다큐 황은정〉이 조회 수 230만을 넘겼을 때도, 최근 배우 전도연의 과거 싸이월드 사진이 화제가 됐을 때 이제 모든 리액션과 감상은 이 다섯 글자면 충분하다. ‘Ditto’엔 그 시절의 추억과 아련한 청춘, 젠지들이 사랑해 마지않는 레트로 감성, 그 모든 게 그득히 담겨 있으니까.
「 농놀 고? 」
2023년의 1분기 극장가를 점령한 영화는 단연 〈더 퍼스트 슬램덩크〉였다. 1월 개봉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개봉 68일 만에 누적 관객 수 약 4백47만 명을 기록했다. 이 영화가 전례 없는 흥행에 성공한 건 더는 남자들만의 만화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CGV 기준 개봉 1주 차 남성이 과반수를 차지했던 성비가 5:5로 변화하며 새로운 팬덤을 형성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3040 남성들에겐 그 시절의 향수를, 2030 여성들에겐 ‘덕질’을 하는 새 놀잇감이 됐다. N차 관람, 원작 만화책과 〈더 퍼스트 슬램덩크〉 굿즈 수집, 2차 콘텐츠 생산 등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즐기는 각양각색의 방법은 ‘농놀(농구 놀이)’이라는 밈, 나아가 취미나 덕질을 통칭하는 밈으로 확장해 지금도 수많은 놀이를 만들어내고 있다. 어떻게 만드냐고? 정해진 룰은 없다. 그저 덕질하고 싶은 것이라면 무엇이든 앞 글자를 따서 놀이를 붙이면 된다. ‘꽃놀(꽃놀이) 고?’ ‘야놀(야구 놀이) 고?’처럼 말이다. 북산고의 경기는 끝났지만, 우리의 놀이는 계속돼야 한다. 쭉!
Copyright © 코스모폴리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코스모폴리탄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