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앞둔 日 기시다의 아프리카 순방, 왜…“중·러 견제 목적”
방한을 앞둔 일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최근 아프리카 4개국 순방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 견제 목적이 있다고 일본 언론들이 5일 보도했다.
니혼테레비는 5일 기시다 총리가 히로시마 G7(주요 7개국) 회담,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집트와 가나·케냐·모잠비크 등 아프리카 4개국을 방문한 배경에는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견제 목적이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집트는 아프리카 지역 강국이고, 가나와 케냐는 아프리카의 경제 거점, 모잠비크는 풍부한 자원이 있어 다른 아프리카 국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순방국으로 선택했다는 설명이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달 29일 일본을 출발해 지난 4일까지 4개국 순방 일정을 마쳤다.
니혼테레비는 모잠비크가 지난해 3월 유엔총회에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비난 결의에서 기권한 점을 들며 이번 순방 국가가 러시아, 중국과 오랜 시간 군사·경제 측면에서 깊은 관계를 유지해 왔다고 분석했다. 아프리카 등 신흥국이나 개발도상국을 칭하는 ‘글로벌 사우스’ 국가에 대한 제휴를 강화해 러시아와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목표가 깔려있다는 얘기다.
TV아사히 역시 비슷한 해석을 내놨다. 아프리카 지역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는 중국을 겨냥해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연계를 강조하기 위해 기시다 총리가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가면서 아프리카 순방에 나섰다는 것이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4일 4개국 순방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이 자리에서 ‘법에 의한 지배’를 강조했다. 오는 19일부터 21일까지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G7 회담에서 법의 지배를 키워드로 하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일본 지지통신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글로벌 사우스의 상당수가 식료품, 에너지 가격 상승에 고통받고 있다”면서 “원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임에도 G7 제재가 원인이라는 잘못된 인상을 심어 세계를 분단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본에 요구되는 것은 가시적 형태로 G7의 적극적인 협력을 보여주고 법치를 관철하는 것”이라고 했다.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주장할 것은 주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11월 중·일 정상회담에서 얻은 긍정적 모멘텀을 유지하면서 주장할 것은 주장하고 책임 있는 행동을 강하게 요구하겠다는 얘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계획과 관련해선 “중국과는 긴밀히 의사소통을 해나가기로 했다”면서 “현 시점에선 어떤 것도 정해진 바 없다”고 답했다.
기시다 총리는 하원에 해당하는 일본 중의원 해산과 총선거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지금은 중의원 해산과 총선거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지지율이 50%를 넘기면서 자신감을 되찾고 있는 기시다 총리가 국정 운영권 강화를 위해 중의원을 전격 해산할 수 있다는 전망이 연일 나오고 있는 데 대해 선을 그은 셈이다. 일본은 내각책임제로 국정 운영권을 강화하기 위해 총리가 국회를 해산하고 총선거를 실시하는 경우가 많다.
한편 아프리카 순방을 마친 기시다 총리는 곧바로 싱가포르를 방문해 회담을 열고 5일 밤 9시 30분쯤 일본으로 돌아온다. 하루를 일본에서 보낸 뒤 오는 7일 오전엔 셔틀외교의 일환으로 한국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도쿄=김현예 특파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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