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존 안전펜스 스테인리스강으로...‘민식이법’ 시행에도 사고는 연간 수백건

위성욱, 안대훈, 신진호 2023. 5. 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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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오전 부산 영도구 한 초등학교 등굣길에 1.5t짜리 원통형 화물이 굴러와 어린이 1명이 숨지고 어린이와 어른 등 3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지난달 8일과 28일 대전과 부산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잇따라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자치단체가 안전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2020년부터 스쿨존 내 사고를 줄이기 위해 이른바 ‘민식이법’을 시행하는 데도 사고가 한해 수백건씩 발생하고 있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부산, 통학 안전 지킴이 배치
5일 전국 각 자치단체와 교육청 등에 따르면 부산시교육청은 비탈길이 많아 안전사고 개연성이 큰 부산 초등학교 50곳에 ‘통학 안전 지킴이’를 배치하고 경사가 10도 이상인 도로에 있는 스쿨존은 안전성 여부도 조사하기로 했다. 또 통학 여건이 열악한 초등학교 104곳에 지원하는 통학버스를 고지대와 급경사 지역 학교에도 지원하고 통학로 안전교육도 강화하기로 했다.

지난달 28일 오전 부산 영도구 청학동 앞 도로에서 1.5t 원통형 화물이 하역 작업 중 떨어져 100여m 정도 내리막길을 굴러가다 초등학생 3명과 30대 여성 1명 등 4명을 덮친 사건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황예서(10)양이 숨졌다.

영도구도 재발 방지책을 내놓았다. 오는 19일까지 사고로 파손된 안전 펜스를 복구하고 이달 말까지 어린이보호구역 내 안전펜스를 점검하겠다고 했다. 안전펜스 내구성이 약해 사고를 예방하기 어렵다는 지적에 따라 알루미늄 소재인 안전 펜스를 스테인리스강 등 충격에 강한 소재로 교체하기로 했다.

부산 청학동 등굣길 덮친 1.5t 화물 모습. 연합뉴스


대전 서구 둔산동 탄방중학교 앞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인도를 덮친 만취운전자 차량에 숨진 고 배승아(9) 양을 추모하는 시민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청학동 어린이보호구역 참사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던 불법 주정차 대책도 제시했다. 영도구는 올 9월까지 영도구 모든 초등학교 통학로에 불법 주·정차 단속용 폐쇄회로TV(CCTV)를 설치하기로 했다.

대전, 무인 교통단속 카메라 설치
부산보다 앞서 스쿨존 사고가 발생한 대전시는 서구 둔산동 공작네거리와 관저동 느리울네거리 등 초·중·고교가 밀집돼있는 어린이보호구역 2곳에 무인 교통 단속카메라를 설치한다. 단속카메라는 이륜차 후면 번호판도 찍을 수 있도록 설치하고, 자동차 꼬리물기 등 위반행위도 단속한다.
지난달 8일 오후 2시 21분쯤 만취 상태인 운전자가 승용차를 몰고 가다 대전시 서구 둔산동 한 교차로에서 도로 경계석을 넘어 인도로 돌진, 배승아(9) 양을 치어 숨지게 하고 다른 어린이 3명을 다치게 했다. 사고 운전자에게는 2020년 3월 시행된 이른바 ‘민식이법’(개정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됐다.

2019년 9월 충남 아산 어린이보호구역에서 건널목을 지나던 김민식 군이 교통사고로 숨진 사고가 발생했다. 이를 계기로 도로교통법·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 2020년 3월 시행되고 있다. 스쿨존에서 만 12세 미만 어린이를 사망하게 한 운전자를 무기 또는 3년 이상 징역에 처하며, 어린이를 다치게 하면 1년 이상 15년 이하 징역이나 벌금 500만~3000만을 부과할 수 있다.

시민들이 고 배승아(9) 양을 추모하며 올린 조화들. 프리랜서 김성태

스쿨존 사고, 연간 수백건 발생
하지만 스쿨존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스쿨존 내 어린이 교통사고 건수는 2017년 479건, 2018년 435건, 2019년 567건으로 집계됐다. 민식이법이 시행된 2020년 483건으로 줄었다가 2021년 523건으로 다시 늘었다. 경찰청이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22년에는 9월 기준 399건으로 집계됐다.

이철기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아무리 처벌 수위를 높이고 교통안전 시설물을 확충해도 근본적인 인식이 바뀌지 않은 한 스쿨존 사고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코로나19 거리두기가 끝난 이후 회식 증가에 따른 음주운전 사고도 늘고 있어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산·대전·창원=위성욱·신진호·안대훈 기자 we.sung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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