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다 컸지요?" 이 질문이 불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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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경 기자]
"다음엔 너도 끼워줄게"라고 말하길래 "응, 고마워"라고 대답했다. 전화를 끊고 났지만 유쾌하진 않았다. 혼자 살면 왜 외롭게 보는 걸까. 그 시선이 보편적이지 않다. 고리타분하다. 나는 타인의 가족 여행에 끼지 않아도 괜찮다. 그럼에도 보편적 범주에서 살짝 비켜져 있는 시선은 그들 몫이기에 어쩔 수 없다.
모처럼 가족여행을 다녀온 언니는 내게 그렇게 말했다. 다음엔 나도 끼워주겠다고. 자기들만 갔다 온 게 미안해서 그런 것 같다. 여행 경비에 보태라고 보낸 돈도 다시 돌아왔다. 평상시에는 잘 받더니 이번엔 마음만 받겠다는 것. 경비가 충분해서 내 돈은 굳이 필요하지 않았다고 했다.
"너는 혼자니 노후대책이나 하라"는 농담 섞인 잔소리를 한다. 언니는 평소와 달리 '같이 가자'가 아니고 '끼워줄게'라는 표현을 썼다. 연휴 때 혼자 있으면 다 깍두기인가? 잘 알지도 못하면서.
▲ 정상가족? |
ⓒ 픽사베이 |
나는 비혼을 추구하는 사람은 아니다. 다만 아직 상대를 못 만났을 뿐이다. 그것도 선택이라면 선택이라 하겠다. 다행히 1인 가구의 비중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하나의 세대로 인정받는 가족의 다른 의미라는 점에서 1인 가구라는 말은 존중받는 느낌이 든다.
물론, 1에 숨어 있는 뜻은 다양하다. 수많은 사람들의 각기 다른 삶처럼 혼자 산다고 모두가 비슷하진 않다. 동년배 비혼 K는 혼자 사는 걸 감추기도 했다. 그게 편하다고 했다. 혼자 사는 사람들에 대한 시선을 피하고 싶다는 이유였다.
"아이는 다 컸지요?" 셔틀버스를 함께 탄 A노인이 내게 묻는다. 지난번 B노인은 "자제분은 몇이요?"라고 물었었다. 나처럼 나이 든 비혼은 이럴 때 좀 곤란하다. 결혼도 안 했는데 아이라니. 모든 사람이 결혼을 하고 아이가 있는 시대도 아닌데. 초면에 "A노인님, 남편은 계시나요?"라고 묻는 것만큼 무례하다. 혼자 사는 게 비정상은 아니지 않은가.
K처럼 '네네' 하면 쉽게 끝날 질문이다. 그럼에도 나는 대충 얼버무리는 대답을 못 했다. 이 관계가 계속되지도 않을 텐데. 그렇다 해도 그런 질문은 시대착오적이다. 길어야 하루 5분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그만큼의 관계다. 팔십 노인의 친근감 표현치곤 선 넘은 질문이 불편했다. 다정함을 포장으로 상대방의 개인사를 알려고 하는 것이 실례인 걸 모르는 것도 아닐 텐데....
그간 수영장 가는 셔틀버스를 A, B노인 그리고 나까지 3명이 탔었다. 우연의 일치일까. B노인은 '혼자' 산다는 걸 들킨 이후 셔틀버스를 타지 않았다. B노인은 원래 남편이 있는 것처럼 말했다. 어느 날 A 노인이 넘겨짚은 말에 B노인은 혼자라고 밝혔다. 운동하는 사람들도 혼자인 걸 모른다고. A노인은 '죄송하다' 했다. 눈시울을 붉히던 B노인은 다음날 셔틀버스를 타러 나오지 않았다. 두 노인이 주고받은 대화의 의미를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다.
오지 않는 B노인에게 예의상 전화를 걸었다. B노인은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수영장을 옮겼다고 했다. 시내버스를 환승해 가면서 다른 곳으로 간 것이다.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엔 뭔가 석연찮았다. 먼 곳으로 다니기 불편하면 다시 오지 않을까 생각하며 기다렸지만 B노인은 더 이상 셔틀버스를 타지 않았다.
혼자 사는 건 감춰야 하는 일일까. 들키고 싶지 않은 비밀처럼. 모든 걸 다 알 수 없지만 셋의 관계는 4일 만에 끝나고 말았다. B노인이 사겠다며 같이 먹기로 했던 점심 약속은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없던 걸로 돼버렸다.
어떤 가족 형태든 존중되어야
A노인은 "호호" 웃으며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 결혼했다고 단정지으며 '아이는 다 컸냐'는 질문이다. 벽에 걸린 <친정엄마>란 연극 광고에 관심 보이는 A노인이라면 그런 질문 대신 '연극 좋아해요?' 하고 물으면 어땠을까. A노인의 선 넘은 질문에 대답을 안 해도 그만이지만 부담스럽다. B노인도 이렇게 불편했을까.
못 들은 체 하려고 했는데 A노인은 집요했다. 나는 결혼하지 않았다고 했다. A노인은 '아이고, 이렇게 예쁜데 왜 결혼을 안 했어'라며 등을 다독거렸다. 비혼이면 위로받을 일인가. A노인의 다음 질문이 이어지기 전에 나는 불편한 마음을 담아 A노인에게 질문했다. "자제분들은 다 결혼했나요?" A노인은 잠시 망설였다. "막내딸이 오십인데 결혼을 안 했어. 그런데 잘 살아. 해외여행도 많이 다니고."
비혼은 멀리 있지 않다. "혼자 살아요" 하면 대부분 혼자서도 잘 살면 되지 한다. 그렇다. 혼자 사는 것과 혼자서도 잘 사는 것은 다를 수 있다. 1인 가구든 4인 가구든 잘 사는 게 중요하다. 사회를 구성하는 각각의 개인이 잘 살아야 다수가 모여도 건강한 사회가 된다. 혼자라서 외롭고 둘이라고 행복한 건 아니니까.
혼자 사는 세상이 보편화됐음에도 여전히 사람들은 혼자 사는 사람을 다르게 보려 한다. 내가 사는 이 사회가 혼자라고 불편하게 보지 않는 관대한 분위기였으면 한다. 내 나이 50, 그리고 비혼. 지금까지 물음표와 느낌표를 동시에 걸치고 걸어왔다. 다 함께하는 가족 여행도 좋지만 혼자 하는 여행도 나쁘지 않다. 끼워주지 않았다고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
1인 가구는 물론 비혼이 점점 늘어나는 사회다. 어떤 형태든 존중되어야 한다. 다양한 모습으로 여러 삶의 형태가 있다는 걸 받아들여도 좋지 않을까 싶다. 이제는 각자의 삶이 조금 가벼워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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