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원 아침밥 먹는 대학생 다 해외여행 간다"고요?

김혜원 2023. 5. 5.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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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면만 들여다보는 세상에게 대학생들이 전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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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원 기자]

"아침밥 오픈런 성공!"

단체 채팅방에 친구가 아침밥을 먹는 사진을 보냈다. 식판인 걸 보니 학교 식당인 것 같은데, 학교에서 아침도 운영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어보니 친구네 학교에서 얼마 전부터 '천원의 아침밥'이라는 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아침이 천 원이라고? 

'천원의 아침밥' 사업은 아침을 거르는 청년들의 건강을 챙기고 쌀 소비를 확대하자는 취지로 도입된 사업으로, 대학생에게 조식을 1000원에 제공하는 사업이다. 정부와 지방정부가 한끼당 1000원씩을 지원하면, 나머지를 대학에서 부담하는 방식이다. 현재 전국 40여 개 대학에서 천원의 아침밥을 학생에게 제공하고 있다.
 
 천원아침밥 사진입니다.
ⓒ 김혜원
천원의 아침밥이 시행되는 대학교에 재학 중인 21세 규영씨(가명)는 "물가가 올라 가장 먼저 줄였던 게 식비였는데, 학교에서 천원에 아침밥을 먹을 수 있게 해줘서 한결 부담을 덜었다"라고 말했다.

좋은 취지의 사업이라고 생각했다. 물가가 많이 오른 요즘 자취를 하는 대학생의 경우 아침을 챙겨 먹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천원의 아침밥 사업을 확대한다는 기사의 댓글에서도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어떤 댓글들은 나를 놀라게 했다. 그저 부정적인 반응의 댓글이었으면 지나갔을 텐데, 부정적인 댓글들의 공통점이 보여 그냥 지나갈 수 없었다.

"놀러갈 돈 아껴서 밥 사 먹어라."
"천원의 아침밥 달라고 하는 애들 인스타 들어가면 맛집이 수두룩하다."
 
 천원의 아침밥 관련 뉴스 댓글을 보고 놀랐다.
ⓒ 김혜원
댓글을 종합해보면 대학생들이 배부른 소리를 하고 있다는 말이다. 놀 거 다 놀면서, 힘들다고 징징거리지 말란 소리다. 그들이 말하는 SNS 속 화려한 대학생과 천원의 아침밥이 간절한 대학생은 과연 다른 사람들일까? 대학생들과 함께 이야기해보았다.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있는 사회는 없다"

"세상은 우리의 극단적인 모습에만 주목한다."

23세 대학생 유나씨(가명)는 세상이 대학생을 바라보는 방식에 대해 언급했다. "사람들은 대학생의 극단적인 부분만 골라 조명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해외여행을 밥 먹듯 가고, 호캉스를 즐기는 여유로운 모습과 돈이 없어 하루를 김밥 한 줄로 버티는 어려운 모습을 대조적으로 보여주며 대학생은 여유롭거나 가난하거나 두 가지로 나뉘는 것처럼 생각하게 만든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조적인 모습을 '대학생'이라는 하나의 정의 안에 묶어서 보여주기 때문에 '놀러갈 돈은 있으면서 아침 먹을 돈은 없냐'와 같은 반응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학생을 단편적으로 판단했기에 나올 수 있는 반응이다."

24세 대학생 예원씨(가명)는 천원 아침밥을 원하는 대학생과 일상을 즐기는 대학생이 같은 사람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다수의 대학생은 가난하기만 하거나 여유롭기만 할 수는 없다"며 자신의 사례를 언급했다.

"대학생은 수업도 들어야 하고, 과제도 해야 하며 동시에 취업을 위한 대외활동도 해야 한다. 게다가 사람들은 우리에게 '경험'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아르바이트로 확보할 수 있는 시간이 적기 때문에, 우리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나의 경우는 '학교 생활'을 최우선으로 선택했다. 학생회, 동아리 등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아르바이트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고, 그래서 나는 식비를 최소한으로 줄였다. 아침밥을 거르는 것을 SNS에 올리는 사람은 없다. 나는 천원의 아침밥이 간절하지만 동시에 SNS 상에서는 학교 생활을 누구보다 잘 즐기는 대학생이다"라고 덧붙였다.
 
▲ 무엇이든 정의하려는 세상 우리는 과연 무언가를 한 문장으로 정의할 수 있을까?
ⓒ Daniel Bone from Pixabay
우리는 이와 같은 현상이 생긴 원인을 '무엇이든 한 단어로 정의내리려 하는' 사회에 있다고 생각했다. 세상은 늘 '한 문장'으로 설명하려 애쓴다. 온갖 나이대를 묶어 'MZ세대'라고 말하고, 가난한 사람들은 모두 비참한 삶을 살고, '요즘 애들'은 쉬운 일만 하려 한다고 말한다. 여유가 없지만 행복하고, 반대로 돈이 많지만 비참한 사람도 존재하는데, 그런 경우는 그저 일반적 정의를 벗어난 특이 케이스로 치부한다.

세상은 자꾸 사람들을 분류하려 한다. 작은 공통점이 하나라도 보이면 같은 무리로 묶어 간단하게 정리하려 한다. 우리는 정리해서 분류하는 것이 아니라 분류하기 위해 정리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SNS나 미디어를 통해 많은 것이 보여지는 세상이지만 모든 것이 보여지는 세상은 아니다. 과연 우리는 전보다 많은 것을 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어쩌면 그 많은 것들이 보이지 않는 다른 것을 가리는 건 아닐까?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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