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박 제거하려" 예천군 해명, 현장에서 확인해보니
[정수근 기자]
▲ 벌목 현장에서 직경 110센티미터에 이르는 나무가 벌채된 것을 목격했다. 크기로 짐작할 때 수령 100살 이상으로 추정된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지난 4일 내성천 왕버들 싹쓸이 벌목 현장을 다시 찾았다. 지난 1일 전해진 대구환경운동연합의 국민신문고 민원에 대한 예천군의 사실과 다른 해명과 성의 없는 답변을 듣고 다시 현장을 살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중 하나가 "가시박 제거를 위해 나무를 모두 베어버렸다"는 해명이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속담 딱 그대로다. 제방변에서 맹렬한 기세로 자라는 가시박들이 보기 싫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걸 제거한다고 나무를 모두 베어낸다고 하는 것은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다.
▲ 나무가 베어진 곳마다 가시박들 싹들이 맹렬히 올라온다. 나무가 사라지니 햇볕을 더 많이 받아 더욱 맹렬한 기세로 발아하는 것으로 보인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 가시박은 이렇게 똥째로 뽑아내야 제거된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즉, 봄철 씨앗이 발아해서 가시박이 마구 올라올 때 사람을 써서 그 걸 통째로 뽑아서 제거해야 가시박이 줄어드는 것이다. 옆에 있는 나무와는 아무 상관 없는 일이다. 그런데 그 가시박을 제거하겠다고 애먼 나무까지 싹쓸이 벌목을 단행해버리다니.
예천군에 따르면 이번에 나무 벌목에 들인 예산이 2천만 원이라고 한다. 이날 동행한 민예총 예천지부 김두년 지부장은 "나무 벌목 예산의 1/10만 들여도 가시박을 제거하고도 남겠다. 예산도 줄이고 효과적으로 가시박을 제거할 것인데 이게 뭐냐. 가시박들은 가시박대로 자라고 애먼 왕버들만 모두 베어낸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또 어디 있느냐"며 예천군을 질타했다.
▲ 맹렬한 기세로 올라오는 가시박 새싹들. 온 전지에 가시박들이 올라온다. 정작 제거해야 할 가시박들은 제거하지 못하고 애면 나무들만 무두 베어버렸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예천군은 지금이라도 사람들을 투입해서 가시박 싹들을 뽑아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나무 대신 가시박들이 온 제방을 뒤덮어버리고 말 것이다.
저명한 식물사회학자이자 <한국식물생태보감>의 저자 김종원 전 계명대 교수는 이렇게 "파괴된 환경에서 잘 자라는 것이 가시박들과 같은 외래종 식물"이라고 일러주었다. 그래서 하천을 심각하게 개발한 곳에서는 어김없이 가시박들이 자라난 것을 자주 볼 수가 있다.
누가 쓰레기 투기를 조장하는가
▲ 투기된 쓰레기가 방치된 채 뒹굴고 있다. 예천군이 하천관리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따라서 쓰레기 투기 근절을 위해서는 나무를 모두 벨 것이 아니라 주변을 깨끗이 관리하는 게 우선이다. 지금이라도 버려진 쓰레기를 모두 치워서 하천을 깨끗하게 관리해야 하는데 예천군과 보문면은 버려진 쓰레기를 그대로 방치해두고 있다. 이래 놓고 사람들이 쓰레기 투기를 하지 않기를 바라다니.
예천군과 보문면은 지금이라도 버려진 쓰레기는 모두 치워야 한다. 하천관리를 제대로 해야 한다. 쓰레기 투기가 있었다는 것은 그동안 하천관리를 안 하거나 엉망으로 해왔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얼마나 하천관리를 안 했으면 사람들이 쓰레기를 투기할 생각을 했겠는가 말이다.
▲ 나무 팰릿의 재료가 되는 나무 밑둥은 모두 수거해가고 잔가지들만 방치된 채 놓여 있다. 홍수시 다 떠내려가기 마련이라 속히 치워야 한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아울러 방치된 채 내버려져 있는 벌채 한 나무의 잔가지들 또한 하루속히 치워야 한다. 이런 상태에서 큰 폭우라도 내리면 천변에 쌓아둔 잔가지들이 모두 내성천을 넘어 낙동강으로 흘러갈 것이다. 그것은 더 큰 홍수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
8일, 추가 벌목 강행하겠다는 예천군 규탄 기자회견
이런 현실에서 보문면장은 나머지 남은 1.5㎞ 구간의 왕버들을 마저 벨 것이라 하고 예천군은 아직 예산이 잡히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즉 베지 않겠다가 아니라 예산이 없어 못 베고 있을 뿐 예산만 잡히면 또다시 싹쓸이 벌목을 강행하겠다는 뜻인 것이다.
▲ 나무가 베어진 하천변에 수달의 배설물이 잔뜩 놓였다. 나무가 베어지기 전에 수달이 이곳을 즐겨 찾았다는 증거로 이 일대 수달의 서식처였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나무 벌목으로 이들은 이곳을 떠날 수밖에 없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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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으로 지난 십수년간 내성천의 변화상을 기록하고 고발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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