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을 앞두고 자전거를 배우는 중입니다

김준수 2023. 5. 5.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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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지지 않는 일보다 중요한 것은 두려움을 제어하는 법 익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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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수 기자]

미취학 아동일 때 동네 친구들이 저마다 두발 자전거를 배우는 걸 지켜보곤 했다. 작은 보조 바퀴가 달린 네발 자전거로 몇 주를 연습하던 친구들은 어느 날, 보조 바퀴를 떼어낸 두발 자전거 타기에 성공하며 환호를 질렀다.

배움에 적절한 시기가 있다고 했던가. 비슷한 일은 십여 년이 지나 다시 나를 스쳐갔다. 열아홉 살에 수능을 치른 뒤, 동갑내기 친구들은 저마다 운전면허학원에 등록했고 몇 달 뒤 운전면허증을 자랑하고 다녔다. 

친구들이 성공의 기쁨에 흠뻑 취해있을 때, 나는 묵묵히 그들을 축하해주며 내게 찾아온 도전의 기회를 외면했다. '자전거 살 돈이 어딨어', '운전면허학원에 등록하려면 수십만 원이 필요하던데?' 같은 현실적인 이유를 앞세웠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은 그게 핑계였다는 걸 안다.

사실은 두려웠다. 자전거에 혼자 타는 것과 차량을 운전하는 것 자체도 무서웠지만, 그만큼이나 '무언가를 잘 해내지 못하는 나'의 모습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일을 피하고 싶은 거였다. 위기 상황마다 발동되는 회피 성향이 평생에 걸쳐 반복됐다. 
 
 사실은 두려웠다. 자전거에 혼자 타는 것과 차량을 운전하는 것 자체도 무서웠지만, 그만큼이나 '무언가를 잘 해내지 못하는 나'의 모습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일을 피하고 싶은 거였다.
ⓒ Pixabay
 
나이 마흔 앞두고 자전거에 도전한 이유

포기는 쉬웠지만 그만큼의 불편함이나 후회가 뒤따랐다. 여행 가서 차량을 렌트할 때 운전 가능한 사람이 아니니 늘 신세를 져야 했고, 여행지에서 함께 자전거를 타자는 친구들의 제안에도 혼자 머쓱해졌다. 도전해서 결과를 얻어낸 사람에게 더 다양한 선택지가 주어지듯이,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인 셈이다. 

그러던 2023년, 반려인과 내년 결혼을 앞두고 올해는 스페인으로 함께 여행을 떠나기로 계획을 세웠다. 그와의 여행은 내 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일 중 하나다. 그런데 반려인이 말하기를, 스페인 여행을 위해서는 자전거를 타는 일정이 필수라고 했다. 

마음속 회피 본능이 고개를 들려던 찰나, 이번에는 피해가지 말고 부딪혀보자고 결심했다. 그러고 보면 몇 년 전에 '나는 평생 운전 같은 건 못 할 거야'라고 속삭여오던 마음속 벽을 깰 수 있도록 용기를 준 것도 반려인이었다. 덕분에 우리는 전국 각지를 작은 차로 여행 다닐 수 있게 됐고, 해외여행 때도 차를 렌트해서 목적지까지 가기도 했다. 

걱정과 불안이 많은 나는 자전거를 타기 전에 유튜브와 블로그 글부터 검색했다. 나 같은 사람이 그래도 꽤 있는지, '자전거 타기, 첫날에 성공한 비결'이나 '넘어지지 않고 혼자 자전거 배우는 법' 같은 영상과 글을 여러 개 찾아볼 수 있었다. 누군가는 30대 중반에 처음 자전거 타기에 도전해서 1시간 30분 만에 해냈다는 영상을 유튜브에 자랑스럽게 올리기도 했다. 

역시나 시행착오... 페달 놓칠 때마다 휘청였지만  
 
 나이 마흔 앞두고 첫 자전거 연습.
ⓒ 김준수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고 나서 동네 공원으로 갔다. 소유한 자전거가 없으니 서울시 공공 자전거 '따릉이'를 타고 도전해 보기로 했다. 수많은 유튜브 영상과 블로그 글에서 조언해준 대로, 안장이 낮은 자전거를 선택해서 양 발을 딛고 중심을 잡는 연습부터 했다.

양 발로 자전거에 앉은 채로 걷다가, 점차 한쪽 페달에 발을 올리고 균형을 잡으라는 거였다. 그러다가 균형 감각이 익숙해질 때쯤 양 발로 페달을 밟는다면, 한 번도 넘어지지 않고도 자전거를 배울 수 있다는 게 핵심이었다. 

하지만 영상으로 보는 것과 실제로 시도하는 건 매우 달랐다. 페달에 두 발을 올려놓기도 전에 휘청대는 자전거와 함께 넘어지기 일쑤였다. 넘어지는 일을 필사적으로 피하려다 보니 자전거 페달을 밟는 것보다 발바닥으로 땅을 안전하게 짚는 데 더욱 신경이 쓰였다. 

긴장하다 보니 몸에 바짝 힘이 들어갔고, 그럴수록 자전거는 중심을 잃고 더욱 자주 쓰러지곤 했다. 첫날 40분 정도의 연습 이후 다음날 30분 연습에도 시행착오는 거듭됐다. 페달을 놓칠 때마다 당황스러웠고 부끄럽기까지 했다. 진땀이 나고 다리가 욱신거렸다. 

"페달에 먼저 올려둔 발이 너무 낮으면, 다른 발을 페달에 올릴 때 그만큼 발을 높이 들어야 해서 힘들어져. 그걸 조절해보자."
"응, 머리로는 이해했는데... 페달에 발을 올리면서 동시에 균형을 잡는 게 너무 어렵네." 
"잘 하고 있어, 페달을 밟아야 오히려 균형이 잡힐 거야."

반려인이 나의 자전거 연습을 보면서 고쳐가야 할 부분을 살펴봐 주었다. 그리고 스스로도 넘어지지 않는 일보다 중요한 건 어쩌면 나의 두려움을 제어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는 점이라는 걸 깨달았다. 넘어지지 않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설정한다면, 페달 위에 두 발을 올려놓는 것 자체가 다음으로 밀려나기 때문이었다.

아마 나는 유튜브 성공 사례와는 다르게 최소한 며칠 이상 더 오랫동안 실패의 시간을 견뎌야 할 것 같다. 하긴 운전도 배우면서 탈락의 쓴 맛을 봤는데, 자전거는 더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할 수도 있겠지. 그래도 얻은 게 있어서 다행이다. 내가 무얼 두려워하고 왜 피하려고 했는지 돌아볼 수 있게 되었으니까. 
 
 넘어지지 않는 일보다 중요한 건 어쩌면 나의 두려움을 제어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는 점이라는 걸 깨달았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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