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믹스커피 두 봉지로 시작하는 하루 [XMZ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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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달짝지근한 맛의 믹스커피를 한 모금 마시면 온몸의 세포가 파이팅을 외치며 일할 준비를 마치는 듯하다.
오늘도 나는 믹스커피 두 봉지의 목을 잡고 "요즘 살이 너무 안 빠진다"며 푸념을 하면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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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치유 글쓰기 프로그램에서 만나 시민기자가 된 그룹입니다. 20대(Z), 30대(M), 40대(X)까지 총 6명의 여성들로 이뤄진 그룹 'XMZ 여자들'은 세대간의 어긋남과 연결 그리고 공감을 목표로 사소하지만 멈칫하게 만드는 순간을 글로 씁니다. <편집자말>
[김기은 기자]
분주하고 정신없는 아침에 출근을 하고 업무를 시작하기 전, 나의 정신을 깨우는 의식을 시작한다.
탕비실에서 전기포트에 물을 담아 끓이고, 믹스커피 두 봉지 끝을 잡고 살랑살랑 흔든 다음, 봉지의 목을 똑 따서 머그컵에 내용물을 쏟아 붓는다. 전기포트가 달그락거릴 정도로 뜨겁게 끓여지면 머그컵에 물을 한가득 붓고 티스푼으로 휙휙.
'그래, 커피의 진정한 맛을 느끼려면 믹스커피 두 봉지 정도는 한 번에 마셔 줘야지!'
▲ 달짝지근한 맛의 믹스커피를 한 모금 마시면 온몸의 세포가 파이팅을 외치며 일할 준비를 마치는 듯하다. |
ⓒ 최은경 |
어릴 적 우리집은 그저 평범한 대가족이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주무시는 방에는 커피, 설탕, 프림이 들어있는 보관용기 3개와 티스푼 1개, 커피잔 2개, 전기포트가 항상 놓여 있었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커피잔에 커피 2스푼, 프림 가득 2스푼, 설탕 2스푼을 넣고 커피를 매일 드셨던 기억이 난다.
아침이면 방안 가득 믹스커피 향이 나고 그 옆에서 나는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커피 마시는 모습을 바라보며 밥숟가락으로 그 고소하고 부드러운 프림 가루를 먹었다. 좀 더 성장하면서 커피 타는 일은 나의 놀이가 되었다.
"할아버지! 커피 몇 스푼? 프림은요? 설탕은 몇 스푼 넣어요?" 물어보며 커피잔에 담고 뜨겁게 끊인 물을 부어 드리면 할아버지께서 맛있다고 하는 말을 듣고 뿌듯했었다.
사회복지사가 되고 나서 어르신 가정에 방문할 때면 어김없이 어르신 댁에 커피, 프림, 설탕이 세팅되어 있었다. 자기만의 커피, 프림, 설탕의 비율을 자랑하시며 커피한 잔을 내오신다.
프림을 많이 넣어 약간 고소하면서 기름진 맛을 즐기시는 분, 설탕을 많이 넣어서 달달하다 못해 설탕 맛으로 커피를 즐기시는 분, 물양을 많이 하는 분, 에소프레소처럼 물을 적게 타서 드시는 분 등 취향에 맞게 그 맛이 참 다양했다. 자기만의 커피부심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꽤 있었고 때로는 날씨나 기분에 따라 커피, 프림, 설탕의 비율을 달리 해서 마시는 재미가 있었다.
지금은 기성품화 된 맛에 익숙해지다보니 내가 탄 커피 맛에 자신감은 떨어지고 결국 봉지커피를 습관적으로 찾게 되었지만. 그나마도 요즘은 원두커피 마시는 횟수가 늘면서 믹스커피 마시는 횟수도 점점 줄어간다.
그래도 아침은 꼭 믹스커피로 시작하는 것을 포기하지 싶지 않다. 나만의 레시피로 커피를 타는 재미는 사라졌지만 커피믹스 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차분함이 좋다. 어릴 때부터 함께 한 익숙함이 왠지 반갑게 느껴진다.
오늘도 나는 믹스커피 두 봉지의 목을 잡고 "요즘 살이 너무 안 빠진다"며 푸념을 하면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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