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원 아침밥 먹는 대학생 다 해외여행 간다"고요?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김혜원 기자]
"아침밥 오픈런 성공!"
단체 채팅방에 친구가 아침밥을 먹는 사진을 보냈다. 식판인 걸 보니 학교 식당인 것 같은데, 학교에서 아침도 운영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어보니 친구네 학교에서 얼마 전부터 '천원의 아침밥'이라는 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아침이 천 원이라고?
▲ 천원아침밥 사진입니다. |
ⓒ 김혜원 |
좋은 취지의 사업이라고 생각했다. 물가가 많이 오른 요즘 자취를 하는 대학생의 경우 아침을 챙겨 먹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천원의 아침밥 사업을 확대한다는 기사의 댓글에서도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어떤 댓글들은 나를 놀라게 했다. 그저 부정적인 반응의 댓글이었으면 지나갔을 텐데, 부정적인 댓글들의 공통점이 보여 그냥 지나갈 수 없었다.
"천원의 아침밥 달라고 하는 애들 인스타 들어가면 맛집이 수두룩하다."
▲ 천원의 아침밥 관련 뉴스 댓글을 보고 놀랐다. |
ⓒ 김혜원 |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있는 사회는 없다"
"세상은 우리의 극단적인 모습에만 주목한다."
23세 대학생 유나씨(가명)는 세상이 대학생을 바라보는 방식에 대해 언급했다. "사람들은 대학생의 극단적인 부분만 골라 조명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해외여행을 밥 먹듯 가고, 호캉스를 즐기는 여유로운 모습과 돈이 없어 하루를 김밥 한 줄로 버티는 어려운 모습을 대조적으로 보여주며 대학생은 여유롭거나 가난하거나 두 가지로 나뉘는 것처럼 생각하게 만든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조적인 모습을 '대학생'이라는 하나의 정의 안에 묶어서 보여주기 때문에 '놀러갈 돈은 있으면서 아침 먹을 돈은 없냐'와 같은 반응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학생을 단편적으로 판단했기에 나올 수 있는 반응이다."
24세 대학생 예원씨(가명)는 천원 아침밥을 원하는 대학생과 일상을 즐기는 대학생이 같은 사람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다수의 대학생은 가난하기만 하거나 여유롭기만 할 수는 없다"며 자신의 사례를 언급했다.
"대학생은 수업도 들어야 하고, 과제도 해야 하며 동시에 취업을 위한 대외활동도 해야 한다. 게다가 사람들은 우리에게 '경험'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아르바이트로 확보할 수 있는 시간이 적기 때문에, 우리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 무엇이든 정의하려는 세상 우리는 과연 무언가를 한 문장으로 정의할 수 있을까? |
ⓒ Daniel Bone from Pixabay |
세상은 자꾸 사람들을 분류하려 한다. 작은 공통점이 하나라도 보이면 같은 무리로 묶어 간단하게 정리하려 한다. 우리는 정리해서 분류하는 것이 아니라 분류하기 위해 정리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SNS나 미디어를 통해 많은 것이 보여지는 세상이지만 모든 것이 보여지는 세상은 아니다. 과연 우리는 전보다 많은 것을 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어쩌면 그 많은 것들이 보이지 않는 다른 것을 가리는 건 아닐까?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눈'이 필요하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대통령 회식비 공개가 국가 중대이익 침해? 굉장히 미심쩍다"
- "아이는 다 컸지요?" 이 질문이 불편합니다
- 스쿨존 사고의 한국적 대안 : '초품아 영끌' 혹은 '가방 덮개'
- 분신 건설노동자 빈소에 '근조화환' 하나 안 보낸 여권
- [박순찬의 장도리 카툰] 자유대한의 품으로 왔건만
- [이충재 칼럼] '윤석열 1년' 싸우기만 했다
- 아이 몸에 촘촘히 새겨주고 싶은 기억
- 윤 대통령 지지율 3%p 올라 33%... 역대 취임1년 지지율로 두번째 낮아
- 예의도 없고 부끄러움도 모르는 여당 출입기자입니다
- 일본 이시카와현서 규모 6.3 지진... "인적·물적 피해 확인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