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피아게임으로 번진 '태영호 녹취록'…애먼 유출자 찾기

박현주 2023. 5. 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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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녹취록 유출자 끝까지 색출할 것"
"보좌진 서로 의심, 굉장히 곤란한 상황"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태영호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한 가운데 '태영호 녹취록' 파문의 불이 '유출자 색출'로 옮겨붙었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유출자를 찾기보단 대통령실 공천 개입 여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태 최고위원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녹취록 파문에 대해 "본질은 보좌진 전체가 참석한 회의에서 제가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에 당선되었음에도 공천에 대해 걱정하는 보좌진을 안심시키고 최고위원으로서의 활동 중심을 윤석열 정부의 성공에 전념하도록 독려하는 차원에서 나온 발언을 회의 참석자 중 누군가가 녹음하여 불순한 의도로 유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태 최고위원은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과는 발언 방향이나 공천에 대해 그 어떤 대화도 나누지 않았으며, 녹취록을 녹음하고 유출한 자를 색출하겠다고 경고했다. 태 최고위원은 "제 보좌진 중 그 누가 보좌진 내부회의 내용까지 불법 녹음하여 유출해 정치공세에 악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당혹감을 금할 수 없다"며 "국가의 중요한 기밀이나 정보를 다루는 국회에서 진행된 보좌진 내부 회의 내용을 불법 녹음하고 유출한 자는 수사를 통해 끝까지 색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3일 국회에서 녹취 파문, 후원금 쪼개기 의혹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녹취록 유출자 찾기'는 이미 지난 2일 몇몇 유튜버가 태영호 의원실의 특정 보좌관을 지목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태 최고위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일부 유튜버들이 유출 배후로 언급하고 있는 Y 비서관은 이미 지난 대선 전, 2021년 6월에 의원실을 떠난 사람"이라며 "해당 비서관이 이번 사건과 전혀 상관없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해당 영상에서 함께 언급된 태영호 의원실 소속 L 비서관에 대한 의혹도 허위 사실이다"면서 "무분별한 의혹이 살포되는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허위 사실을 확산시키는 이들에 대해 강력하고 엄중한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녹취록 파문이 '유출자 색출'로 번지자 이를 '마피아 게임'에 비유하는 발언도 나왔다. 김용태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얘기를 들어보면 지금 굉장히 어수선하고 서로 의심하는 상황"이라며 "보좌진들 사이에선 '마피아 게임을 하는 것 같다'는 표현도 나온다. 지금 굉장히 서로가 곤란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녹취록 의혹 진위와 관계없이 유출자 색출이 중요하지 않다고 보는 의견도 나왔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어떤 경우에도 보좌진이 무엇을 책임져야 하는지 불명확한데 왜 (유출자를) 색출하나"라고 직격했다. 이 전 대표는 3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 수석의 (공천) 압박이 사실일 경우 이 수석 또는 그에게 지시한 사람이 책임져야 한다"며 "또 태 최고위원이 허언한 경우라면 태 최고위원이 책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전 대표는 "책임져야 할 사람이 누구인지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윤리위만 소집해서 뭘할 수 있나"라면서 "이제 국회의원들이 수석과 만나서 이야기할 때, 아니면 용산 사람들과 대화할 때 녹음기를 켜고 갈 것"이라며 "안 그러면 해명할 수도 없이 힘으로 찍어 눌릴 거다. 잘 생각해보면 이미 여럿이 경험하고 있는 세계"라고 꼬집었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힘 원내대표실을 방문한 후 이동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정치권에선 이번 녹취록 파문을 엄중하게 지켜보고 있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4일 오전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인터뷰에서 "이 정무수석이 그런(공천) 얘기까지 실제로 했다면 그건 정말 정상이 아닌 것"이라며 "어떻게 개별 의원을 만나서 공천 얘기를 하고 공천 자체에 개입하면 그건 안 되는 거다.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최 전 수석은 "지금 대통령이나 대통령실이 분명히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당에 개입하고 교통정리 하고, 이런 흔적들이 많기 때문에 굉장히 우려스럽다"고 주장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일단 징계 절차에 착수한 당 윤리위의 진행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장 원내대변인은 4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대통령실 공천 개입' 의혹에 대해 "이 수석이 공천을 전제로 어떤 것을 이야기한 것인지 아니면 본인이나 권한이 있는 누군가가 공천을 대가로 그런 요구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조금 더 면밀히 봐야 한다"면서도 "대화 내용 자체로만 보면 과연 그렇게까지 볼 것인지 논란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장 원내대변인은 그러면서 녹취록 유출자가 누군지에 따라 법적 문제가 성립할 수 있다고 봤다. 장 원내대변인은 "유출한 사람이 대화 상대방인지 제3자인지를 먼저 가려야 한다"며 "대화 상대방이 아니라 제3자가 이것을 유출했다면 그에 대해서는 법적인 문제가 성립할 수도 있다. 대화 상대방이 녹음했지만, 그것을 제3자가 받아서 유출했다면 대화 상대방이 유출한 것과는 다른 차원의 법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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